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라이프] '오징어게임' 열풍 올라탄 유통업계.. 제2짜파구리는

정신영 2021. 10. 3.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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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양라면·깐부치킨 등에 관심 급증
달고나 관련 상품도 잇달아 출시돼
넷플릭스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인 흥행에 성공하자 유통업계도 연관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배스킨라빈스가 재출시한 달고나맛 아이스크림 ‘너는 참 달고나’, 농심의 ‘오징어짬뽕’ 패러디 홍보물, CU가 재출시한 ‘작아도 달고나 캔디’, 삼양식품이 60주년 기념 리뉴얼한 ‘삼양라면’, 깐부치킨의 패러디 홍보물(왼쪽부터). 각사 제공


서울 도봉구 쌍문동의 한 CU 편의점 앞, 456번 참가자 기훈(이정재)이 혼자 ‘소주’를 마시고 있다. 마침 편의점을 들른 1번 참가자 일남(오영수)과 우연히 마주친다. 기훈은 일남에게 소주를 건네고는 안주가 없다며 미안해한다. 일남은 검정색 비닐봉투에서 ‘삼양라면’ 하나를 꺼내 흔들어 보인다. 둘은 라면을 잘게 뿌셔 소스를 뿌린 뒤 과자처럼 집어먹는다. 이 둘은 훗날 목숨이 달린 구슬치기 게임에서 ‘깐부(동지)’가 된다.

넷플리스 ‘오징어게임’의 한 장면으로 유통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오징어게임이 전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면서 소주, 삼양라면, 깐부치킨, 달고나 등 관련 상품의 인기도 치솟고 있다.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상품까지 수혜를 누리면서 코로나19로 한동안 침울했던 유통업계도 연관 마케팅에 힘을 싣고 있다. 2019년 영화 ‘기생충’으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가 전세계에서 화제가 됐던 만큼 앞다퉈 제2의 짜파구리 만들기에 나섰다.

3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순위 집계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은 지난 29일 기준(현지시각) 전세계 83개국 중 80개국에서 ‘오늘의 TOP10’ 1위를 차지했다. 지난 17일 공개 직후 한국 드라마 최초로 미국 넷플릭스 순위 1위를 기록한 뒤 2주만에 전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제작비 200억원이 투입된 오징어게임은 456억원의 상금을 두고 사람들이 의문의 서바이벌에 참가하는 9부작 시리즈다. 감당할 수 없는 채무를 진 456명의 참가자들은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한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책임자(CEO) 겸 최고콘텐츠책임자(CCO)는 오징어게임이 “넷플릭스가 현재까지 선보인 모든 작품 중 가장 큰 작품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징어게임에 등장한 제품도 덩달아 화제가 되면서 제2의 짜파구리가 탄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기생충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하는 등 인기를 얻으면서 극중 등장한 짜파구리도 전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 덕분에 농심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6397억원, 영업이익이 1603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유통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건 삼양라면이다. 극중 주인공이 삼양라면을 생으로 뿌셔 먹는 장면이 나오면서다. 라면은 ‘불닭볶음면’ 유튜브 먹방이 인기를 끌면서 해외에서도 익숙한 식품이다. 하지만 끓여 먹는 라면에 익숙했던 해외에선 라면을 잘게 뿌시고 수프를 뿌려 과자처럼 먹는 생소한 방식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삼양식품도 16년여만에 유튜브 등을 통해 본격적인 광고에 나섰다. 다만 넷플릭스와 정식 PPL(간접광고) 계약을 맺지 않은 만큼 오징어게임에 대한 직접 언급은 없을 예정이다.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삼양라면 오리지널의 맛과 디자인을 전면 리뉴얼했던만큼 기대감이 높다. 불닭볶음면에 이어 삼양라면까지 수출에 탄력을 받는다면 올해 수출액 목표 3억 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거란 전망도 나온다.

삼양라면과 함께 소주가 등장하면서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 등 주류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양라면처럼 상품명이 노출되진 않았지만 소주 매출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작품에 직접 등장하지 않아도 오징어게임을 연상시키는 제품도 수혜를 보고 있다. 농심은 오징어게임과 이름이 비슷한 ‘오징어짬뽕’을 앞세우고 있다. 기생충 흥행 효과를 누렸었던 만큼 일찍부터 마케팅에 나섰다. 주인공 번호인 456번을 활용해 ‘4(사리곰탕), 5(오징어짬뽕), 6(육개장사발면)’이라는 문구로 패러디 홍보물을 공개했다.

극중 주인공이 구슬치기 게임에서 동료 참가자와 깐부를 맺는 장면이 등장하면서 ‘깐부치킨’도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극중 장면이 치킨을 활용한 패러디로 이어지자 깐부치킨은 ‘내 소중한 깐부 소환’ 이벤트를 진행하며 분위기를 이어나가고 있다.

생존 게임 중 하나로 달고나 만들기가 등장하면서 관련 상품도 다시금 인기를 얻고 있다.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집콕’이 길어지면서 달고나라떼 만들기가 유행하자 달고나맛 음료, 아이스크림 등의 출시가 잇따랐다. 배스킨라빈스도 2017년 선보였던 ‘너는 참 달고나’ 달고나맛 아이스크림을 지난달 28일 재출시하며 오징어게임 열풍에 올라탔다.

CU도 지난 6월 단종됐던 ‘작아도 달고나 캔디’를 다음달부터 재운영할 계획이다. CU에 따르면 지난달 17일부터 28일까지 12일간 매출이 직전 같은 기간(지난달 5~16일)과 비교해 달고나 뽑기의 주재료인 설탕은 39.2%나 올랐고, 삼양라면 봉지면도 15.8% 올랐다. 달고나뿐만 아니라 쫀드기, 단짝 캔디, 밭두렁, 꾀돌이 등 추억의 간식 시리즈 매출 전반이 30.9% 급상승했다.

CU 관계자는 “해당 상품은 지난해 초 집콕 트렌드에 맞춰 출시됐던 상품으로 큰 인기를 끌다 지난 6월 단종됐지만, 최근 해외 유튜버를 중심으로 달고나 만들기 콘텐츠가 유행으로 퍼지면서 재출시가 결정됐다”며 “K-콘텐츠가 죽은 상품도 살려냈다”고 말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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