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맘대로 통신선 끊었다 이었다.."중대과제 해결" 요구

박현주 2021. 10. 5.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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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에 반발하며 끊었던 남북 통신연락선을 55일 만에 복원했다. 통일부 연락대표가 4일 서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직통전화로 북측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통일부]

북한이 4일 남북 통신연락선을 다시 열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9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복원 의향을 밝힌 지 닷새 만이다.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뜻에 따라 오전 9시부터 모든 남북 통신연락선을 복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8월 10일 북한이 한미연합훈련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연락을 단절한 지 55일 만이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달 28일 북한의 극초음속 탄도미사일 화성-8형 시험 발사 당시 ‘북한의 도발’이란 표현을 쓰지 않고 유감 입장만 표명했다. 또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일 국회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미국의 반발이 예상되는데도 “이젠 제재 완화도 검토할 때”라고 말했다. ‘이중 기준’과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남북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내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지난달 25일 담화에 호응하는듯한 모양새를 갖추기 위해서였다.

그러자 북한은 조금 움직였다. “남조선 당국은 재가동의 의미를 깊이 새기고 북남관계를 수습하며 앞으로의 밝은 전도를 열어나가는 데서 선결돼야 할 중대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조건도 내걸었다. ‘중대 과제’는 마찬가지로 ‘대북 적대시 정책’과 (남한의 미사일 발사는 ‘억지력’,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도발’이라고 규정하는) ‘이중 기준’ 철회다.

신범철 경제사회연구원 외교안보센터장은 “북한은 통신선을 기본적인 신뢰 구축 수단이 아닌 협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북한이 ‘평화공세 밀당’을 통해 한국 대선 정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차기 정부와의 관계 형성에 있어서도 주도적 지형을 확보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남북관계 주요 일지.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청와대는 이날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통신연락선 복원을 남북관계 개선의 ‘첫 번째 관문’으로 여겼던 청와대 내에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통신연락선 복원 → 남북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 → 남북 화상 고위급 회담 개최 → 남북 화상 정상회의 개최 → 베이징 동계올림픽(내년 2월) 남북 정상 참석으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의 두 번째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독일을 방문 중인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지난 3일(현지시간) 인터뷰에서 “통신연락선이 복원되는 대로 (코로나19 상황을 감안해) 화상대화를 할 수 있는 영상시스템을 만들고, 고위급, 각급 분야별 합의 이행을 위해 그동안 미뤄졌던 대화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이어 “우리가 합의를 이루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 손을 잡고 베이징 올림픽으로 가는 게 좋지 않겠나”며 “우리에게 그런 선택과 결단의 시간이 임박했다”라고도 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미 지난달 25일 담화에서 “북남공동연락사무소의 재설치, 북남수뇌상봉(정상회담)과 같은 관계 개선의 여러 문제도 건설적인 논의를 거쳐 이른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정부가 관계 개선에 대한 북한의 진실성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종전선언, 대북 제재 해제, 베이징 올림픽 등을 향해 내달리다간 자칫 한·미 간 불협화음을 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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