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요자 아우성에도..대출규제 예고나선 文정부
고강도 DSR·전세규제에 서민 실수요자 부담 우려
[아시아경제 김진호 기자] 정부의 잇따른 가계부채 대책으로 '내 집 마련의 꿈'을 접게 됐다는 실수요자의 불만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는 '추가 대출규제 카드'를 검토하고 나섰다. 천정부지로 솟은 집값을 잡기 전까지는 강도 높은 조치를 지속적·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기조다. 다만 가계부채 총량 관리 강화로 이미 시장에서 '대출 기근' 현상이 벌어지는 점을 볼때 대출을 계획했던 서민 실수요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 분명해지는 분위기다.
2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내주 '가계부채 추가 대책'이 발표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정부는 금융당국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가 끝나는 대로 대출규제를 더욱 강화한다는 방침을 예고한 바 있다. 지난달 30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거시경제금융회의’를 개최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정부의 4대 경제·금융당국 수장들이 한 목소리로 가계부채와의 ‘본격적 전면전’을 선포했다. 특히 가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출규제 끝판왕 'DSR 조기도입' 시사
'가계부채 추가 대책'의 핵심으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의 조기 시행이 예상된다. 경제·금융당국 투톱은 이미 이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홍 부총리는 거시경제금융회의 모두발언에서 "가계부채 증가세를 최대한 억제하는 동시에 상환능력 범위내 대출받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 역시 "(가계부채 추가 대책은) 상환능력평가의 실효성 제고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당초 금융위는 차주별 DSR 40% 규제를 3단계에 걸쳐 도입한다는 방침이었다. DSR 40%는 연소득 대비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액을 40% 내로 제한하는 규제다.
DSR 규제는 현재 규제지역 내 6억원 초과 주택을 구매하거나 주택담보대출, 1억원 초과 신용대출에 대해 선제적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후 내년 7월(2단계)과 2023년 7월(3단계)부터 총대출액이 각각 2억원, 1억원 초과로 대상을 확대한다.
하지만 정부가 DSR 조기 도입을 추진하고 나선 것은 DSR 1단계 적용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좀처럼 잡힐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 7월 이후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와 전세대출은 약 12조원이나 증가했다. 때문에 당장 대출을 계획했던 실수요자 등 차주의 어려움을 외면한다는 비판을 감내해서라도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초강수’를 두는 셈이다.
전세규제 가능성도↑…저소득자·실수요자는 '울상'
추가 대책에는 전세대출 규제도 포함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그간 수차례 이에 대한 경고를 시장에 보내왔다. 여윳돈이 있는 이들이 전세대출로 받을 수 있는 최대한도로 돈을 빌려 남는 돈으로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관행이 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고 위원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전세대출이 금리라든지 조건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지적이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5대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은 지난해 말 105조2127억원에서 지난 8월 말 기준 119조9670억원으로 14.02%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주담대 증가율(4.14%)의 약 3.5배에 달한다.
문제는 DSR 조기 도입과 전세대출 규제로 서민 등 실수요자의 부담이 더 커질 것이란 우려다. 소득 증명에 따라 한도가 결정되는 DSR 규제는 소득이 적은 중·저소득층, 자영업자 등이 직격탄이 될 수밖에 없다. 전세대출의 경우 가을 이사철을 앞둔 마당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실수요자 전체의 피해가 우려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출규제가 강화될 수록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서민 등 실수요자가 될 것"이라며 "돈이 있는 사람들만 혜택을 보는 부작용을 유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가계부채를 둘러싼 정부의 전면전은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가계부채 총량관리의 시계(視界)를 내년 이후까지 확장하고 대책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강도 높은 조치를 지속적이고 단계적으로 시행한다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기조다. 금융위는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치를 6%대로 잡았다. 내년에는 코로나19 이전인 4%대로 낮출 방침이며 내년 이후까지 이 같은 목표치를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진호 기자 rpl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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