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명태..뜨거워진 바다에 17억 들여 163만 마리 뿌렸다

임성빈 2021. 10.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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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이 선호하는 생선 중 하나인 명태는 이제 동해에서 잘 잡히지 않는다. 명태를 되살리기 위해 정부는 지난 7년간 17억원이 넘는 돈을 들였다. 문제는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명태가 살기에 동해가 예전처럼 차갑지 않다는 점이다. 결국 정부는 지난 2019년부터 명태잡이를 아예 금지했다.

3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양수산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2014년부터 17억4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총 163만 마리의 명태를 동해에 방류했다.

한류·난류성 대표 어종과 어획량 변화.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09~2013년 연평균 1t에 그쳤던 명태 어획량은 정부가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2014~2018년 평균 3t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과거와 비교하면 턱없이 적은 양이다. 1970년대 명태 어획량은 평균 6만2730t이었고, 1980년대 8만3056t으로 늘었다가 1990년대 1만2079t, 2000년대 162t으로 급감했다.

대표적 한류성 어종인 도루묵과 임연수어의 2010년대 어획량도 1970년대 수준의 반토막이 났다. 반대로 오징어·고등어·멸치 등 비교적 높은 온도에서 잘 사는 난류성 어종은 어획량이 증가했다.

동해는 점점 따뜻해지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최근 50년 동안 한국 연근해의 표층 수온은 약 1.0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 지구의 표층 수온은 약 0.52℃ 올랐다.

지난 2018년 강원도 한해성수산자원센터는 고성군 연안에 인공 양식한 어린 명태 50만 마리를 방류했다. 고성군청=연합뉴스

높은 수온 탓에 명태가 동해에 살기 어려워졌는데 정부가 예산을 계속 투입해 왔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명태 생산량이 줄어든 것은 과도한 어획이 큰 원인”이라며 “명태가 동태(얼린 명태), 북어(말린 명태), 황태(한겨울에 얼리고 녹이기를 반복해 말린 북어) 등으로 인기가 있고, 명태 새끼인 노가리까지 다 잡아버렸으니 높아진 수온에 적응할 개체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온 상승 등 복합적 요인도 작용했을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2015년 방류했던 명태 1만5000마리 가운데 동해 수온에 적응해 지금까지 생존한 것을 직접 확인한 사례는 지금까지 17건이다. 연구를 위해 특별히 채집한 사례이기 때문에 실제 살아있는 명태는 훨씬 더 많을 것이란 게 해수부의 추정이다. 해수부는 최소한 10년은 지켜봐야 동해 명태 살리기 사업의 성과를 알 수 있다고 본다.

어기구 의원은 “우리나라 연근해 수온이 높아지면서 어류 생산량도 변해 국민 수산물 수급 안정에도 위협이 되고 있다”며 “명태 살리기 프로젝트와 같이 수산자원 회복 방안을 마련하려면 기후 온난화로 인한 서식지 변화 등을 고려해 정확한 원인 진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임성빈 기자 im.soungb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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