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방뇨 모습 촬영·유포 범죄 아니다?" 스페인 공분

이주연 2021. 10. 2.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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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에서 여성들이 방뇨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가 범죄가 아니라는 결정이 나오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3년 전 여성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어 일으킨 '늑대무리 사건'이 재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 파블로 무뇨스 바스케스 판사는 노상 방뇨하는 여성과 여아 80명 이상을 몰래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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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장소서 촬영, 사생활 침해 아니다..범죄 간주 안돼" 판단에
"여성 범죄 솜방망이 처벌" 비판 여론 확산
AP뉴시스


스페인에서 여성들이 방뇨하는 모습을 몰래 촬영해 유포한 혐의가 범죄가 아니라는 결정이 나오면서 비판이 쏟아졌다. 3년 전 여성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 논란을 불어 일으킨 ‘늑대무리 사건’이 재현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스페인 법원 파블로 무뇨스 바스케스 판사는 노상 방뇨하는 여성과 여아 80명 이상을 몰래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사건을 처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영상이 공공장소에서 녹화됐기 때문에 범죄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이 판단의 이유였다.

사건은 2019년 북서부 세르보 마을에서 열린 지역축제 당시 발생했다. 당시 화장실이 부족해 몇몇 이들이 골목에서 소변을 봤고, 이 모습을 신원미상의 인물이 몰래카메라로 촬영해 성인사이트에 유포한 것으로 파악됐다.

상당수의 영상 속에는 여성들의 성기와 얼굴 등이 클로즈업돼 있었다. 포르노 사이트에 게재된 영상 중 일부는 돈을 지불해야 볼 수 있도록 상업적으로 이용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이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은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법적 조치에 나섰다. 바스케스 판사는 처음 해당 사건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여성단체가 이의를 제기했지만, 기존의 결정을 뒤집진 못했다.

법원의 판단은 영상이 사적공간이 아닌 공공장소에서 이뤄진 촬영이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원은 피해자들의 동의가 없었더라도 공공장소 내 촬영은 범죄구성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민사로 접근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방뇨 장면이 촬영된 스페인 여성들이 판사에 의해 모욕당했다'는 제목의 BBC 보도. BBC 홈페이지 캡처


피해자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영국 인디펜던트지는 피해자 규모가 최소 100명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자신이 영상에 올라왔다는 사실을 지인에게 들었다는 한 피해 여성은 “영상을 보고 눈물이 났다”면서 최근 법원 결정 소식에 더 큰 절망에 빠졌다고 밝혔다. 그는 “누군가 거리에서 당신을 촬영하고 영상을 포르노 사이트에 올려 돈을 버는 행위가 괜찮다고 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결정에 반대하는 시위와 온라인 캠페인도 확산되고 있다. 이레네 몬테로 양성평등부 장관도 반대 물결에 힘을 보탰다.

더욱이 스페인에서 여성 범죄에 대한 솜방망이식 접근으로 인한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에도 법원이 남성 5명이 10대 여성을 성폭행한 ‘늑대무리 사건’에 대해 법원이 강간이 아닌 성적 학대로 판결한 것을 놓고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었다.

이후 대법원은 1·2심을 뒤집고 강간죄를 적용해 가해자들에 대한 형량을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늘렸다.

이주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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