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작전판] 아다마 벤치로 밀어 낸 황희찬, 히메네스와 강력한 시너지

한준 기자 2021. 10. 3.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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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라울 히메네스(왼쪽부터, 울버햄턴원더러스). 울버햄턴원더러스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캡쳐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스퍼스에 손흥민 케인 쇼가 있다면 울브스에는 희메네스(Heemenez) 쇼가 있다!"


울버햄턴 원더러스가 2일(한국시간)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2021-2022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7라운드 경기에서 2-1로 승리한 뒤 울브스 공식 미디어 채널 댓글창은 대한민국 대표 공격수 황희찬과 멕시코 대표 스트라이커 라울 히메네스의 활약에 대한 찬사로 도배가 됐다.


황희찬은 뉴캐슬전 전반 20분 선제골을 넣어 올 시즌 울버햄프턴의 프리미어리그 홈 경기 첫 득점 주인공이 됐고, 후반 13분 1-1로 팽팽하던 상황에 결승골까지 넣어 첫 홈 리그 경기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황희찬의 두 골은 모두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출전한 히메네스가 어시스트했다. 마치 지난 2020-21시즌 프리미어리그 무대에서 맹위를 떨친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듀오 플레이를 연상케 했다.


일반적으로 상대 문전에서 마침표 역할을 하는 9번 스트라이커가 2선으로 내려와 자신에게 수비를 몰아 두고 측면 내지 하프 스페이스에 배치된 윙어가 전방 빈 공간으로 침투하는 패턴이다. 히메네스는 황희찬이 뛰어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 것은 물론 안정적인 공 관리 능력과 적절한 타이밍의 패스 연결 능력을 보여주며 또 다른 케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개막 후 3경기에서 내리 0-1로 졌던 울버햄프턴은 황희찬 합류 이후 3승을 챙겼다. 황희찬은 4라운드 왓퍼드 원정에 교체로 출전에 쐐기골을 넣어 2-0 승리에 기여했다. 지난 6라운드에는 라울 히메네스가 결승골을 넣어 사우샘프턴과 원정 경기에서 1-0 승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뉴캐슬전에 황희찬 두 골, 히메네스 두 개 어시스트로 울버햄프턴은 개막 후 최고의 경기력을 보였다.


황희찬(울버햄턴원더러스). 게티이미지코리아

황희찬이 울버햄프턴에 임대 이적할 때까지만 해도 선발 주전 경쟁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울버햄프턴이 황희찬을 급히 임대 영입한 배경에는 지난 시즌까지 핵심 측면 공격수로 활약은 페드루 네투의 장기 부상이 있다. 네투는 빨라 오는 12월 훈련 복귀가 예상된다. 그런 가운데 9번형 공격수로 히메네스와 파비우 실바를 보유한 울버햄프턴은 실바가 기대만큼 성장세를 보이지 못하고, 히메네스가 부상 복귀 후 컨디션을 올리는 데 시간이 걸려 문전 파괴력이 떨어졌다.


네투가 빠진 측면 자원으로는 아다마 트라오레와 프린시스쿠 트린캉이 주전 자원으로 기용됐고, 마찬가지로 부상에서 갓 돌아온 다니엘 포덴스는 조커로 뛰었다. 이 세 선수의 공통적인 문제는 결정력이다.


아다마는 압도적인 피지컬을 바탕으로 막을 수 없는 측면 돌파를 구사하지만 크로스 패스와 마무리 슈팅 정확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트린캉은 공을 지키는 기술은 좋지만 피지컬에 약점이 있고, 마찬가지로 문전에서 마무리 슈팅에 기복이 있다. 현란한 드리블 기술을 갖춘 포덴스 역시 체구가 작고 슈팅 타이밍에 숙제가 있다.


브루노 라즈 감독은 황희찬이 세컨드 스트라이커로 뛸 수 있는 자원이라며 영입 배경을 밝혔다. 아다마가 주전 한 자리를 차지하고 트린캉과 남은 한 자리를 다툴 것으로 예상됐고, 초기에는 그렇게 기용됐다. 하지만 뉴캐슬전에 라즈 감독은 황희찬과 트린캉을 히메네스의 파트너로 배치했다. 아다마가 출전할 때 공격 패턴이 지나치게 단조로워지는 상황을 고려한 듯했다.


실제로 황희찬이 투입되자 히메네스의 움직임이 다양해 졌다. 아다마의 돌파에 이은 크로스를 기다리느라 정적으로 움직이고, 고립되는 성향을 보인 히메네스는 황희찬이 전방으로 뛰어 드는 것은 물론 측면 돌파도 시도하고, 중앙 지향적 움직임을 함께 시도하자 플레이 자유도가 높아졌다. 황희찬이 결정적인 두 골까지 기록하며 트린캉이 하지 못한 해결사 역할까지 보이자 단숨에 주전 경쟁에서 앞서나가게 됐다.


지금 같은 경기력이 유지된다면 네투가 부상에서 돌아올 경우 벤치를 달구게 될 선수는 황희찬이 아니라 트린캉과 아다마다. 네투 복귀 시 입지가 가장 위태로울 것이라는 우려를 딛고 황희찬은 울버햄프턴 공격진 내에서 가장 파괴적으로 가장 다재다능한 옵션으로 라즈 감독의 신임을 얻는 데 성공했다.


황희찬은 뉴캐슬전에 자신의 강점은 전방 압박과 스피드를 활동한 배후 공간 침투에 양발 슈팅으로 득점할 수 있는 재능까지 선보였다. 영국 공영 방송 BBC의 프리미어리그 하이라이트 프로그램 매치 오브 더 데이에 출연한 아스널 레전드 이안 라이트는 "황희찬은 모든 것을 갖춘 공격수"라고 칭찬했다. 한 울버햄프턴 팬은 "울브스도 손흥민을 얻었다"고 기뻐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울버햄턴원더러스 공식 소셜미디어 계정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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