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황금주말 장식한 손흥민-황희찬, 이제는 대표팀이다

이준목 2021. 10. 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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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에서의 상승세, 대표팀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이준목 기자]

▲ 손흥민 '잘했어 권창훈' 7일 오후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축구 아시아 최종예선 대한민국과 레바논의 경기. 손흥민이 경기가 끝난 후 골을 넣은 권창훈을 격려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듀오' 손흥민과 황희찬이 지난 주말 나란히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경기 최우수선수(Man of the match)에 선정되어 축구팬들을 열광시켰다. 황희찬은 2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턴에 위치한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경기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EPL 진출 이후 황희찬의 첫 결승골이자 멀티골이었다. 초반 3연패로 불안한 출발을 보였던 울버햄튼은 황희찬 합류 이후로만 리그 3승(4패, 승점 9)을 추가하며 12위로 올라섰다.

하루 뒤인 3일에는 손흥민이 영국 런던의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7라운드 애스턴 빌라전에서 1도움을 추가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전반 27분 피에르-에밀 호이비에르의 선제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26분 날카로운 크로스로 맷 타겟의 자책골을 이끌어내며 팀이 기록한 2골에 모두 관여했다. 토트넘은 최근 리그 3연패의 부진을 끊고 8위(4승 3패, 승점 12)로 도약했다.

황희찬은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 최고의 출발을 보이고 있다. 황희찬은 지난 4라운드 왓포드전에서 데뷔전-데뷔골을 터뜨리며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다. 소속팀이 치른 지난 5경기에 모두 출전했고 최근에는 3연속 선발 출전을 기록하며 팀의 주전으로 빠르게 자리매김해가고 있다.

황희찬은 프리미어리그 4경기만에 3골을 터뜨리며 득점 랭킹에서도 단숨에 7위에 진입했다. 손흥민을 비롯하여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유)-로멜로 루카쿠(첼시)-사디오 마네(리버풀)-도미닉 칼버트 르윈(에버턴) 등 쟁쟁한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영국 진출 직후 초반 5경기에서 나란히 3골을 기록하며 역대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중 가장 좋은 활약을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손흥민은 2015-16시즌 토트넘 입단 이후 두 번째 경기였던 유로파리그의 조별리그 1차전 카라바흐(아제르바이잔)전에 출전하여 멀티골을 기록하며 데뷔골을 넣었고, 프리미어리그에서는 바로 다음 경기였던 6라운드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결승골을 넣으며 경기 MVP에 선정됐다.

하지만 경기력에서는 기복이 심했고 불과 5경기 만에 부상까지 당하여 한 달 이상 결장해야 했다. 결국 손흥민의 토트넘 데뷔시즌은 40경기 8골 6도움으로 기대치에 비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으로 마감했고, 2년차가 되어서야 완전히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황희찬
ⓒ AP/연합뉴스
 
황희찬은 내실면에서 손흥민의 데뷔 시즌을 뛰어넘는다. 황희찬이 기록한 3골은 모두 리그에서 터뜨렸고, 그가 골을 넣은 경기에서 팀이 모두 이기며 득점의 순도도 남달랐다. 직전 소속팀이던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는 지난 시즌 각종 대회서 26경기에 출전해 3골 3도움에 그쳤는데 그나마도 모두 컵대회에서 넣은 골이었고 리그 득점은 0(1도움)이었다. 그런데 오히려 분데스리가보다 수준이 더 높다는 EPL에 진출하자마자 한 달도 안 되어 지난 시즌 기록한 득점과 맞먹는 골을 리그에서 터뜨리며 이적이 '신의 한수'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당초 저돌적인 드리블 돌파나 공격 연계능력 등은 이미 기대했던 대로지만 골결정력 만큼은 단점으로 예상됐던 황희찬이기에 최근의 활약상은 더 고무적이다.

손흥민은 올시즌 사실상 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감독교체와 주포 해리 케인의 이적설 등으로 토트넘이 시즌 초반부터 어수선한 상황에 놓인 가운데서도 손흥민만큼은 팀의 중심으로 변함없는 기량을 보여주고 있다. 애스턴빌라전은 맨체스터 시티와 1라운드, 왓포드와 3라운드에 이은 벌써 올시즌만 세 번째 최우수 선수 선정이다.

팀이 3연패의 위기에 빠진 상황에서 빌라전은 토트넘의 분위기 반전을 위하여 매우 중요한 경기였다. 스리톱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출전한 손흥민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끊임없이 빌라의 문전을 위협하며 여러 차례 찬스를 만들어내냈다. 전반 27분 역습 상황에서 손흥민이 공을 잡은 뒤 침착하게 비어있는 호이비에르에게 공을 연결해주며 도움을 올렸다. 팀이 빌라에 동점골을 허용하며 1-1이 된 후반 26분에는 공을 잡은 뒤 왼쪽 측면에서 완벽한 돌파를 성공시켰고 골키퍼와 수비 사이로 땅볼 크로스를 연결한 것이 상대의 자책골로 연결되며 토트넘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상대팀 감독도 손흥민의 활약에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딘 스미스 빌라 감독은 BBC와 인터뷰에서 패배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면서도 "토트넘은 손흥민이라는 뛰어난 선수를 가졌다. 그는 경기 내내 우리에게 위협을 가했고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의 실력이 경기의 차이점을 만들어냈다"며 혀를 내둘렀다.

손흥민은 지난달 27일 리그 6라운드 아스널전 득점, 1일 콘퍼런스리그 조별리그 2차전에선 무라(슬로베니아)를 상대로 도움에 이어 최근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기록도 이어갔다. 시즌 성적은 3골 2도움이다.

그동안 프리미어리거는 한국인 공격수들의 무덤으로 꼽혔다. 이동국-박주영-지동원 등 한때 한국축구를 대표한다고 기대를 모았던 공격수들도 EPL에서는 큰 활약을 펼치지못하고 줄줄이 좌절을 맛본 바 있다. 하지만 손흥민이 명실상부한 월드클래스급 선수로 성장했고, 올시즌에는 황희찬까지 데뷔와 동시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인 공격수들도 세계적인 무대에서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이제 대표팀으로 이동하여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3·4차전을 준비해야한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시리아와 3차전 홈경기를 치르고 곧바로 출국해 12일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이란과 4차전을 벌인다. 이번 2연전은 사실상 한국의 10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고비다.

유럽파 공격수들이 소속팀에서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이지만, 빡빡한 일정과 장거리 이동-시차 적응의 체력적 부담 속에 충분한 회복시간이 없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손흥민은 지난 9월 A매치에서도 컨디션 난조에 부상까지 당하며 고전한 바 있다. 과연 벤투호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과 황희찬이 소속팀에서의 상승세를 대표팀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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