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 두둔하고, 동맹과는 거리 두는 정의용 외교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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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재 완화 주장에 미 국무부 즉각 반박
동맹 균열 보일수록 비핵화는 요원해져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1일 보도된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북한에 ‘구체적 인센티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일련의 언행으로 볼 때 정 장관이 말한 인센티브란 일차적으로는 대북 제재 완화일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즉각 “국제사회는 강력하고 통일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동맹국 외교 수장의 발언을 단칼에 일축한 것이다. 외교 수사를 감안하고 보면 사실상의 면박이다.
정 장관의 논리는 북한의 입장을 두둔하는 쪽에 가깝다. 그는 지난달 하순 방미 중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에 대해 보상을 할 필요성이 있다는 뜻을 밝혔다. 2018년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사항인 핵실험·미사일 발사 중단을 지키고 있으니 이제는 제재 완화를 시작으로 미국이 응당 해야 할 일을 해야 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논리다.
결국 대화를 재개하려면 북한에 양보하고 북한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국의 외교 수장이 미국에 가서 북한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설령 이런 식으로 해서 대화가 재개된다 한들 비핵화가 앞당겨진다는 보장이 없다. 북한은 연초 당대회에서 공언한 대로 각종 신형 미사일 시험발사 등 전술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제재 압박을 받고 있는 지금도 이럴진대 제재 완화로 북한 경제에 숨통이 트이면 어떤 상황을 맞게 될지 알 수가 없다.
정 장관이 언급한 인센티브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 꺼낸 종전선언도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한국전 종전선언처럼 북한에 제시할 구체적인 조건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을 하기만 하면 비핵화의 길이 열리는 양 주장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북한은 종전선언 자체보다 그 과정에서 얻어낼 ‘적대시정책’ 철회에 관심이 있다. 유엔 주재 북한대사가 한·미 연합훈련 및 미군 전략무기의 한반도 반입을 영구 중단하라는 조건을 내건 것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북한이 종전선언을 흥미로운 제안이라고 말할 때도 머릿속 셈법은 문재인 정부와 전혀 다르다.
시간이 갈수록 핵능력 고도화로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의 전략 목표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런 위협에 대응하는 방안은 국제사회가 똘똘 뭉쳐 북한에 핵 포기를 압박하는 것이다. 물론 그 대가는 적정한 단계에서 북한에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전략적 경쟁관계인 미국과 중국의 입장이 다른 것은 그렇다 쳐도 동맹국인 한국과 미국의 대응전선에 균열이 생기면 비핵화는 요원해진다. 북한을 편들고 동맹국의 불신을 사는 발언을 하는 한국의 외교 수장을 보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반색하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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