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에 빨려들어갔다"..아프간 아이들 서글픈 '트럭 출장'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린이들이 먹고 살기 위해 밀수에 나섰다고 BBC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BBC에 따르면 수백명의 아프간 어린이들은 국경을 오가는 트럭 밑바닥에 목숨 걸고 숨어들고 있다. 과자와 담배를 파키스탄으로 밀수출해 한푼이라도 벌기 위해서다.
여기엔 7~8세에 불과한 아이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아이들은 한 번의 '출장'으로 담배, 사탕 등을 팔아 10달러(약 1만 1870원) 가량을 벌어들인다.
BBC와 인터뷰한 한 어린이는 "가난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어린이는 "아버지는 몸이 심하게 아프시다"며 "게으르게 시간을 버리는 것보다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밀수출과 관련해서는 "공급선으로부터 물건을 받고 있다"며 "이들은 어디에 물건을 넘기고 영수증을 받아오면 되는지 알려준다, 일을 마치면 보수를 준다"고 설명했다.
어린이들은 밀수출에 뛰어든 것은 파키스탄이 국경 통제를 강화하면서 어른들의 밀입국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BBC에 따르면 국경에 배치된 탈레반 대원들은 어린이들이 트럭에 매달리는 모습을 지켜보면서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있다.
트럭에 매달리다 다치는 일도 부지기수다. 한 어린이는 "한 여자애가 다치는 것을 봤다. 그 애는 엔진 위에 앉았다가 (빨려 들어가) 내장이 빠져나올 정도로 다쳤다"며 "수술을 받았지만 살아남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나는 절대 트럭 엔진 위에 앉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중동 소식을 전하는 '더내셔널뉴스'도 트럭에 매달리는 아프간 어린이들에 대한 소식을 전했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의 주요 무역 허브인 토르캄 국경에서 매일 수십 명의 아프간 어린이들이 상품과 신선한 과일, 채소 자루를 실은 트럭 아래 숨어 밀입국을 시도한다는 얘기다. 어떤 아이들은 자기 몸통만 한 자루를 매고 밀입국을 시도한다고 한다.
더내셔널뉴스와 인터뷰한 아프간 소년 파리드는 "한 아이가 움직이는 타이어에 부딪혀 다치는 모습을 봤지만 일을 그만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우리는 가난하기 때문이다. 가난하지 않았다면 여기 오지 않았을 것"이라면서다.
한 아프간 트럭 운전자는 더내셔널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아이들이 내 차 밑에서 국경을 넘고, 차 밑에서 다친다"며 안타까워했다.
정은혜 기자 jeong.eunhye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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