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시체 폭로후 실종' 中 시민기자, 600일만에 나타나 한 말
지난해 초 중국 우한(武漢)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실태를 고발했다가 실종됐던 한 시민기자가 600일 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1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우한 참상을 고발한 인권변호사 출신 시민기자 천추스(35·陳秋實)가 최근 친구이자 이종격투기 선수인 쉬샤오동(徐曉冬) 유튜브를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천추스는 영상에서 “지난 1년 8개월 동안 많은 경험을 했다”면서 “어떤 것은 말할 수 있지만, 어떤 것은 말할 수 없다. 여러분들이 이해해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쉬샤오동은 유튜브에 “관심 가져줘서 고맙다”며 “현재 천추스 컨디션은 좋다”고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천추스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를 보도하면서 이름을 알렸다. 당시 그는 ‘폭도들의 시위’라는 중국 당국의 설명과는 달리 대부분 평화적으로 시위가 진행됐다는 영상을 중국판 소셜미디어 웨이보에 올렸다가, 웨이보 계정이 삭제되기도 했다.
이후 그는 코로나 사태가 심각해지던 지난해 1월 우한으로 넘어가 현장 상황을 전했다. 천추스는우한의 임시 격리 병동, 장례식장을 촬영해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첫 영상에서 그는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우한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운 나쁘게 코로나에 감염되어도 이곳을 탈출해 피해를 끼치는 일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봉쇄된 우한의 병동의 열악한 실태를 보여주거나, 병원 장례식장에 잠복해 실제 사망자 수가 중국의 공식 발표와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렸다. 그는 “병원 복도에 코로나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의 시체가 널려있다. 눈에 띄는 사람 중 절반 정도는 산소호흡기를 차고 있다. 장례식장이 쏟아지는 시신을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가는 사람도 있다. 마스크는 물론 모든 의료물자가 부족하다”며 도움을 호소했다.
그러나 천추스는 얼마 후 연락이 끊기며 사라졌고 이후 가족들은 중국 당국으로부터 그가 격리됐다는 통보만 받았다. 그러다 지난 4월 그의 소식이 다시 전해졌다. 당시 홍콩 명보는 당국에 구금됐던 천추스가 석방돼 1년 만에 가족에게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쉬샤오동은 유튜브를 통해 천추스는산둥성 칭다오에 있는 부모의 집으로 돌아왔으며,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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