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손가락' 논란 조명한 CNN "청년 남성들 안티페미 됐다"

'남혐' 논란이 제기된 포스터. GS25 인스타그램 캡처

국방부가 지난 2월 22일(왼쪽)과 26일 페이스북에 올린 2편 시리즈의 '군대생활백과' 카드뉴스 속 캐릭터가 일반적인 거수경례와 달리 남성 혐오표현인 '집게 손가락' 모양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방부 페이스북 캡처]

미국 CNN방송이 한국의 '남성혐오' 관련 논란에 대해 진단했다.

3일(현지시간) CNN은 한국의 ‘집게손가락’ 포스터를 둘러싼 논쟁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CNN은 ‘왜 한국 기업은 손 제스처에 불안해하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사회는 성 평등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젊은 남성은 관련 정부 정책에서 소외된다고 느낀다”면서 “이에 성난 남성들이 페미니스트를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5월 GS 편의점 캠핑 포스터에는 집게손가락 이미지를 둘러싸고 논쟁이 일었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이 손가락 모양이 남성 혐오의 상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해당 이미지가 논란된 이후 20개가 넘는 기업과 공공기관이 제품에서 ‘페미니스트의 상징’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이미지를 삭제했으며 12개 기업이나 기관이 남성 고객을 달래기 위해 사과문을 작성했다. CNN은 이런 논란에 대해 "젠더 전쟁(gender war)"이라고 소개하고, 그 원인이 "젊은 남성 사이에 팽배한 안티 페미니즘"이라고 전했다.

손가락 논란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8월에는 스마일게이트의 게임 ‘로스트 아크’에서 엄지와 검지가 맞닿기 직전인 아이콘을 사용해 논란이 됐다. 이 아이콘은 출시된 지 3년도 넘은 것이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성적 모욕'이라며 뒤늦게 삭제를 요청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이를 즉각 수용했다.

CNN은 “안티 페미니스트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이들은 정부나 민간 기업이 의도적으로 페미니스트 의제를 추진하려고 음모를 꾸민다고 보고, 이를 반성하도록 몰아붙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박주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CNN 인터뷰에서 “이 논란은 1950년대 미국에서 공산주의자를 색출하겠다고 벌인 매카시즘과 같다”며 “기업을 향한 이런 공격은 유리 천장 문제나 가사노동 분담 등 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성 불평등에 대해 토론하는 것을 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