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악성종양 제거, 절대충성"..시진핑 3연임 앞둔 숙청 바람

신경진 2021. 10. 3.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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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정화 전 사법부장 '엄중 위반' 혐의
지난해 내친 쑨리쥔엔 '양봉음위죄'
지난해 4월 7일 우한에서 열린 코로나19 대책회의에 참석 중인 쑨리쥔(孫力軍·52) 전 공안부 부부장. 비밀 누설 및 부패, 불충 등 일곱가지 죄목으로 지난달 30일 당적 및 공직 박탈 처분을 받았다. [AP=연합뉴스]

중국 국경절이던 1일 치안을 주관하는 공안부가 확대 간부회의를 열고 “당내 ‘악성종양’과 정치 우환을 단호하게 제거했다”며 “절대 충성, 절대 순결, 절대 믿음”을 다짐했다. 전날 중국공산당(중공) 중앙 기율검사위원회가 발표한 쑨리쥔(孫力軍·52) 전 공안부 부부장의 당적·공직 박탈 처분(雙開·솽카이) 이후 부처 내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서다.

2일 오전 중국공산당 중앙기율위가 푸정화 전 사법부장이 엄중한 기율·법률을 위반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홈페이지를 통해 통보했다. [중공중앙기율위 홈페이지 캡처]

2일에는 사법부장(장관)을 역임한 푸정화(傅政華·66) 중국 정협 사회·법제위원회 부주임이 엄중한 기율 및 법률 위반 혐의로 당 중앙 기율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지난 2018년 공안부 부부장 출신의 멍훙웨이(孟宏偉·68)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총재, 지난해 4월 쑨리쥔 부부장에 이어 시진핑(習近平·68) 집권 2기 들어 세 번째 공안부 ‘호랑이’의 낙마다.

서슬 퍼런 당 기율위의 칼부림에 황금 연휴가 무색하게 중국 정치권이 얼어붙었다. 베이징에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확정할 중공 제 20차 전국대표대회(20대)를 1년여 앞두고 사회적 파급력이 큰 공안 분야에 대한 사전 정지(整地) 작업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 도심 동교민항에 자리한 베이징 경찰 박물관 1층에 전시된 역대 베이징 공안국장 사진. 가장 아래 오른쪽 두번째가 2일 낙마한 푸정화 전 사법부장, 가장 오른쪽이 왕샤오훙(王小洪·64) 공안부 상무부부장 겸 현임 베이징 공안국장이다. 신경진 기자


숙청 쑨리쥔 죄목은 양봉음위죄


중국에서 정치적 사망을 뜻하는 ‘솽카이’를 당한 쑨리쥔은 멍젠주(孟建柱·74) 전 공안부장의 비서 출신이다. 장쩌민(江澤民·95) 전 주석의 상하이방으로 분류된다. 2017년 19차 당 대회 직전 뉴욕으로 건너가 중국 수뇌부의 치부를 폭로하던 궈원구이(郭文貴)를 면담했다. 2019년 범죄인 송환법 개정 반대로 홍콩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을 때는 공안부 산하 홍콩·마카오·대만 판공실 주임을 맡아 현장에서 시위 대응을 지휘했다는 설도 나왔다. 지난해 4월 쑨리쥔이 기율위에 체포되자 해외 중화권 매체는 과거 시 주석에 맞섰던 저우융캉(周永康) 전 상무위원의 체포에 비유하는 대형 사건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30일 기율위가 일곱 가지로 열거한 쑨리쥔의 죄목은 당시 보도가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첫째, ‘두 가지 수호론(兩個維護論·양개유호론)’ 배반이다. ‘양개유호론’은 “시진핑 총서기가 당 중앙에서 핵심, 전당에서 핵심이라는 지위를 확고하게 수호하고, 당 중앙의 권위와 집중적이고 통일된 지도를 확고히 수호한다”는 의미다. 쑨리쥔은 “진정한 이상과 신념을 세우지 않았고, 정치적 야심이 극도로 팽창했으며, 정치적 자질이 극히 악랄해 정치적 유언비어를 만들어 유포했다”며 “겉으로는 따르는 척하면서 속으로는 어겼다(陽奉陰違·양봉음위)”고 기율위가 적시했다. 위·아래를 속이고 정치 자본을 챙겼다고도 강조했다. 쑨리쥔의 불충이 개인에 그치지 않았다는 의미다.
둘째, 개인 파벌을 조성한 죄다. 쑨은 개인의 정치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당내 파벌을 만들고, 개인 세력을 키우고, 이익 집단을 결성해, 당의 통일과 단결을 심각하게 파괴하고 정치 안정을 위협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비밀 자료 숨겨 방출”


셋째, 가장 중요한 비밀 누설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일선에서 직무를 이탈해, 대량의 비밀 자료를 사적으로 숨기고 방출해 오랜 기간 미신 활동을 펼쳤다”는 죄목이다. 지난해 초 우한(武漢)에서 코로나19가 터지자 중공은 우한을 봉쇄하고 중앙지도팀을 현장에 파견했다. 쑨리쥔은 방역 물자의 운송과 현지 치안 책임자로 2월 10일 중국중앙방송(CC-TV) 우한 현지 뉴스에 등장했다. 3월 11일 시 주석이 코로나 발생 두 달 만에 우한을 시찰했다. 4월 19일 기율위는 돌연 쑨리쥔을 기율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체포에서 솽카이 처분까지 조사에만 17개월이 걸렸다.
프랑스 자유아시아방송(RFI)은 2일 코로나19 발발 초기 우한의 사망자 숫자, 우한 바이러스 연구실 자료 등 민감한 기밀의 유출 차단을 책임졌던 쑨리쥔이 호주에 정보를 유출했을 수 있다고 국외 망명인사를 인용해 보도했다.

넷째, 공안을 이용해 당 기율위 조직의 조사에 맞선 혐의다. 자기 사람을 심는 인사 전횡으로 공안과 정법 계통의 정치 생태계를 파괴했다는 죄목이다. 다섯째 공무원 청렴 규정인 중앙의 ‘8항 규정’을 무시한 죄다. 고급 연회와 향응, 호화 아파트를 제공받은 혐의다. 여섯째 도덕적 한계선을 상실한 죄다. 권력과 여자, 돈과 여자를 거래했다고 적시했다. 일곱째는 탐욕이다. 멋대로 권력과 돈을 거래하고 거액의 불법 재산을 받았다.

2일 중앙기율위가 낙마 소식을 알린 사법부장(장관)을 역임한 푸정화(傅政華·66) 중국 정협 사회법제위원회 부주임. [정즈취안 캡처]


공안부장 “쑨리쥔 일파 자수하면 관용”


기율위가 열거한 쑨리쥔 죄목을 공안부는 1일 간부 회의에서 ‘악성 종양’으로 요약했다. 자오커즈(趙克志·68) 국무위원 겸 공안부장은 이날 “기율위가 쑨리쥔 기율 위반 문제를 조사·처분해 당내 ‘악성 종양’과 정치적 우환(복병)을 제거한 것은 매우 영명하며 정확하고 시의적이고 충분했다”면서 “무관용 태도로 부패를 척결하겠다는 단호한 결심을 보여줬다”고 찬사를 쏟아냈다. 이어 “쑨리쥔의 심각한 기율·법률 위반에 관련된 인물과 사안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며 “‘자수하면 관용, 거부하면 엄벌’ 정책에 따라 연루 인물은 적극적으로 수사에 협조하라”고 주문했다.

공안 실세, 전 법무장관까지 숙청


2일 오전에는 푸정화 전 사법부장(한국의 법무장관 해당)이 낙마했다. 지난 2010년 베이징 공안국장으로 천상인간(天上人間), 명문야연(名門夜宴) 등 초호화 클럽을 매매춘 위반 혐의로 급습 단속해 이름을 날린 대표적인 중국 공안 내 수사통이다. 아직 ‘엄중한 기율·법규 위반’ 혐의만 드러난 상태다. 푸정화는 2012년 링지화(令計劃) 당시 당 중앙판공청 주임의 아들 링구(令谷)의 페라리 교통 사망 사고를 수사 처리한 뒤 장쩌민·후진타오·시진핑에게 별도 보고한 경력을 갖고 있다고 홍콩 명보가 3일 보도했다. 이후 시진핑 집권 이후인 2014년 공안부 부부장 신분으로 저우융캉 전 상무위원의 죄목을 수사 처리해 시 주석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중국이 불법으로 규정한 파룬궁(法輪功) 문제를 전담하는 중앙 610 판공실 주임을 거쳐 2018년 사법부장으로 승진했다.

북경청년보 SNS 매체 ‘정즈취안(政知圈)’는 3일 푸정화 낙마 소식을 알리며 ‘세 가지 무릇(三個凡是)’이란 철의 규율을 그의 트레이드 마크로 소개했다. 2010년 베이징 공안 최고 책임자에 부임한 푸정화는 무릇 범죄 혐의자에게 몰래 단속 정보를 누설한 자, 무릇 경찰 비밀을 누설해 인정에 따라 일을 처리한 자, 무릇 청탁과 뇌물을 받은 자는 예외 없이 면직 처분을 지시했다는 것이다.


시진핑 심복 왕샤오훙 공안부장 승진 전망


쑨리쥔과 푸정화 낙마 이후 중국의 공안과 사법은 시진핑의 복심으로 알려진 왕샤오훙(王小洪·64) 공안부 상무부부장이 주도할 전망이다. 왕샤오훙은 시 주석이 푸젠(福建) 푸저우(福州 )시 당 서기였을 때 시 공안국장으로 호흡을 맞췄던 인물이다. 지난 7월 21~23일 시진핑 주석의 집권 후 첫 티베트 시찰 당시 시 주석의 지근 거리에서 수행하는 모습이 CC-TV 카메라에 잡혀 곧 공안부장으로 승진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시 주석의 3연임 길 닦기가 오는 11월 열릴 중공 제19기 6차 중앙위원회 전체회의(6중전회)를 앞두고 속도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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