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기괴한 전시"..다비드상 엉덩이, 두바이 가니 사라졌다
지난 1일(현지시간) 두바이에서 개막한 ‘2020 두바이엑스포’가 때아닌 ‘누드 검열’ 논란에 휘말렸다. 이탈리아 거장 미켈란젤로의 조각상 ‘다비드상’ 때문이다.
이탈리아 매체 라 리퍼블리카는 이날 “두바이 엑스포에서 다비드상 일부가 감춰지는 기이한 사건이 벌어졌다”고 보도했다. 다비드상은 미켈란젤로가 피렌체대성당 지도자들의 의뢰를 받아 1504년에 완성한 조각상이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거인 장수 골리앗을 돌팔매로 쓰러뜨린 소년 다비드(다윗)를 묘사했다. 골리앗을 공격하기 직전 긴장한 근육 등을 현실감 있게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피렌체 아카데미아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다.
보도에 따르면 두바이 엑스포 이탈리아관에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상 복제품이 전시됐다. 세계 최대 규모의 3차원(3D) 프린터를 이용해 5.18m(17피트) 원본 크기 그대로 재현했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재탄생한 복제품은 에미리트 항공기에 실려 두바이로 운반됐다.
다비드상은 ‘아름다움은 사람을 하나로 묶는다’는 엑스포 슬로건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이탈리아관 전시장 중앙에 놓였다. 조각상은 전시관 2개 층에 걸치는 높이다. 문제는 1층에선 다비드의 하체만, 2층에선 다비드의 상체만 보인다는 점이다. 허리 둘레 부위는 팔각형 석판과 기둥에 가리는 모양새다.
이마저도 일반 관람객에게는 모두 허용되지 않는다. 1층 공간은 관계자들만 출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라 리퍼블리카는“ 외신 기자들 사이에서 ‘성경 속 영웅의 전신은 어디 갔느냐’,‘참수당한 다비드 같다’는 등의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매체는 예술 표현의 자유가 아랍에미리트의 이슬람교 문화와 충돌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두바이 엑스포 측 관계자들은 나체 공개를 금기시하는 이슬람교의 정서에 반하지 않으면서도 조각상을 전시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다고 한다. 그 결과 다비드상 주변에 기둥과 석판을 세워 최대한 가리는 방식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두바이에서 근무하는 이탈리아 고위급 관계자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다비드상을 본 아랍에미리트 관계자들은 매우 당혹해했다”며 “이슬람 문화에서 다비드상의 벌거벗은 모습이 그대로 전시됐다면 파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예술계에서는 두바이 정부가 사실상 예술 작품을 검열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미술 평론가 비토리오 스가르비는 영국 데일리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기괴하고 터무니없는 전시”라며 “다비드상은 이슬람교가 아닌 성경을 주제로 한 작품인데 아랍 문화에 따라 다비드상 일부를 가리는 건 그들의 종교와 문화에 굴복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탈리아관 예술감독 데이비드 람펠로는 “두바이 정부가 의도적으로 작품을 검열한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다비드상은 ‘기억의 극장’ 전시관 중앙 광장에 전시돼 관람객에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이 되고 있다”면서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춘 2층 전시는 다비드의 눈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는 독특한 접근 방식”이라고 해명했다.
이민정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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