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이 형님할라" 남 얘기 아니다..쉰둥이 아빠 역대 최대 [뉴스원샷]

손해용 2021. 10. 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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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해용 경제정책팀장의 픽: 늘어나는 늦둥이 아빠·엄마


지난해 12살 연하 여성과 결혼식 없이 혼인신고 후 재혼 생활을 이어오던 개그맨 김구라(51)가 아내의 출산 소식을 전해 최근 화제를 모았다. 그처럼 50대에 2세 소식을 알리는 연예인들이 적지 않다. 영화배우 신현준(54)·정준호(53), 가수 지누(50)·신성우(54) 등이 50대에 이른바 ‘쉰둥이’를 얻었다. 50세에 시험관 시술로 아들을 본 개그맨 홍록기(52)는 방송에 출연해 “아들이 태어나고 외모에 더 신경을 쓰고 있다. 초등학교 갔을 때 교감 선생님이 ‘형님’ 하고 인사하고 그러면 어색하다”며 건강관리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늦깎이 아빠는 연예인들만의 얘기가 아니다. 50세가 넘어서 늦둥이를 보는 아빠는 통계상으로도 꾸준히 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늘어나는 ‘쉰둥이’ 아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가운데 아버지 나이가 50세 이상인 경우는 2316명으로 전년(2212명)보다 4.7% 늘었다. 출생아 수가 해마다 급감하고 있지만, 50대 늦둥이 아빠는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93년(751명)부터 계속 늘고 있다. 70대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긴 하지만,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잡힌다.

연령대를 40대 이상으로 넓히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계속 커지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7만2337명인데, 아버지의 연령이 확인되지 않는 2753명을 제외한 26만9584명을 기준으로 하면 40세 이상 아빠(4만5974명) 비율이 17.1%다.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아버지는 6명 가운데 한명 꼴로 40대 이상이라는 뜻이다.

40대 이상에서 늦둥이를 본 아빠 비중.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1993년 2.1%였던 이 비중은 2012년 10.5%로 10%대를 넘어서더니 계속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저출산으로 아기 울음 소리는 줄고 있는 가운데, 아빠의 연령대는 갈수록 고령화되고 있다.

여성의 경우 40대 이상 산모의 출산율은 계속 늘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모(母)의 연령별 출산율’(해당 연령 여자 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 자료에 따르면 40~44세 산모의 출산율은 전년보다 0.1명 증가한 7.1명이다. 지난해 전 연령대 가운데 유일하게 40~44세만 출산율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45~49세는 매년 0.2 수준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

해마다 높아지는 40~44세 산모 출산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처럼 늦둥이 아빠·엄마가 늘어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경제적 안정을 이룰 때까지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많아졌고, 재혼 후 새로 꾸민 가정에서 자녀를 원하는 40대·50대도 많다. 이미 자녀를 둔 부부들도 예상치 못한 늦둥이를 ‘하늘이 주신 선물’로 생각하고 출산에 적극적이다.

특히 40대 여성의 출산율 증가에는 ‘의학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 많다. 인공수정·시험관 아기 등 불임 치료가 일반화됐다. 여기에 고령 산모의 임신과 출산을 돕는 의료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들의 임신 확률을 높였다.

차승은 수원대 아동가족복지학과 교수는 “40대·50대에 출산하고 양육하는 일은 미국·유럽 등에서는 이미 일상화된 일로 새삼스럽지 않다”며 “한국에서도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차 교수는 이어 “늦은 나이에 본 아이가 가족에게 주는 기쁨과 만족도가 큰 편”이라면서 “다만 환갑이 지나서 아이가 대학에 다니게 될 텐데, 노후 준비가 안 된 상황에서 생계 및 자녀 뒷바라지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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