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청년이 없는 청년정책
정부는 지난해 12월 청년정책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일자리, 주거, 교육, 복지·문화, 참여·권리 등 5개 분야 청년정책이 담겼다. 올해 22조원, 내년 23조5000억원을 집행한다. 청년정책의 성공을 기원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다.
청년정책이 저출산·고령화정책의 전철을 밟을 수 있어서다. 2006년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을 수립한 이후 올해까지 4차 기본계획이 발표됐다. 올해 예산만 해도 저출산 분야에 46조7000억원, 고령사회 분야에 26조원 등이 투입되지만, 성과는 초라하다. 지난해 출산율은 0.84명으로 세계 최하위 수준이고, 노인 빈곤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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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이 정치와 정책 소재로 소비돼
정부·시장 넘는 공적가치 실천해야
」
청년 정책은 저출산·고령화 정책과 마찬가지로 세 가지 늪에 빠졌다. 첫째, 법과 기본계획에 의해 최소 5년간 보장된 예산과 조직은 집행 조직에 딜레마를 안긴다. 정책 목표를 달성하는 순간 예산과 조직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과거 산아 제한을 담당했던 부서와 기생충 구제사업에서 놀랄만한 성과를 보였던 조직을 떠올리면 된다. 산아 제한 정책이건 출산 장려 정책이건 담당 기관의 운명은 정해진 미래다. 성공은 곧 해체인 것이다.
두 번째 늪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와 일선 집행 기관 간에 정책 생태계가 구축된다. 쉽게 말해 먹이사슬이 형성된다. 자연재해나 돌발적 사고를 수습하기 위한 한시 조직과 달리, 중장기 기본계획에 얽힌 중간 조직과 기관은 생각보다 많다. 이익집단으로 굳어진다.
셋째, 더욱 큰 딜레마는 ‘사회적으로 올바른’ 정책에 대한 반대와 폐지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 국민이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자는 정책과 미래세대 주역이 될 청년을 위한 정책을 반대하겠는가. 이 세 가지 정책 오염은 본래 의도한 바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매몰 비용과 기회비용이 커진다. 청년주택은 노인주택과 부딪히고, 청년 일자리는 퇴직자 일자리와 충돌한다.
청년들은 학교와 직업 현장에서 불안·분노·절망을 토로한다. 정부가 제시한 기본계획이 청년들의 불안과 분노와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을까. 가난과 차별이 정치와 정책의 소재로 소비되고 있듯이 청년도 똑같은 과정을 거쳐 소비되고 있다. 기성세대들은 노크도 없이 MZ세대의 일상으로 치고 들어온다. ‘꼰대스러움’이란 애매한 표현으로 사회 곳곳에 박힌 구조적 문제들은 깊은 성찰 없이 어물쩍 넘어간다.
무엇을 해야 할까.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내놓고, 살 집을 내놓으며, 그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삶을 실천해야 한다. 정부와 시장이 망친 연대와 공존을 시민과 사회가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 실패와 시장 실패에 이어 사회 실패로 우리 미래를 무너뜨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귀족화된 노조들은 기득권을 고집하지 말고 일자리를 나누어야 한다. 청년들의 미래가 배달 오토바이와 함께 쫓기듯 달릴 수는 없다. 배달노동자를 비하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의 미래를 우리는 그저 몇 분 빠름을 위해 희생시키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정부는 3채 이상 주택 보유자가 청년들을 위해 시장보다 싼 가격으로 집을 임대시장에 내놓을 수 있게 관련 규제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
국가는 세 감면과 일자리 나눔 예산으로 개인의 재산권과 소득을 보장하는 한편 공적 가치를 실천하도록 하고, 노동의 미래에 대비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 청년들의 노동권·주거권을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되, 노동시장과 노동 조건의 유연성을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민주권의 관점에서 청년이 없는 청년정책은 성공할 수 없다. 대선을 맞아 청년세대의 정치적 각성과 조직화가 필요하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최창용KDI국제정책대학원교수·리셋코리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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