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시장은 왜 SH사장으로 김헌동에 집착할까

김재중 2021. 10. 2.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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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최종 후보로 추천된 김헌동 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에 대한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을 SH사장으로 임명해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을 실행할 수 있다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전 본부장이 SH사장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공공주택 사업을 개혁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는지는 시의회의 인사청문 과정에서 검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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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공모만에 SH사장 최종 후보 낙점..내년 지방선거 앞두고 부동산 시장 안정, 주택공급 확대 포석

서울시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최종 후보로 추천된 김헌동 전 경실련 부동산건설개혁본부장에 대한 강도높은 인사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번 SH사장 후보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부동산 4채 보유’ 사실이 논란이 돼 낙마한 김현아 전 국회의원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다.

서울시 고위 관계자는 2일 “김현아 전 의원의 사퇴 이후 강화된 검증 절차를 통해 인사검증이 진행되고 있다”며 “검증이 빠르게 끝나면 바로 서울시의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김 전 본부장을 임명하겠다는 의지가 강해 이변이 없는 한 김 전 본부장이 SH 사장으로 내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시의회가 ‘코드인사’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있어 인사청문회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김 전 본부장은 오 시장의 제안으로 SH 사장 재공모에 응했지만 SH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의 면접에서 탈락했다. 당시 서울시는 시의회에서 추천한 위원들이 낙제점을 준 결과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은 김 전 본부장이 탈락한 뒤에도 여러 차례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결국 오 시장은 SH임추위가 추천한 후보 2명에 대해 모두 부적격 판단을 내렸고 김 전 본부장은 세번째 공모에 다시 지원해 낙점을 받았다.

오 시장은 왜 김 전 본부장에게 강하게 집착하는 것일까. 정부의 각종 대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집값이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서울시의회 시정질문에서 “아파트값이 치솟는 상황에서 김 전 본부장 같은 분을 모셔서 아파트 가격을 잡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정책적 판단에 응모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은 오 시장이 지난 4·7 보궐선거의 핵심 공약으로 제시했던 재개발·재건축 규제완화를 추진하는데 필수적이다. 오 시장은 6대 재개발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현재 민간재개발 공모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지지부진하다. 재건축 사업 활성화의 관건은 국토교통부가 권한을 갖고 있는 아파트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완화다. 국토부는 부동산 시장이 안정되지 않으면 아파트 안전진단 기준 완화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오 시장이 섣불리 재건축 규제완화에 나설 경우 집값 상승에 불을 질렀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집값이 안정되기를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나서야 하는 오 시장으로서는 분명한 실적이 필요하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기대하고 표를 줬던 시민들에게 확실한 실적을 제시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따라서 김 전 본부장을 SH사장으로 임명해 그가 주장했던 분양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등을 실행할 수 있다면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재건축 규제완화를 통한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김 본부장은 지난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 언론 인터뷰에서 “지난 10여년간 나는 오세훈을 칭찬해왔다. 지난 2006년 5월 오세훈 시장이 처음 시장이 됐을 때, 후분양제·분양원가공개 등을 제안했다. 못할 줄 알았는데 약속을 지켰다. 당시 노무현 정부도 오 시장의 정책에 자극을 받아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하고, 분양원가도 공개했다. 오세훈은 그렇게 해서 집값을 잡았던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보다는 훨씬 나을 거다”고 말했다.

오 시장이 공약한 재건축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시장 하나 바뀌었다고 재건축 규제를 제멋대로 풀고 할 수 없다”며 “(무차별적인 재건축 규제 완화는)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공공부지를 개발해 토지임대부 형태로 2~3억원에 아파트를 공급하면 집값은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 시장이 김 전 본부장을 기용하려고 하는 이유 중에는 공공주택 사업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본부장이 몸담았던 경실련은 지난 7월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SH가 보유하고 있는 공공주택 등의 자산을 분석한 결과 토지시세는 총 68.2조원으로 취득가액의 10배나 된다”며 “지난 3월 SH가 2011년부터 2020년까지 지난 10년간 택지판매로 총 5.5조, 아파트 바가지 분양으로 3.1조의 부당이득을 챙겼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다. 이어 “서울시와 SH는 부채 핑계 대며 가짜, 짝퉁 공공주택만 늘리지 말고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편히 살 수 있는 값싸고 질 좋은 진짜 공공주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최근 오 시장이 시의회와 충돌했던 사회주택 사업 구조조정을 위한 출구의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는 사회주택 사업에 대한 검토의견에서 “현 민간협력 사회주택 공급사업의 양적확대 추진에는 사업구조·효과적 측면에서 한계가 있음에 따라 신규 사업은 추진을 중단하고, 기존 사업은 재평가 실시 후 정책의 일관성 및 세입자 보호를 위해 SH공사 관리전환 등 출구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본부장이 SH사장으로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공공주택 사업을 혁신할 수 있는 적임자인지는 시의회의 인사청문회가 첫 실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재중 선임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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