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언론 톺아보기]흥미진진한 프랑스 저널리즘 총회
[유럽언론 톺아보기]
기후 위기 시대 언론의 역할을 묻다
[미디어오늘 진민정 한국언론진흥재단 책임연구위원(파리2대학 언론학 박사)]
'저널리즘 총회(Assises internationales du journalisme)'라는 행사가 있다. 프랑스 저널리즘 분야의 대표적인 연례행사로 2007년 퀄리티 정보의 생산 조건을 규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수 많은 언론인들의 지지를 받으며 등장한 저널리즘 총회는 저널리즘 관행에 대해 토론하고 반성하는 공간으로 언론인, 언론사 경영진, 저널리즘스쿨 학생, 미디어 연구자, 미디어 교육 전문가, 교사, 청소년 등 저널리즘 및 미디어교육 분야의 다양한 행위자들을 비롯, 모든 시민에게 열려있다. 해마다 800명가량의 언론인과 수천명의 시민들이 참여해온 이 행사는 올해도 프랑스 중서부에 위치한 투르에서 9월29일부터 10월1일까지 열린다.
그 해 선정된 테마를 둘러싼 토론, 저널리즘 실습, 워크숍, 각종 시상식, 전시회, 저널리즘 도서 박람회 등을 포괄하는 이 행사의 올해 테마는 '기후 위기와 저널리즘의 책무'다. 이를 위해 행사의 주관자들은 코로나19 및 기후 위기 보도에 대한 시민 인식 및 그들이 저널리즘에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고자 대규모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행사를 주관하는 '저널리즘과 시민권 협회' 제롬 부비에 회장은 “저널리스트들이 시민의 의견, 시민의 일상, 시민이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를 경청해야만 한다. 저널리스트는 단지 자기 매체의 구독자뿐 아니라 모든 시민들에게 유용한 존재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한다. 시민과의 대화에 앞서 저널리즘 작업의 유용성을 측정하고 시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총회의 프로그램을 살펴보니 상당히 흥미진진하다. 9월 28일 전야제에는 '기후행동에 나선 청소년들, 언론에 질문하다'라는 주제로 청소년들과 언론인들 사이의 대화를 마련했고, 본 행사에는 수십 개의 토론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기후 위기와 팬데믹, 언론의 책무', '기후, 생물다양성: 저널리즘 협업의 필요성', '언론과 기후, 역사적 관점', '탄소제로 미디어는 가능한가?', '청소년 매체는 어떻게 기후를 다루는가?', '농업과 저널리즘', '지역의 기후 위기 보도', '기후 보도: 솔루션 저널리즘적 접근 방식' 등을 비롯, 다양한 측면에서의 기후 보도 문제뿐 아니라 일상적인 저널리즘 관행에 관한 토론과 아울러 청소년들이 직접 저널리즘 제작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나 기후변화 보도 분야의 '레전드'라 불리는 몇몇 저널리스트와의 대화도 마련되어 있다.
팬데믹과 기후 위기의 시대,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동시에 언론의 책임도 무겁다. 제롬 부비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저널리즘은 과학자들과의 공개 토론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인 연결 고리다. 코로나19는 과학적 정보가 여전히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기후는 전염병 위기와 마찬가지로 불안을 유발하는 주제다. 그러나 언론은 그 불안을 더 키우거나 여론을 마비시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긴박한 기후 위기를 늦추기 위해 에너지 전환에 대한 제안과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우리에게도 언론인들에 의해 자발적으로 마련된 이러한 행사가 시급하다. 언제까지 기후 위기나 불평등과 같은 인간의 활동 전체를 조건화하는 중대한 주제는 무시하고, 정치인 발언이나 선정적인 뉴스, 베껴 쓰기 기사로 온라인을 도배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언론인들이 언론 현장에서 느끼는 고민을 공유하고 그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고, 나아가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들의 작업을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혹 그런 날이 오더라도 언론의 불신이 사라지진 않겠지만, 적어도 이를 통해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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