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새 술은 새 부대에

2021. 10. 4. 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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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술은 새 부대에'.

흔히 하는 말이라 새로운 일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자는 주의 환기 정도로 여기던 말이다.

요즘 작은 신진 패션 브랜드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들과 비즈니스 전략을 상의하는 일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이 말을 다시 새기게 된다.

중국 고사가 아니라 성경의 유명한 구절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새 천으로 헌 옷을 깁지 않는다'는 다른 비유가 함께 있어 눈길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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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 패션마케터


‘새 술은 새 부대에’. 흔히 하는 말이라 새로운 일은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하자는 주의 환기 정도로 여기던 말이다. 요즘 작은 신진 패션 브랜드나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사업가들과 비즈니스 전략을 상의하는 일이 많은데 그러다 보니 이 말을 다시 새기게 된다. 중국 고사가 아니라 성경의 유명한 구절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고, ‘새 천으로 헌 옷을 깁지 않는다’는 다른 비유가 함께 있어 눈길이 갔다. 옷을 전공하고 있어서인지 천 비유가 더 크게 와 닿았는데 새 천으로 헌 옷의 해어진 곳을 기우면 새 천의 센 힘 때문에 헌 옷이 더 빨리 헐고 새 천은 괜한 조각을 내 쓸모없이 버려질 뿐이라는 얘기다.

스타트업이 산업 구조를 바꿔 가는 장면을 눈앞에서 목격하면서 스타트업에 관심이 적던 기업들도 관련 신사업을 찾고 협력 방안을 찾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 같은 큰 기업과 스타트업의 협력 소식이 종종 들리는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잘못된 만남인 경우도 많다. 분명 협업을 통해 서로 얻을 것이 많아 보이는데도, 스타트업은 비효율적인 옛 방식으로 발목을 잡힌 것 같다고 하소연이고, 대기업 담당자는 스타트업이 최소한의 절차와 상식도 무시해 일하기 어렵다는 푸념을 한다. 들어보면 한쪽 편을 들기 힘들고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다.

같은 대목에 있던 ‘묵은 포도주를 마시고 새것을 원하는 자가 없는데 이는 묵은 것을 좋다 여기기 때문’이라는 구절도 다시 들어왔다. 신사업을 발굴하고 상생하자는 분위기에 협업을 하고는 있지만 자신들이 경험했던 방식만 옳은 상식이고 스타트업의 발상은 미숙하거나 무모해 보여 실제로 파트너사의 성장을 지체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괜찮은 동료를 만나 창업을 고려하다 “그런데 저희 부모님이 동업은 절대 하는 게 아니라시던데요”라고 주저하는 청년에게 어른들 말을 다 들을 건 아닌 것 같다고 말하게 되는 요즘이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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