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세상이 바뀌었다. 개고기송 멈춰달라"..맨유 팬들에게 작심 호소

김동환 기자 2021. 10. 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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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넷플릭스 드라마, 첨단 기술 등 다른 한국을 대표하는 것들 많아"
"응원하려는 팬들 마음 알지만 세상이 바뀌고 세대, 문화도 바뀌었다"
박지성 / 게티이미지코리아

[풋볼리스트] 김동환 기자=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이하 맨유)의 '영원한 산소탱크' 박지성이 구단 대표 컨텐츠에 출연해 자신의 응원가인 일명 '개고기송'에 대해 의견을 밝혔다.


전세계에서 가장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팀 중 하나인 맨유는 자체 모바일 앱을 통해 구단의 전현직 선수와 레전드, 코칭스태프 등이 직접 출연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 'UTD 팟캐스트'를 진행 중이다. 


매주 한 명의 주인공이 출연하는데, 3일(현지시간) 일부 공개된 새로운 에피소드의 주인공으로 박지성이 나섰다. 맨유는 4일 본편 공개에 앞서 티저 컨텐츠 격으로 응원가와 관련된 박지성의 인터뷰를 공개했다.


박지성은 2005년 부터 2012년까지 맨유에서 활약하며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조용히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로 깊은 발자국을 남겼다. 프리미어리그,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 등 굵직한 대회의 우승을 견인했다.


박지성이 힘차게 달리면 맨유의 팬들은 박지성의 응원가를 목청껏 불렀다. 하지만 내용이 문제다. 박지성을 응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응원가이지만,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내용에 담았다. 동시에 라이벌인 리버풀에서는 쥐를 먹는다는 비하의 내용이다. 


박지성은 현역 시절 자신을 응원하는 팬들에 대해 수 차례 감사를 전했지만, 자신의 응원가의 일부 내용에 대한 의견을 직접 처음 밝혔다. 지난 8월 황희찬이 울버햄프턴에 입단할 당시 원정 응원에 나섰던 맨유 팬들이 박지성 응원가를 불렀고, 국내외 팬들에게 차별, 멸시의 의미로 다시 논란이 된 바 있다.


다음은  'UTD 팟캐스트'가 공개한 '팬들을 향한 박지성의 호소'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번 기회를 빌어 더 명확히 이야기를 하고 싶은 부분이기도 하다. 대략 15년 전 즈음일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잉글랜드로 이적하며 모든 것이 바뀌었다. '0'에서 시작을 해야 하고 적응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미 PSV로 입단했던 시절, 환경이 변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알고 있었다. 때문에 처음 그 응원가를 들었을 당시에는 매우 자랑스럽게 느꼈다. 왜냐하면 팬들이 나를 위한 노래를 만들어줬기 때문이다. 선수의 입장에서 자신만의 응원가가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것이고,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개고기를 먹는다는 가사에 대해 들었을 당시 불편하기도 했다. 그런 가사가 허용되는 것인지, 괜찮은 것인지, 아니면 그런 부분 역시 내가 적응을 해야 하는 부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 나이였고, 잉글랜드의 문화도 몰랐다. 그래서 내가 새롭게 받아들여야 하는 많은 부분 중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팬들이 나를 위해 나쁜 응원가를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팬들이 선수를 위해 응원가를 만들 때에는 응원을 하고, 에너지를 주고 또 선수가 자랑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래서 선수 시절 그 부분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렀고 세상이 변했다. 15년이 흘렀다. 그리고 지난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한국 선수가 맨유와의 경기가 있던 날 울버햄턴에 입단했다. 그리고 맨유 팬들이 내 응원가를 불렀다. 그때 뭔가 내가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어쩌면 그 단어에 대해 선수가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15년 전 내가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시간이 변했고, 모든 것이 변했다. 한국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어쩌면 한국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이곳에서만 존재하는) 고정관념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과거에 한국에서 개고기를 먹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의 젊은 세대들은 개고기를 먹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이 많다. 또한 개고기를 파는 식당 차제를 상상을 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일들은 요즘에는 찾아보기 정말 힘든, 아주 오랜 과거의 모습이다. 문화도 바뀌었다. 물론 맨유 팬들이 당시 공격적인 의미를 전혀 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맨유의 팬들이 그런 내용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도록 알려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한국인들에 대한 인종적 모욕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의 문화를 보면 나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다양한 것들이 많다. BTS도 있고, 손흥민도 선수로서 정말 잘 하고 있다. 넷플릭스의 한국 드라마들도 전세계에서 정말 많은 인기를 얻고 있고, 여러가지 한국의 첨단 기술들도 많다.팬들에게 그런 내용이 담긴 노래를 이제는 그만 불러줄 것을 부탁한다. 더 이상 누군가를 응원하는 내용은 아니기 때문이다. 어쩌면 오히려 더 불편해지는 노래일 것이다."


"그렇다. 내가 은퇴를 한지 7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팬들의 응원가를 들으면 여전히 그라운드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팬들이 만들어줬다는 사실에 여전히 자랑스럽다. 그 노래를 10년이 지난 지금도 듣는다. 당시의 불편함을 견디려고만 했던 어린 시절의 나에게 미안한 마음도 든다. 또한 여전히 아직도 아시인이나 한국인으로서 그런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젊은이들에게 책임감을 느낀다. 지금의 세대는 완전히 다르기에 내가 뛰던 당시의 문화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제는 그 단어를 멈춰야 할 시기이다."


'UTD 팟캐스트'에는 지금까지 웨인 루니, 마커스 래시포드, 해리 매과이어, 파트리스 에브라, 피터 슈마이켈, 필 네빌, 마이크 펠란 등 굵직한 주인공들이 출연자로 나섰고, 지난 주에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이 출연했다. 박지성의 인터뷰 영상은 맨유 한국어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으며, 본편은 4일 이후에 공개될 예정이다. 


사진=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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