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대장동 의혹 '키맨' 유동규 구속영장.."11억 빌린 것 와전" 해명
검찰이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과 이익배분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성남시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일 유 전 본부장에게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 등의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전날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한 병원 응급실에서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전날 오후 9시 40분쯤까지 12시간가량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은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서울구치소에서 머문 뒤 이날 오전 10시쯤 다시 소환돼 추가 조사를 받았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추진하면서 화천대유자산관리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에게 과도한 배당이익이 가도록 하는 이익배분 구조 설계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성남시가 100% 출자한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지분 ‘50%+1주’를 투자해 1830억원을 우선 배당받았다. 그런데 민간사업자로 참여한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 천화동인은 합계 7%에 불과한 지분(자본금 3억5000만원)을 갖고도 4040억원의 배당이익을 누려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30일부터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성남의뜰 주주협약서 작성 당시 유 전 본부장의 지시로 민간의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뺐다는 취지의 진술을 받고 유 전 본부장에게도 이를 캐물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 성남도시개발공사의 한 관계자는 “당시 ‘캡’(민간 초과이익 환수) 조항만 있었다면 지금의 대장동 사건은 없었을지 모른다”며 “당시 캡 조항 삭제를 반대하는 이들은 유 전 본부장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또 이 같은 이익배분 구조 설계의 대가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에 대해서도 추궁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혹은 앞서 참고인으로 조사를 받은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 담겨 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에겐 화천대유 관계사 중 하나인 천화동인 1호를 차명 소유하면서 700억원대의 배당 수익을 약속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하지만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런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성남도시개발공사 팀장을 지낸 정모 변호사와 천연비료사업을 함께 하면서 사업 자금을 빌린 것이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차용증을 쓰고 11억8000만원을 빌렸고, 천화동인 1호의 수익금은 김만배씨(화천대유 대주주)가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빌렸다고 주장하는 11억8000만원이 사실상 화천대유에 특혜를 주고 대가로 받은 돈으로 의심하고 있다. 1억원 이상의 뇌물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에 따라 10년 이상의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 다만, 검찰은 지난 이틀간의 조사에서 이 같은 정황이 담긴 ‘대장동 녹취록’의 내용을 유 전 본부장에게 보여주진 않았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이날 중앙일보에 “검찰이 녹취록을 제시하지 않아 나도 궁금할 정도”라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 측은 정 회계사의 뺨을 때렸다는 보도에 대해선 “술기운에 뺨을 때린 건 맞는데 이번 사건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와의 관계에 관해선 “공동 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두고 김만배씨와 정 회계사가 서로 상대방이 부담하라고 싸우게 됐고, 유 전 본부장이 중재하다가 녹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 회계사 등과의 대질 조사는 없었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3일 오후 2시에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한편 곽상도 무소속 의원,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국정농단 특별검사 등의 뇌물 수수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전날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의 퇴직금을 받은 곽 의원의 아들 곽모(31)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 곽 의원은 이날 의원직 사퇴를 발표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이영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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