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바뀌며 윤박도 바뀐다

류가영 2021. 10. 3.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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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바뀐 공기. 데뷔 10년 차에 인생의 전환기를 맞이한 윤박과 나눈 진짜 이야기.

Q : 쉴 틈이 없네요. 〈너는 나의 봄〉 끝나고 휴식 없이 내년 방영 예정인 〈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촬영에 들어갔어요

A : 전 쉬는 것보다 일하는 게 좋아요. 잘 쉬는 것도 능력이라는데 그런 능력은 없나 봐요. 세금도 내야지, 이사도 가야지, 틈틈이 강아지 사료도 챙겨야지, 쉼 없이 돈 벌어야 할 이유가 참 많아요.

Q : 얼마 전 종영한 〈너는 나의 봄〉은 로맨스에 스릴러를 품은 드라마였죠. 스릴러 중심에서 극 전반의 분위기를 흔드는 쌍둥이 형제를 연기했는데, 배우로서 욕심나는 동시에 부담도 있었을 것 같아요

A : 소시오패스인 이안 체이스와 로맨티스트 채준. 전혀 다른 성향의 1인 2역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게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정말 하고 싶었고, 잘해내고 싶었죠. 캐릭터에 대한 부담보다 서현진, 김동욱 선배처럼 함께한 배우들이 워낙 연기를 잘하는 분들이라 그 안에 잘 녹아들 수 있을지, 부족해 보이지는 않을지가 더 걱정이었어요.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그런 고민은 싹 사라졌지만요. 현장이 너무 즐거웠거든요.

오버핏 수트와 시스루 톱은 모두 Valentino.
다이아몬드 패턴의 니트와 블랙 팬츠는 모두 Valentino.

Q : 메이킹 영상을 보니 분위기 메이커더군요. 성향 자체가 긍정적이려나 싶었어요

A : 옛날엔 더 천방지축이었어요. 긍정적인 성격이 제 무기 중 하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어느 순간 어두운 면이 생기더라고요. 큰 고비가 있었던 건 아니에요. 여러 가지로 과도기였던 것 같아요. ‘내가 배우를 계속할 수 있을까?’ ‘연기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처럼 뚜렷한 답이 없는 고민이 계속됐죠. 그게 불과 3~4년 전 일이에요.

Q : 지금은 과도기를 잘 넘겼나요

A : 밝은 쪽으로 넘어가는 중이에요. 작품 때문에 힘들었는데, 작품으로 또 극복이 되더라고요. 특히 제 연기를 좋게 봐주는 분들의 말이 큰 힘이 돼요. ‘그래도 아직은 쓸모 있는 배우구나’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Q : 〈너는 나의 봄〉 속 인물처럼 트라우마를 극복한 경험이 있다면

A : 중학교 때 부모님이 이혼하셨어요. 편부 가정에서 자랐는데 ‘엄마 없는 애’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아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내색을 잘 안 했어요. 이왕이면 밝고 긍정적으로 행동하려 하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돌아보니까 그게 제 성격이 됐더라고요. 트라우마까지는 아닌데, 성격에 영향을 미친 면이 없지 않아요.

Q : 갑자기 궁금하네요. ‘어린 윤박’을 만난다면 무슨 말을 해줄지

A : 잘하고 있다. 그리고 아버지한테 더 고마워하라고 말해 주고 싶어요. 한눈팔지 않고 달릴 수 있었던 건 전부 아버지 덕분이에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인데도 늘 넘치는 응원과 지원을 해주셨어요.

Q : 예명으로 오해받기도 하는 ‘윤박’은 본명이죠.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A : 다스릴 윤(尹)에 넓을 박(博)이에요. 큰어머니가 ‘큰사람 되라’는 뜻으로 지어주셨는데, 알고 보니 ‘박’ 자가 도박할 때 ‘박’과 같더라고요. 양날의 검처럼 느껴지는데… 잘못 살면 딴 데로 빠지기 쉽겠다 싶어서 정신 바짝 차리고 있어요(웃음).

Q : 데뷔 10년 차예요. 10년 동안 연기에 대한 생각도 조금은 달라졌을지

A : 어떻게’보다 ‘왜’에 더 집중하게 됐어요. 저는 ‘어떻게’가 표현의 영역이라고 느껴요. 옛날에는 ‘왜’라는 본질적인 것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잘해 보일지에 집착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그런 면이 아예 없지는 않지만 ‘왜’를 조금 더 생각해요. 내가 이 작품을 왜 해야 되는지, 이 역할에 왜 욕심이 나는지 등등. 그게 변화라면 변화예요.

Q : 되도록 오래 연기하고 싶다고 꾸준히 말해 왔어요.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나요

A : 관계요. 아무리 힘든 현장이라도 함께하는 스태프, 배우들과 관계가 좋으면 서로 이해해 주는 지점이 생겨요. 그리고 이 일을 하는 한 만난 분들을 계속 만나게 될 텐데, 소문이 좋지 않게 나면 저에 대한 선입견이 생겨서 다음 관계에 영향을 줄 수 있죠. 반대로 관계를 잘 맺어두면 많은 면에서 선순환이 일어나고요. 그리고 또 하나는 건강!

네이비 니트는 Boss Men.
컷아웃 디테일의 화이트 티셔츠와 레더 팬츠는 모두 Alexander McQueen. 스니커즈는 Vans. 볼드한 실버 브레이슬렛은 Verutum.

Q : 건강을 위해 실천하는 게 있다면

A : 영양제를 잘 챙겨 먹어요. 유산균, 비타민 C, 오메가 3, 커큐민…. 많다고요? 이전에는 스피룰리나, 클로렐라, 아마씨유도 챙겨 먹었는걸요. 지금은 많이 줄였어요. 또 건강 때문은 아니지만 ‘1일 1팩’도 생활화하고 있어요. 나이 들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주름은 배우의 다양한 결을 나타내는 나이테라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잘 가꿔진 모습을 조금 더 오래 보여드리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요. 요즘은 술에 취해도 팩은 꼭 하고 자요.

Q : MBC 대학가요제 출신이라는 이력도 흥미로워요. ‘한예종(한국예술종합학교) 06학번’ 동기들과 결성한 밴드 ‘못 노는 애들’은 이름부터 인상적입니다

A : 두 가지 의미가 있어요. 저희 학교는 과제부터 연습까지 해야 할 게 정말 많았거든요. 그래서 놀고 싶어도 못 논다는 뜻 하나. 또 하나는 다들 실제로 못 놀았어요. 놀아봤자 학교 근처 술집에서 술 마시는 정도? 그래서 그런 이름을 붙였죠.

Q : 지금 ‘잘 어울려 노는 친구’는 곽동연, 연우진 씨죠? 한쪽은 열 살 어린 동생, 한쪽은 세 살 많은 형이네요. 동생을 대할 때와 형을 대할 때 다른가요

A : 똑같아요. 나이 차를 의식했다면 지금처럼 친해지지 못했을 거예요. 둘 다 장난기가 많지만, 진지할 땐 한없이 진지한 사람이라는 것도 서로 잘 맞는 이유죠. 두 사람을 제외한다면… 윗사람과 있을 때 좀 더 편한 것 같아요. 제가 형들에게 잘 ‘앵기’거든요(웃음).

Q : 관계와 소통에서 중요한 건 뭘까요

A : 관계엔 지켜야 할 선이라는 게 있잖아요. 문제는 사람마다 그 선이 다르다는 건데 친할수록 그 선에 대해 예민해질 필요가 있다고 느껴요. 친하다는 이유로 그 기준에 무심해지곤 하니까요.

Q :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 〈온앤오프〉에서 보여준 ‘엉망진창 셀프 인테리어 도전기’가 많은 웃음을 자아냈어요

A : 제 인생이 전반적으로 그런 것 같아요. 열심히는 하는데, 마음처럼 잘 안 돼요. 게임 하는 거 좋아하는데, 잘 못하고요. 운동도 수영 · 야구 · 테니스 등 되게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데 잘은 못해요. 요리도 마찬가지고요. 이젠 그러죠. 내가 좋아하면 됐지, 뭐(웃음).

Q : 좋아하는데 잘하기도 하는 것은

A : 음… 소비?

Q : 하하하. 지출 목록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뭔가요

A : 요즘은 야구 글러브요. LG 트윈스 오지환 선수가 쓰는 것과 동일한 스펙의 글러브를 주문해서 두 달 만에 받았어요. 제 이름을 자수로 새겨서요. 글러브 중에도 1루미트라는 게 또 따로 있는데, 그것도 최근에 해외 직구로 구매했어요. 아, 이놈의 장비 욕심….

레더 블루종과 스웨터는 모두 Berluti. 실버 네크리스는 Attica.

Q : 다섯 마리 반려견을 키우는 ‘개아빠’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틈틈이 유기견 보호소를 찾아가 봉사 활동도 하고요. 반려견과 함께하는 삶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 뭐랄까, 사실 천사의 마음으로 이 아이들과 함께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유기견 봉사도 그렇고,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조금 나은 사람이 된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자체가 저에겐 힘이 돼요. 제가 반려견을 돕는다고 하는데, 아니에요. 반려견을 통해 제가 얻는 것이 훨씬 많아요.

Q : 참, 어떤 계절을 좋아하나요

A : 가을에서 겨울 넘어가는 혹은 여름에서 가을 넘어가는 아주 짧은 그 타이밍을 좋아해요. 특히 계절이 바뀔 때 나는 냄새가 저는 참 좋더라고요. 이제 환절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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