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병상의 코멘터리] 대장동의혹에도 뭉치는 '이재명 표'
부동산꾼과 비리공무원 결탁 확인돼
이재명 관련여부? 대선결과에 달렸다
1. 연휴를 거치면서 대장동 의혹 관련 뉴스가 쏟아졌습니다. 사건의 실상도 어느 정도 드러났습니다.
가장 결정적인 계기는 역시 녹취록입니다. 사건의 핵심인물인 정영학 회계사(천화동인5호 실소유주)가 검찰에 19건의 녹취록을 제출했습니다. 녹취록에서 ‘금품로비 700억을 약속’받은 것으로 드러난 유동규(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가 3일 구속됐습니다.
2. 그러자 4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유감표명’했습니다.
‘과거 제가 지휘했던 직원이, 제가 소관하는 사무에 대해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점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관리책임은 저에게 있습니다. 살피고 또 살폈으나 그래도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이재명은 대장동개발사업 자체에 대해선 ‘토건 기득권세력으로부터 공공이익을 확보한 성공적인 개발’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3. 이재명이 유감표명한 대목은 ‘관리책임’에 한정됩니다. 유동규가 뇌물 8억을 받았다는 구체적 혐의가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녹취록에 따르면 유동규는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는 대신 개발이익의 25%를 받기로 했다’고 합니다. 화천대유 김만배 회장이 유동규 정영학 등과 얘기하는 녹취록에서 드러났습니다. 그게 700억입니다.
유동규는 ‘농담’이라고 주장했습니다만..법원이 그중 일부를 이미 받은 혐의를 인정해 영장을 발부했습니다.
4. 실제로 유동규가 특혜를 준 사실은..한겨례신문이 입수한 주주협약 등 내부서류에서 확인됩니다.
이익배분 등 주요의사결정권을 화천대유에 다 넘겼습니다. 그러니 화천대유는 개발과정에서 생긴 이익 4000억을 배당받고, 이와 별도로 땅을 분양받아 아파트를 지어 파는 시행사로서 다시 3000억의 이익을 남깁니다. 이 과정에서 개인적으로 1400억을 챙긴 김만배가 유동규에게 ‘절반 주겠다’고 약속한 겁니다.
5. 문제는..돈벼락은 늘 내분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정영학 회계사가 녹취를 시작한 계기가 바로 3000억을 둘러싼 분배 갈등이었습니다. 4000억은 지분에 따른 배분으로 사전합의됐기에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부동산 폭등으로 3000억이란 기대 이상의 추가이익이 생기자 갈등이 불거졌습니다.
6. 와중에 유동규가 정영학의 빰을 때린 사건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정영학은 유동규의 발목을 잡을 녹취를 했고, 검찰에 자진제출했습니다. 유동규의 폭행사실이 알려지자 일부에선 ‘1990년대 봉천동 철거 당시 용역팀장 출신’이라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용역팀장 이름이 유동규인데..동명이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7. 대장동 주역들은 ‘전문꾼’들입니다.
민간업자들은 이미 20년전부터 대장동개발에 뛰어들었습니다. 김만배와 정영학, 그리고 미국으로 도망간 남욱 변호사 등 3명이 핵심입니다. 이들은‘민관공동개발’이 확정되자..‘관’에 해당되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실권자 유동규와 손을 잡은 셈입니다.
8. 결과적으로 민관공동개발이..이재명의 주장과 달리..꾼들의 폭식을 초래한 꼴이 되었습니다.
이재명은 ‘민간개발’을 ‘민+관 공동개발’ 방식으로 바꾼 덕분에 ‘5500억을 공공부분으로 환수했다’고 주장합니다. 5500억에 대한 논란은 별개로 치더라도..7000억이란 거액을 몇몇 꾼이 챙겼다는 점에선..이재명의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9. 그렇지만 여권의 표심은 이재명으로 몰리고 있습니다.
이재명은 3일 국민ㆍ일반당원들로 구성된 2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58.17%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지금까지 10번의 지역경선보다 훨씬 높은 득표율입니다. 여권 지지자들은 대장동의혹에도 불구하고 이재명 중심으로 뭉치고 있습니다.
10. 남은 대장동의혹의 핵심은..‘이재명이 직접 관여되었느냐’여부입니다.
그런데 이재명은 이미 여당 대권후보나 마찬가지입니다. 진상규명도 어렵지만..규명했다 발표해도 야권 지지자들은 믿지 않을 겁니다. 결국 진상규명 여부는 대선결과에 달렸습니다. 선거판이 더 치열해지게 생겼습니다.
〈칼럼니스트〉
2021.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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