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라바리니 감독 재계약, 선택 아닌 필수다
2020 도쿄올림픽 4강에 오른 스테파노 라바리니(42·이탈리아) 감독에게는 찬사가 쏟아졌다. 비선수 출신임에도 뛰어난 분석 능력, 솔직하고 열정적인 리더십이 비결이었다. 대표팀 선수들도 라바리니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호평을 쏟아냈다.
라바리니 감독이 오기 전 한국은 세계 배구의 흐름에 뒤처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그러나 라바리니 감독 부임 후 변화했다. 선수들은 새로운 연습과 시스템 적응에 힘들어했지만, 끝내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대표팀 코치를 지낸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새롭게 느낀 점들이 많다"고 했다.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야심차게 진행한 첫 외인 감독 선임은 성공적이었다.
라바리니 감독의 계약기간은 도쿄올림픽까지였다. 협회는 라바리니 감독에게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까지 1년 재계약 의사를 전달했다. 고국인 이탈리아 프로 팀(이고르 노바라)을 지도하고 있지만, 대표팀 경기는 비시즌에 열리기 때문에 충분히 병행할 수 있다. 라바리니 감독 재계약은 김연경 등 주축 선수들이 떠나는 대표팀의 경기력 하락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택이다.
라바리니 감독은 올림픽 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재계약 제안을 고맙게 생각한다. 우리가 열심히 해왔다는 걸 인정해준 것"며 즉답하진 않았다. 협회와 협상은 진행되고 있다. 건강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던 어머니의 상태도 호전됐다.
배구계 소식통은 "김연경 등 주축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은퇴하지만, 라바리니 감독은 한국 팀을 이끌고 싶어한다"고 전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코치, 전력분석, 트레이너 등 '라바리니 사단'을 꾸리게 해주는 등 적극적인 지원을 해준 것에 만족했다.
문제는 역시 '조건'이다. 이 관계자는 "국제배구계에서 라바리니 감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직까지 협회와 연봉에 관련해서는 합의하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 대표팀에서 좋은 성적을 낸 덕분에 라바리니 감독의 주가는 치솟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라바리니가 세계랭킹 12위 폴란드의 새 사령탑 후보에 올랐다는 소식을 전했다.
협회는 2019년 라바리니 감독 계약 당시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다. 10만 달러를 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전임감독이 아니었고, 대표팀 감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협회는 재계약 과정에서 성과를 인정해 연봉 인상을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두 배 이상 올려주는 수준의 파격 제안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여자 배구 인기는 상종가를 치고 있다. 올림픽에서 선전을 펼친 덕분이다. 김연경의 대표팀 유니폼은 없어서 못 팔 정도다. 지난 시즌 학교 폭력 문제로 된서리를 맞았던 프로배구도 큰 호재를 맞았다. 김연경이 떠난 대표팀의 새로운 여정에도 많은 팬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년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배구 인기도 이어갈 수 있다.
협회는 매년 프로배구를 주관하는 한국배구연맹으로부터 6억원의 지원금을 받는다. 지금의 배구 인기라면 대표팀 스폰서로 나설 기업들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적어도 비용 문제 때문에 세계적인 수준의 감독과 재계약이 불발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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