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최악 대통령"..브라질 전역서 대통령 탄핵 시위

박형수 2021. 10. 3.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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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보우소나루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에서 한 참가자가 보우소나루 대통령 모형을 거꾸로 들고 행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2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살바도르·상파울루·브라질리아 등 100개 도시에서 수만명의 시위대가 자이르 보우소나루(66)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와 반정부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은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향해 “역겨운 인물”이라며 “보우소나루 아웃!”을 외쳤다.


보우소나루 탄핵 시위, 브라질 전역 확산


AP통신과 영국 BBC방송,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시위는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75) 전 대통령이 소속된 좌파노동당(PT)과 연계된 일부 노동계·시민단체와 좌파·중도좌파 정당 등이 주도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내년 10월 2일 열리는 브라질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보우소나루와 경쟁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물이다. 브라질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라에 따르면 룰라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44%, 무소속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6%(지난달 17일 기준)다.

이날 시위대는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실패는 물론, 최근 물가 급등과 실업자 증가, 기아 확산 등 총체적 무능을 성토하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75세의 퇴직자 마릴레나 마그나노는 AP통신에 “의료와 교육 시스템이 붕괴되고 굶주리는 사람이 많아 고통스럽다”며 “정부에서 보우소나루를 축출해야 한다. 그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했다. 레나토 베젤라 드 멜로(61)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보우소나루는 역겨운 인물”이라며 “현재 드러난 문제는 그가 만든 최악의 상황 중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고 했다. 호세 마누엘 페레이라 바르보사는 “대통령은 소총에 대한 세금은 인하하면서 식료품에 대한 세금은 낮추지 않았다. 브라질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재앙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고 말했다.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퇴진 요구 시위에서 대통령 모형을 불태우고 있다. 연합뉴스


실제로 브라질은 최근 연료비와 식료품을 중심으로 가격 급등 현상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앙은행은 물가 관리 실패를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일자리가 줄어들어 실업자는 1500만 명에 육박한다. 보우소나루 정부 출범 이후 200만 가구가 극빈층으로 전락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브라질 최대 도시인 상파울루 시위에 참여한 야권의 대선주자들은 보우소나루를 “헌정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규정하면서 하원의장에게 탄핵 추진을 요구했다.


코로나19 부실대응, 인플레이션…"총체적 무능"


시위대는 특히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코로나19 부실 대응에 “살인자”라며 분노를 폭발했다. 브라질은 미국·인도에 코로나19 확진자수 세계 3위다. 사망자는 60만여 명으로, 미국(72만명)에 이어 2위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독감 정도로 여기며 평소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백신 접종을 기피했다. 말라리아 치료제인 클로로퀸 등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약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정작 백신 확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브라질 백신 접종 완료 인구 비율은 42.7%다. 한국은 51.3%가 완료했다.

거듭된 실정으로 보우소나루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13~15일 이뤄진 여론조사업체 다타폴라의 조사에서 보우소나루 대통령 탄핵에 대한 의견은 찬성 56%, 반대 41%였다.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 역시 ‘긍정’은 22%, ‘보통’ 23%에 불과했다. ‘부정’ 평가가 53%(여론조사업체 Ipec)로 가장 많았다.

보우소나루의 탄핵·퇴진을 촉구하는 전국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지속되면서 브라질의 정국 불확실성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5일에도 좌파·중도좌파 정당은 물론 중도우파 정당까지 참여하는 범야권 반정부 시위가 예고된 상태다.

시위대가 2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 극렬지지층 여전…외신 "탄핵 가능성 낮다"


하지만 외신은 보우소나루에 대한 탄핵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가디언은 “극우 급진주의자인 보우소나루에 대한 반대가 커지고 있음에도, 그는 유권자의 약 20%라는 강력한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우소나루는 센트라오(centrão·중앙)로 불리는 악명 높은 중도우파 정당 연합과 거래를 통해 의회를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AP통신 역시 “보우소나루의 지지율이 일년 내내 하락했지만 탄핵된 이전 대통령들보다는 훨씬 인기가 있다”며 탄핵 가능성을 낮게 봤다. 보우소나루 역시 사상 최악의 국정평가와 지지율 하락세에도 과격한 언사로 극렬 지지층 결집에 몰두하고 있다.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급진적 극우주의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 연합뉴스.

브라질의 대통령 탄핵 절차 개시 권한은 하원의장이 갖고 있다. 보우소나루 행정부 출범 이후 130건이 넘는 탄핵 요청이 접수됐지만 하원의장 아서 리라는 탄핵 절차 개시를 거부해왔다. 대통령 탄핵이 이뤄지려면 하원 전체 의원 513명 가운데 3분의 2 이상, 상원 전체 의원 81명 중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1950년 헌법에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 조항이 포함된 뒤 지금까지 1992년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과 2016년 지우마 호세프 전 대통령 등 두 차례 탄핵이 이뤄졌다.

박형수·이유정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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