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필의 인공지능개척시대] 홈 트레이너 인공지능

2021. 10. 4.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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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비대면 시대, 홈 트레이닝이 대세다. 스마트폰과 운동 매트만 있으면 거실이 피트니스 센터가 된다. 오늘은 복부 운동을 하는 날이다. 무선 이어폰을 귀에 꽂고 피트니스 앱을 켠다.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화면 속 트레이너의 동작을 따라 한다. 도저히 더는 못 하겠다 싶어지면, 어찌 알았는지 트레이너가 기운을 북돋는다. “세 번 남았어요! 두 번! 마지막!” 10분 남짓 지났을 뿐인데 숨이 차오르고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는다. 운동을 마치니 주 3회 운동 목표를 달성했다는 알람이 온다. 작은 성취지만 뿌듯하다.

많은 이들이 홈 트레이닝의 유용성을 실감하고 있다. 그와 더불어 가정용 피트니스 산업은 거대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애용한다는 실내용 자전거 제조회사 ‘펠로톤(Peloton)’은 2019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현재 기업 가치가 수십조 원에 이른다. 메타버스 속에서 다른 이들과 함께 달릴 수 있는 플랫폼 ‘즈위프트(Zwift)’는 작년에만 한화 5천억 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여러 대형 IT 기업도 건강 관리 앱에 심혈을 기울인다. 디지털 헬스 산업 발전을 통해 많은 이들이 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일 게다.

「 최근 각광받는 홈 피트니스
AI 통한 맞춤형 서비스 움직임
웨어러블센서 빅데이터 축적 땐
생활 관리 AI로 이어질수도

인공지능

홈 피트니스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도입하려는 시도도 활발하다. 대표적인 것은 개인 맞춤형으로 운동 계획을 작성해 주는 것이다. 나이·성별·체중 등 기본적 정보뿐만 아니라 심박수, 활동량, 수면 시간 등 여러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 수집된 정보가 활용된다. 적절한 운동 횟수와 운동량 목표를 세우고, 구체적 운동 동작을 안내해 준다. 특히 고연령대 이용자나 임산부, 재활 치료자와 같이 표준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그대로 따라 하기 어려운 사례에 유용하다.

또 다른 가능성은 영상인식 기술을 이용하여 운동 자세를 교정하는 것이다. 홈 트레이닝의 가장 큰 한계는 이용자가 바른 동작을 취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잘못된 운동은 오히려 신체에 해로울 수 있고, 여러 통증을 유발해 운동을 지속하지 못하게 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카메라 영상을 통해 이용자의 자세를 인식하고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는 운동복에 별도의 센서를 부착하여 더욱 정교하게 동작을 추적하기도 한다.

이처럼 카메라, 각종 센서, 웨어러블 기기의 발전으로 사람의 건강과 행동에 관한 일상적이고 광범위한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빅데이터는 우리의 건강을 관리하는 인공지능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더욱 많은 이들에 대한 정교한 측정치가 누적되면 인간의 의식과 행동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다. 비단 홈 트레이닝을 이용한 운동 관리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습관 관리, 식습관 및 영양 관리, 치아나 시력 관리 등을 통해 전방위적인 건강 개선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럼 ‘인공지능 트레이너’가 발전하면 인간 트레이너는 필요 없게 되는 것일까? 그럴 성싶지는 않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은 아직 우리와 정서적으로 교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트레이너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운동을 지속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다. 힘든 하루를 마치고 지쳐 있는 우리에게 힘내서 운동하도록 기운을 북돋워 주어야 한다. 과연 인공지능이 할 수 있을까? 그저 “운동하세요”라는 스마트폰 알람만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과의 유대감이나 정서적인 지지가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다른 사람들은 함께 운동하는 것을 즐긴다. 달리기, 자전거, 등산 동호회에 사람들이 모이고, 단체운동 강좌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 개인 트레이닝 교습도 계속될 것이다. 우리는 트레이너와 함께 운동하면서 인간적 교감을 나눈다. 트레이너를 실망시키지 말아야겠다는 감정, 트레이너로부터 칭찬을 들었을 때의 만족감을 통해 운동을 계속할 동기를 얻는다. 온라인 영상 강의에서 아무리 훌륭한 강사가 좋은 강의를 하더라도 여전히 대면 수업과 개인 과외가 남아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흔히들 누군가의 지갑을 열게 하려면 그의 마음을 먼저 열어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인공지능으로 인간의 마음을 얻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간 상호작용의 많은 부분은 인공지능이 풀지 못하는 ‘감성’의 영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인간의 마음을 탐구하는 것은 인류의 과학이 풀어야 할 마지막 숙제인 듯싶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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