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플랫폼의 변심

김준엽 2021. 10. 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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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전 세계 주요 IT 플랫폼 기업들이 이제는 규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됐다.

구글, 애플은 앱스토어 수수료와 인앱결제를 두고 각국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에 30%의 수수료를 매겨도 앱스토어를 통해 사용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게 앱 개발사 입장에선 훨씬 중요했다.

잇단 비판에 구글과 애플조차 수수료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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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엽 산업부 차장


한때 혁신의 상징으로 불렸던 전 세계 주요 IT 플랫폼 기업들이 이제는 규제를 받아야 하는 대상이 됐다. 구글, 애플은 앱스토어 수수료와 인앱결제를 두고 각국 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다. 국내에서는 카카오의 플랫폼 독점 논란이 거세다. 이들의 사업이 본질적으로 바뀌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게 된 이유는 뭘까.

무엇보다 스마트폰을 둘러싼 생태계가 포화상태가 됐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스마트폰 초창기는 사용자를 늘리는 양적 성장이 가장 중요했다. 구글과 애플이 앱스토어에 30%의 수수료를 매겨도 앱스토어를 통해 사용자를 더 많이 확보하는 게 앱 개발사 입장에선 훨씬 중요했다. 가입자를 빨리 확보할수록 새로운 비즈니스를 선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 대중화가 10년 이상 된 현재는 상황이 다르다. 더는 양적 성장의 여지가 없다. 가입자를 늘려 새로운 사업 기회를 포착할 가능성이 줄었다. 양적 성장이 어려운 상황에서는 수익성이 더 중요해진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가만히 앉아서 매출의 30%를 뜯기는 상황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카카오도 다른 플랫폼 업체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다. 카카오는 하나둘 사업을 흡수해 현재 계열사 118개를 거느리고 있다. 공격적 확장을 통해 사업 기회를 선점했고, 이제는 수익성을 강화할 때다. 문제는 그 방식이 구태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카카오택시는 서비스 초기에는 택시 사업자와 고객에게 모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그러다 카카오택시가 시장을 장악하게 되자 수수료를 올리기 시작했다. 자본력으로 시장을 장악한 뒤 경쟁자가 사라지면 요금을 올리는 전형적인 방식이다. 반발이 거세지자 카카오는 스마트호출 서비스 폐지, 택시 기사 대상 프로멤버십 요금 인하 등의 대책을 발표하며 달래기에 나섰다.

카카오 입장에선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강남역 한복판에서 1시간 동안 택시가 안 잡혀서 고생했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카카오택시 도입 이후 택시 잡기가 편리해졌다는 걸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카카오는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의 플랫폼 사업은 대부분 중소사업자들의 영역과 겹칠 수밖에 없다. 공급자와 소비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판을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이유로 과도한 수수료를 걷어가는 방식은 안 된다. 잇단 비판에 구글과 애플조차 수수료를 조정하고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카카오를 둘러싼 논란은 10여년 전 네이버도 비슷하게 겪었던 일이다. 당시 네이버도 부동산 등의 서비스가 공정경쟁을 헤친다는 비판을 받았다. 네이버의 해법은 논란이 되는 사업을 축소하거나 접고, 성장동력을 해외에서 찾는 것이었다. 지금도 네이버는 중소사업자가 참여하는 쇼핑 수수료를 오픈마켓보다 낮게 책정하고 있다.

최근 블라인드에는 ‘카카오 서비스가 1주일만 멈추면 정부가 정신을 차릴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전 국민의 삶에 깊숙이 들어온 카카오가 없으면 사회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는 자만감이다. 틀렸다. 카카오가 1주일 사라지면, 사람들은 금방 대체할 서비스를 찾아서 쓸 것이고 카카오는 도태될 것이다. 불편함은 하루 이틀이면 끝난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외국 IT업체 공세에도 굳건히 자리를 잡고 있는 건 서비스가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국민들이 애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라이언이 계속 사람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로 남게 되길 바란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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