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이상한 발상..첫 의혹 제기자는 이재명 친형이었다" [장세정의 시선]
"이재선씨, 대장동 개발 최초 비판"
진실 규명해 병든 부위 도려내야
경기도 성남시 대장동 땅 29만평 개발을 둘러싼 의혹이 '대장동 게이트'로 커지고 있다. 뒤늦게 수사에 돌입한 검찰과 경찰은 이재명 경기지사의 주장대로 '단군 이래 최대 개발이익 환수 치적'인지, 아니면 '단군 이래 최대 특혜 개발 비리'인지 낱낱이 밝혀야 한다.
게이트로 비화한 '판도라 상자'의 뚜껑을 처음 연 보도는 경기도 수원에 기반을 둔 작은 인터넷 매체 경기경제신문이었다. 2011년 창간한 이 매체의 박종명(56) 대표 기자는 제보를 토대로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누구 것입니까'라는 제목으로 대장동 의혹을 8월 31일 처음 폭로했다. 경기도청 출입을 비롯해 이 지역에서 약 20년 기자 생활을 해온 그는 "주변에서는 민주당에 가까운 진보 성향으로 보는데, 진보도 보수도 아니고 그냥 언론인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주자들, 전 대법관 등 거물급 이름이 거론된다.
"처음엔 단순 특혜 사건이라 생각했다. 이렇게 커질 줄 나도 몰랐다. 내가 너무 큰 것을 건드렸구나 싶다. 황소가 뒷걸음치다 생쥐 아닌 황금박쥐를 잡은 셈이다."
-기사가 나간 뒤 관련자들의 반응은 어땠나.
"정파를 떠나 공익 차원에서 보도했는데, 보도 다음 날 아침 경기도 관계자는 '팩트체크가 안 됐다. 기사를 빨리 정리하라'고 압박했지만 응하지 않았다. 10여분 뒤 화천대유 측이 '반론 보도도 필요 없으니 인터넷에서 기사를 당장 내리라'고 다짜고짜 요구했다. 이런 반응을 보면서 '더 큰 게 있다'는 직감이 들어 버텼다."
-2억 5000만원의 소송을 당했다.
"보도 다음 날 화천대유가 형사 고소와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과거에도 경험했는데, 불리한 내용을 보도하면 '까불지 마라'며 언론의 입을 틀어막는 전형적인 수법이다. 이 지사도 대선 경선에 영향을 주는 허위보도라면서 최근 선관위 산하 인터넷선거보도심의원회에 이의신청을 냈고 나는 반박문을 보냈다."
-누가, 무엇이 가장 큰 문제라 보나.
"김만배 화천대유 대주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 직무대리, 잠적한 남욱 변호사,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한 정영학 회계사가 '의혹의 4인방'으로 불린다. 이 지사는 9월 14일 기자들에게 '사실 대장동은 내가 설계했다'고 고백했다. 특혜에 개입했으면 범죄이고, 몰랐으면 무능한 것이고, 관리·감독을 잘못했으면 직무유기다."
-어떻게 처리되길 바라나.
"한국 사회에서 덕망 있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대장동 의혹에 줄줄이 개입했다니 놀랍다. 철저한 수사로 의혹을 밝히고 비리를 뿌리 뽑아 공정과 정의가 살아있는 대한민국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부동산 값 폭등으로 좌절하고 분노한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대충 꼬리 자르기로 수사를 끝내면 '제2의 대장동 게이트'는 또 터질 것이다."
박 기자의 보도 직후인 9월 3일 페이스북에 대장동 의혹을 심층 분석한 참여연대 출신 김경율(53) 회계사도 대장동 진실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친한 변호사가 보내준 자료를 분석해 화천대유의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의 실체를 폭로한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8월에 이낙연 민주당 대선 후보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대장동 특혜 의혹 소문이 퍼지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런데 성남 구시가지 상권 활성화를 위한 시민운동을 해온 김사랑(49) '모두가 리더' 대표는 색다른 주장을 했다. 김 대표는 "대장동 관련 문제를 처음 제기한 것은 이 지사와 갈등해온 친형 이재선(2017년 11월 사망) 회계사"라고 증언했다. 그는 "이 지사가 2012년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로 이익을 내면 약 10km 떨어진 성남시 수정구 신흥동 옛 제1공단 부지(약 3만평)를 매입하는 결합개발 방식으로 시민 공원화하겠다'고 발표하자 이 회계사가 '7000평 공원 기부채납 등 개발계획이 이미 세워진 사유지를 세금으로 매입해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은 이상한 발상'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회계사가 정신병자 취급당하자 답답해하며 2016년 도움을 요청했는데, 의혹을 풀지 못한 채 2017년 세상을 떠나 이제 내가 대신 싸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돈과 권력이 있는 곳은 언제든 누구든 부패할 우려가 있다. 그런데 초대형 비리가 포착돼도 법에 따라 단죄하지 못하고, 비리를 저지른 자들이 법을 비웃는데도 방관하는 썩고 병든 사회가 더 문제다. 판도라 상자가 열렸으니 병든 부위를 과감히 도려내고 희망을 건져 올려야 한다. 진실을 밝히려는 이들이 마지막에 웃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의무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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