[분수대] 달고나

이경희 2021. 10. 5.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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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 게임'에서 주인공 이정재가 달고나를 핥아 녹이는 장면. [사진 넷플릭스]

황동혁 감독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넷플릭스 순위가 집계되는 전 세계 83개국에서 모두 1위를 한 번씩 차지하는 신기록을 세웠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달고나도 덩달아 유행이다. 매혹적인 단맛에 놀이 요소까지 가미됐으니 당연한 현상인지도 모른다.

달고나는 설탕과 소다(탄산수소나트륨)만 있으면 만들 수 있다. 설탕에 적당한 열을 가하면 산화작용을 거쳐 녹으면서 갈색빛이 돌기 시작한다. 이렇게 캐러멜화한 설탕은 맛과 향이 다채로워진다. 고유의 단맛에 신맛·쓴맛 등이 더해지고 버터향·과일향 등이 첨가된다. 녹은 설탕에 소다를 추가하면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며 부풀어 오른다. 그걸 평평한 바닥에 쏟아내 납작하게 누르고 모양틀을 찍어주면 달고나가 완성된다.

달고나 외에도 설탕으로 만드는 군것질은 전 세계적으로 많다. 설탕만 녹이느냐, 물이나 액상과당을 섞느냐, 온도는 어떻게 맞추느냐, 용액을 얼마나 많이 젓느냐 등에 따라 입자 크기나 투명도, 질감과 식감이 달라질 뿐이다.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설탕은 비만과 충치, 각종 성인병의 원인으로 지목받는다. 세금을 부과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나라도 많다. 국내에서도 올 초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이 가당음료에 부담금을 부과하는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설탕세' 논란이 촉발되기도 했다.

건강의 적 취급을 받는 설탕은 아이러니하게도 처음엔 약으로 쓰였다. 십자군 전쟁 동안 아랍권에서 유럽으로 흘러들어온 순백의 설탕은 비싸고 귀한 수입품이었다. 만성 영양불량에 시달리던 중세인에게 설탕은 만병통치약이었다. 설탕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값싼 식품이 된 건 16세기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식민지에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건설한 이후의 일이다. 사탕수수 농장은 노예 노동으로 유지됐고, 19세기 말 노예제가 폐지된 뒤에는 아시아 이민자가 빈자리를 채워갔다.

개항 이후 일본 제당자본이 조선에 들어올 때 지식인들은 설탕을 문명의 상징이자 영양의 보고라며 소비를 권장했다. 한국인은 그렇게 단맛에 길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유엔식량농업기구(FAO) 농업전망'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국인 1인당 연평균 31.8㎏의 설탕을 소비했다. 미국인(30.9㎏)보다 섭취량이 많다. 단맛의 이면엔 쓴맛이 있다. 달고나의 맛처럼.

이경희 이노베이션랩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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