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이 콕 집은 中 '와인굴기' 심장.."佛 보르도 10년 내 따라잡는다"
날씨·토양·사람 고급 와인에 적합
시진핑 시찰 후 각종 지원책 홍수
연간 1.3억→2035년 6억 병 목표
전 중국 와인 생산·수입량은 줄어
고급 와인 시장 개척 임무 떠맡아
“프랑스 용어 떼루아(terroir·풍토)는 좋은 와인에 필요한 천시(天時)·지리(地利)·인화(人和)를 말한다. 이곳 허란산(賀蘭山) 동쪽 기슭의 떼루아는 보르도에 견줄 만 하다.”
지난달 27일 중국 서북부의 오지인 닝샤(寧夏) 인촨(銀川)시 제이드(Jade·嘉德) 와이너리에서 만난 자오원양(趙文洋) 포도 재배사의 자부심이다.
오래전 한국에 와인 열풍을 몰고 온 일본 만화 ‘신의 물방울’이 소개한 와인 용어 ‘떼루아’를 중국의 벽지 닝샤에서 접했다. 떼루아는 기후·지형·토양·경관·생물 다양성·인문의 조화를 일컫는 말이다. 제이드 와이너리의 대표 딩젠(丁健)도 “천부적이고 우월한 떼루아가 없다면 세상이 놀랄 만한 와인도 없다”며 “프랑스에 보르도가 있다면 중국에는 허란산 와인”이라고 자랑했다.
중국 와인의 수도로 부상 중인 닝샤는 황하(黃河)가 상류에서 북쪽으로 굽어 오르다 휘어 내려오는 오르도스(몽골어로 궁전) 고원에 자리한 인구 720만의 후이족 자치구다. 과거 흉노·선비·돌궐·탕구트·토번·몽골 등의 근거지였다. 천 년 전 이곳에 세워진 서하(西夏)는 송(宋)과 맞서며 자체 문화를 꽃피우기도 했다.
해질녘 하얀색 건물이 인상적인 닝샤의 대표 와이너리 제이드는 해발 2000~3000m급 봉우리가 즐비한 허란산 동쪽 기슭에 자리했다. 15만㎡ 면적의 포도밭에는 프랑스 보르도에서 가져왔다는 카베르네 소비뇽 묘목에 알알이 열린 포도 열매가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다.
허란산 와인은 고급을 지향한다. 제이드의 플래그십 와인인 아리아 리저브 2015년 빈티지는 지난 2018년 베이징에서 열린 콩쿠르 몽디알 드 브뤼셀(Concours Mondial de Bruxelles) 금상, 2017년 프랑스 길버트&가일라드 대회 금상 등을 수상하는 등 호평을 받았다. 소매가격은 1580위안(29만원). 14개월간 숙성한 오크통에서 숙성된 부드러운 우디향이 인상적이었다.
자오 재배사는 허란산 와인이 중국산 와인의 첨병이 된 배경으로 하늘·땅·사람의 조화를 강조했다.
먼저 날씨다. 북쪽으로 흐르는 황하와 나란한 허란산 동쪽 기슭은 전형적인 반건조 대륙성 기후다. 연간 강수량은 100~300㎜에 불과하고 3000시간 이상의 풍부한 일조량을 자랑한다. 향기롭고 달콤한 포도 생산에 최적지다.
다음은 토양. 허란산 동쪽으로 부채 모양의 평원은 해발 1180m, 경사도 2%로 돌과 모래 함량이 많다. 배수와 통풍에 좋다. 지표 부근에서 낮과 밤 온도 차가 커 포도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보존이 잘된다.
인문 환경도 와인에 맞춰 진화했다. 영하 27℃ 아래로 떨어지는 겨울 추위를 피하기 위해 가을 수확을 마치면 포도 줄기를 땅속에 묻는다. 적절한 온도와 습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다. 작업은 중국의 대표적인 빈곤 지대인 닝샤 남부에서 정책에 맞춰 이주한 농민이 맡는다. 향촌 진흥으로 이름 바꾼 탈빈곤 사업과 와인 산업의 결합이다. 정부도 돕는다. 최근 10여년 동안 와이너리의 초창기 막대한 투자비와 황하의 물을 지하 수로로 끌어오는 등 재정·행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지난달 25일 베이징에서 비행기로 2시간여 날아 도착한 닝샤 후이족자치구에는 이미 200개 와이너리가 연간 와인 1억3000만 병을 생산하고 있었다. 26일 열린 제1회 중국 닝샤 국제 와인 문화 여행 엑스포 개막식에 참석한 천주(陳竺) 중국 전인대 부위원장은 “제1회 와인 엑스포는 당 중앙과 국무원(정부)이 닝샤에 부여한 중대한 사명”이라며 “국가급 포도·와인 산업의 개방 시범구로 조성해 중국의 와인과 와인 문화를 세계로 뻗어 나가게 만들라”고 주문했다.
닝샤 정부는 중앙의 지원을 배경 삼아 2025년까지 매년 3억 병, 2035년 6억 병을 생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2020년 약 5억 병을 생산한 프랑스 보르도를 뛰어넘는 세계적인 와인 메카로 키우겠다는 목표다. 현재 367㎢(55만 무·亩)로 서울 면적의 60% 정도인 닝샤 전체 포도밭 면적도 서울의 1.65배로 지금보다 세 배가량 넓힐 예정이다.
닝샤의 대대적인 와인 굴기 배경에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있다. 2016년에 이어 2020년 다시 닝샤를 시찰한 시 주석은 위안스 와이너리(源石酒莊)를 직접 방문했다. “인민의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와인 산업은 전망이 좋다”며 “와인 산업과 황하 치수를 함께 발전시키고, 생태 회복과 결합하며, 문화 콘텐트를 증강하고 마케팅을 강화해 자체 유명 브랜드를 만들어 부가가치를 높이라”고 세세히 주문했다. 시 주석의 지침이 떨어지자 당국은 닝샤를 와인 산업 시범구로 지정하고 국가급 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총체적인 청사진을 발표했다.
26일 엑스포 개막식이 끝난 뒤 찾은 위안스 와이너리에는 가족 단위 여행객과 가이드와 함께 온 단체 관광객도 눈에 띄었다. 지난해 6월 9일 시 주석이 들렀던 장소에는 6·9 광장, 6·9 정자와 어록을 새긴 기념비가 보였다. 1인당 와인 등급에 따라 40위안(7400원)부터 150위안(2만8000원)까지 다양한 시음 메뉴도 마련했다. 프랑스 보르도와 미국 나파의 와인너리 투어 모델을 쫓는 새로운 여행 장르가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모양새다.
닝샤 와인의 깊은 맛과 잠재력에 주목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도 높다. 동행했던 왕허산(王和山) 닝샤 정부 부주석은 “허란산 기슭은 포도 재배의 황금 지대로 불리는 북위 38도 일대”라며 “이미 24개국 투자자가 60여 와이너리에 투자했다”고 소개했다. 현지에서는 아직 황무지로 개간을 기다리는 부지를 확보해 포도밭을 조성하려면 최소 2000만 위안(약 37억원)부터, 와이너리 양조장 건물까지 갖추는 데 1억 위안(184억원)대의 투자금이 필요하다고 귀띔했다.
당국의 거창한 목표와 달리 중국 와인 시장은 최근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올 8월까지 중국의 누적 와인 생산량을 1억6500만 리터로 발표했다. 전년 대비 6.3% 감소한 수치다. 2013년을 정점으로 하락세는 이어지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와인 매체 와인망은 최근 지난 2020년 중국의 와인 생산량은 4억1300만 리터로 전년보다 6.1%, 와인 수입량은 4억7140만 리터로 전년보다 28.8% 줄었다고 보도했다. 와인 생산과 수입이 줄어든 이유로 전문가들은 중국 와인 시장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설명한다. 중국 소비자의 취향이 고급화되면서 고가 와인 수요는 늘어나는 반면 전체 소비량은 줄어드는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닝샤는 중국 와인 산업의 양질 전환기에 고급 와인 시장을 개척하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은 셈이다.
또 닝샤의 와인 굴기가 호주산 와인에 218.4%라는 고율의 반덤핑 관세를 부과한 뒤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도 주목된다. 외국산 와인 수입을 중국산으로 대체하겠다는 셈법이다. 중국이 추진 중인 이른바 국내 대순환과 국내·국제 쌍순환이 수입 대체를 통한 내수 활성화 전략이라는 점을 닝샤의 포도밭만 봐도 꿰뚫을 수 있다.
인촨=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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