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히든캐스트(59)] "다양한 경험에 보람느껴"..스트릿 댄서 주호, 뮤지컬 배우로

박정선 2021. 10. 2.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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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칼리버' 아스가르 역 출연
11월 7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뮤지컬에서 주연배우의 상황을 드러내거나 사건을 고조시키는 배우들이 있습니다. 코러스 혹은 움직임, 동작으로 극에 생동감을 더하면서 뮤지컬을 돋보이게 하는 앙상블 배우들을 주목합니다. 국내에선 ‘주연이 되지 못한 배우’라는 인식이 있는데, 이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EMK뮤지컬컴퍼니

지난해 공연된 뮤지컬 ‘고스트’에서 단번에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캐릭터가 있다. 지하철 유령이다. 극의 긴장감은 증폭시키면서 관객의 몰입도를 높이는 지하철 유령을 연기한 이는 뮤지컬 배우 주호다. 당시 ‘고스트’에서의 존재감 덕분에 주호는 현재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에서 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엑스칼리버’에도 함께 하게 됐다.


화려한 춤선을 보여준 주호는 뮤지컬 관객들에게는 낯설지만, 스트리트 댄스씬에서는 손에 꼽힐 만큼 유명하다. 초등학교 때부터 춤을 추기 시작해 고등학생 시설 댄스 프로팀인 ‘일루션’ ‘익스트림 크루’에 몸담고 각종 관련 상을 쓸어 담았다. 그리고 2015년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인 더 하이츠’를 통해 뮤지컬 배우로 도전을 시작했다.


-작년 뮤지컬 ‘고스트’에 지하철 유령으로 출연하셨죠. 기억이 강하게 남았어요. 낯선 얼굴이었는데 이미 스트릿 댄스씬에서는 유명한 분이셨더라고요. 수상경력도 화려하고요.


네, 뮤지컬 ‘고스트’에서 지하철유령 역과 앙상블로 출연을 했습니다. 기억에 남는다고 말해주시니 기분이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제가 뮤지컬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낯설 수 있으실 텐데 스트릿 댄스, 방송 댄스를 비롯해 콘서트, 안무 감독 등 폭 넓고 다양하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기존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고, 지금 새로 꾸고 있는 꿈이라면 더 위로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은 것들을 경험하는 것이고요. 더 깨달음을 얻고 싶습니다(웃음).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나요?


이승철 콘서트에서 안무팀으로 같이 활동하던 당시 친한 형인 채현원 안무가의 제안으로 뮤지컬 ‘인 더 하이츠’ 오디션에 참여했어요. 작품을 통해서 뮤지컬의 진짜 재미를 알게 되었고, 그 이후로도 뮤지컬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뮤지컬 '고스트' 지하철 유령 신 ⓒ신시컴퍼니

-원래도 춤은 물론 노래, 연기에도 관심이 있었나요? 주호 씨의 어린 시절도 궁금해요.


저는 어릴 적 꿈이 너무나 많았던 욕심쟁이였어요. 댄서 겸 안무 감독, 가수, 영화배우 등이 다 너무 매력 있고 멋있어 보여서 하고 싶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들을 모아 춤을 시작했고, 중학교 때도 친구들과 춤을 추다가 선생님의 동의를 얻고 동아리를 개설했어요. 그러다 중3때 프로 힙합팀 ‘일루션’(ILLUSION)에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부터 차근차근 실력을 쌓아 정식멤버가 된 후 고등학생 때부터 프로 댄서의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익스트림 크루’(EXTREME crew)에 합류하여 비보이(b-boy) 활동도 같이 병행했습니다. 그 이후, 팀의 양해를 구해 아이돌 기획사 연습생, 엑스트라 등등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다가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라는 작품으로 정식적인 뮤지컬 세계에 입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감사하게도 그걸 다 할 수 있는 종합예술의 결정체인 뮤지컬을 하고 있고,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들로 지혜롭고 슬기롭게 잘 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무대 위에서 춤은 물론, 이젠 동시에 대사를 치고, 노래까지 하게 됐는데요. 어색하고, 어렵진 않던가요?


어릴 적부터 무대에 섰던 경험 때문인지 사실상 무대 위에 서 춤을 추는 것은 늘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영화를 보며 대사연습과 상황극도 많이 했기 때문에 어색함과 긴장, 압박감 이런 느낌 보다는 관객들 앞에서 제가 꿈꾸고 좋아하는 것들을 모두 다 펼친다는 생각만으로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며 오히려 더 정신이 또렷해지면서 극의 역할에 집중과 몰입이 잘 되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같은 감정이지만 물론 무대를 서고 나서 자체 모니터링을 통한 자아성찰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늘 부족한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스트릿 댄스와는 다른, 뮤지컬만의 매력은?


스트릿 댄스는 자신의 뚜렷한 독자적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펼치는 자유로운 세계의 매력을 지니고 있고, 뮤지컬은 수많은 파트의 인원들과 체계적인 협업을 통하여 만들어내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두 장르 모두 끝없는 노력을 통해서 얻는 성취감의 가치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장면ⓒEMK뮤지컬컴퍼니

-현재 ‘엑스칼리버’에 아스가르 역으로 출연하고 있죠.


‘아스가르’는 잔인하기로 악명 높은 색슨족 ‘울프스탄’의 아들입니다. 저는 아버지인 ‘울프스탄’의 위엄과 카리스마와는 별개로 전투를 위해 태어나고 길러진 인간이라고 생각을 했고, 말보다는 행동이 앞서며 누구보다 잔인한 성품을 가진, 말이 통하지 않는 캐릭터라는 설정을 대입했습니다.


대신 단 한 명, 아버지인 ‘울프스탄’의 말은 절대적으로 복종하고 따르기 때문에 수녀원 ‘모르가나’의 감옥에서는 그녀를 죽일 수도 있었지만 아버지가 부르는 ‘아스가르’ 한 마디로 모든 행동과 광기를 멈추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만큼 아버지를 따르고 존경하는 인물이죠. 미개하고 잔인하지만 같은 편에게는 목숨도 걸 수 있는 순수함도 가지고 있는 인물로 해석하고 공연에 임하고 있습니다.


앙상블로도 출연하는데요. 1막에서는 서민으로, 2막에서는 색슨족으로 등장합니다. 공연을 여러 차례 관람하시는 관객분들께서 자꾸 절 찾아내서 당혹스럽기도 합니다. 하하.


-무대 위에서 힘든 순간은 없나요?


무대에서 힘든 점은 딱히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긍정적인 주문을 거는 편이라,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입 밖으로 내뱉으면 저의 정신과, 육체가 더 힘들어 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은지 오래되다 보니 정말 현재에도 힘든 점이 없습니다. 유일하게 힘든 거라면, 코로나 때문에 관객들의 함성을 제대로 듣지 못한다는 것 정도가 되겠네요(웃음).


-무대에 오르기 전 주호 씨만의 루틴이 있다면요?


우선 극장에 와서 무슨 일이 있어도 30분에서 1시간 정도 스트레칭을 제대로 합니다. 그리고 공연 시작 전에 자신과의 약속과 기도에 대한 개념으로 명상을 짧게 하면 호흡 정리도 되고 공연에 대한 집중력이 생긴 상태로 무대로 입장하게 됩니다.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떤가요? 내로라하는 선배 배우들과 함께 하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기도 할 텐데요.


제가 너무 격하게 움직이다 보니 같이 합을 맞추거나 연기하는 배우들에게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자주 체크를 하게 됩니다. 선배님들이 다른 장면 때 대기실에서 미리 소대로 나와서 조용히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참 멋지다고 생각하고 많이 본받으려고 합니다. 늘 배우고 있습니다.


-직접 ‘뮤지컬 배우 주호’의 강점. 매력 포인트를 어필해보자면요?


자신이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판단이 빠른 편입니다. 모든 피드백에 있어 늘 겸손하게 받아들이려고 하고, 이해력이 좋습니다. 배역이 맡겨지면 그 배역을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연구하며 연습해서 내 것으로 만들고, 자신감과 열정이 뛰어납니다.


뮤지컬 '엑스칼리버' 공연장면ⓒEMK뮤지컬컴퍼니

-무대를 대하는, 주호 씨의 신념은?


잘하자. 자신에게 엄격하자. 자신과 타협하지 말자. 절대 실수 하지 말자. 나에게 작은 실수와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합리와 시키지 말자. 관객들은 무대에서 보이는 것이 전부이다. 배우들을 비롯해 오케스트라, 스태프들을 존경하고, 늘 감사한 마음을 갖자. 더 많은 생각들이 있지만 보통 이런 생각들을 가지고 무대에 오르고 있습니다.


-혹시 슬럼프가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슬럼프는 딱히 없었지만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를 할 때 번아웃과 매너리즘에 빠져서 반년 간 의욕을 잃고 로봇처럼 영혼 없이 공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언제까지라는 기약이 없는 오픈런 공연이라 각종 스트릿 배틀 및 퍼포먼스 대회 등을 공연 때문에 나가지 못하고, 남들 쉴 때도 공연만 계속 반복하다 보니 어느 샌가 의욕을 잃어버린 저를 발견한 적이 있었어요.


이러다가 계속 그렇게 되면 공연 쪽에서 손을 뗄 것 같은 두려움에 각종 심리 책과, 명상, 상담 등을 시작으로 동시에 춤과 연기 노래의 기본기들을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연습하고, 공연 때 더 집중을 하며 임해 고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복잡하고 답답할 때는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면 해답이 보인다고 생각합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 ‘인더하이츠’ ‘고스트’에 이어 ‘엑스칼리버’까지 출연하셨는데요. 가장 잊지 못할 작품을 하나 꼽아 볼까요?


딱히 하나만 꼽을 수 없이 제 인생에 있어서 다 잊지 못할 작품입니다.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는 정말 어려운 환경에서 많은 고난과 역경을 거치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돌아다니며 10년 동안 했고, 제 안무가 담겨있는 작품이었고, ‘인더하이츠’는 정말 많은 파트의 인원이 제대로 갖춰진 환경에서 아무 신경 쓰지 않고, 온전히 무대에서 신나게 공연을 할 수 있었던, 첫 공연을 올리고 무대 뒤 구석에서 10분여 동안 혼자 행복의 눈물을 흘리며 울었던 작품이었어요.


‘고스트’는 예전 어릴 적 좋아하던 영화이기도 했고, 5차 오디션까지 가면서 솔로 넘버가 있던 ‘지하철유령’이라는 배역을 따냈던, 스스로의 성취감과 자존감을 엄청 올릴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엑스칼리버’는 저의 모습을 좋게 봐주시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신 작품이기에 각별하기도 하고요. 공연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기에 더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작품입니다.


-앞으로 더 많은 무대에 서게 될 텐데요. 꼭 해보고 싶은 작품(혹은 캐릭터)이 있나요?


더 많은 무대에 서게 될 거라는 말씀이 긍정의 주문 같은 느낌이라 힘이 되어 너무 감사드립니다. 너무나도 멋지고 재미있어 보이는 작품들이 많지만, 저는 다시 ‘인더하이츠’가 오픈 한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영화로 개봉돼서 봤던 영향도 있지만 정말 사랑하는 작품이라서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또 ‘뉴시즈’도 다시 한다면 해보고 싶은데요. 보통 강한 이미지의 캐릭터를 주로 해오긴 했지만, 전 평화주의자여서 힐링이 되는 극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현재 뮤지컬 배우로서는 물론이고, 안무 감독, 댄서 등으로도 여전히 활약하고 있는데요. 여러 일을 겸하는 것이 힘들진 않은지. 혹시 또 다른 도전을 계획하고 있는지도 궁금해요.


여러 일을 겸하는 것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 덕에 남들이 한 분야에서 얻는 경험을 더욱 더 다양하게 많이 할 수 있어서 좋고 보람되고 재미있습니다. 현재 지금 하는 분야들로 더 많은 작품을 할 수 있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영화나 드라마 쪽에서도 활동을 해보고 싶습니다(웃음).


-주호 배우의 최종 목표는요?


최종 목표의 방향을 다양하게 열어 놓았기에 앞으로의 제 인생이 흥미롭고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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