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킴리아 치료 받으려 집도 팔았지만 13살 은찬이는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유수인 2021. 10. 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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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암환자 치료하는 의사되겠다던 아이.."돈 없는 사람은 죽어야 하나" 

백혈병 환우회, 생명과 직결되는 ‘CAR-T 치료제’ 건보 신속 등재 촉구

故차은찬군 엄마 “가망 없는 아이들 82% 살릴 수 있는 약”

고(故) 차은찬 엄마 이보연씨.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지난 6월 킴리아주 치료를 기다리다가 13살 나이에 사망한 고(故) 차은찬 엄마 이보연입니다. 치료를 받았으면 살았을 아이. 은찬이를 대신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이씨는 1일 오전 10시 서울시 중구 소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목이 멘 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날은 한국백혈병환우회가 말기 백혈병·림프종 치료제 ‘킴리아주’(티사젠렉류셀)의 건강보험 신속등재를 하지 않은 보건복지부장관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서를 내겠다며 기자회견을 연 자리였다. 

세계 최초의 키메라 항원 수용체 T세포(이하 CAR-T) 치료제 ‘킴리아주’는 1회 치료만으로 말기 급성림프구성백혈병 환자는 10명 중 8명, 말기 림프종 환자는 10명 중 4명이 장기 생존할 수 있는 기적의 치료제로 평가받고 있다. 

킴리아주는 1회 투약만으로 뛰어난 치료효과를 내지만 미국에서는 약 5억원, 일본에서는 약 3억원 하는 초고가의 약물이다. 이에 한국노바티스는 지난 3월 5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이후 ‘허가-급여평가 연계제도’를 활용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건강보험 등재 신청을 했지만 첫 관문인 제5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안건으로 상정조차 되지 않았다. 이후 9월 1일 열린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는 상정은 됐지만 통과되지 않았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는 한국노바티스가 요구한 높은 약가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은찬군은 살 수 있다는 희망과 소아암환자를 돌보는 의사가 되겠다는 꿈을 품으며 기약 없는 ‘킴리아주’ 치료를 기다렸지만 결국 지난 6월 짧은 생을 마감했다. 

이씨는 “은찬이는 6살의 나이에 급성림프구성백혈병 진단받았다. 85% 정도 완치될 수 있다고 해서 1년 6개월간 표준항암치료를 했지만 재발했다. 이후 작년 2월까지 5년 넘는 기간 동안 방사선 치료, 골수이식 등 센 치료를 지속했다”며 “뇌출혈, 패혈증 등 위험한 상황이 계속 발생해 공격적 치료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이에게 남은 치료는 킴리아로 대표되는 CAR-T 치료였지만 당시 국내에서 약을 쓸 수 없었고 코로나로 해외에 나갈 수도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작년 8월에는 약을 쓸 수 있게 될 줄 알았지만 올해 3월이 되어서야 허가됐고, 그마저도 각종 승인이 제때 안 이뤄지고 약가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해 약을 바로 쓸 수 없었다. 5월이 돼서야 병원을 옮길 수 있었다”며 “재발성은 6개월을 넘기기 어려운데 우리 은찬이는 킴리아만 기다리며 1년 4개월을 견뎠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간 아이가 시력을 잃고 거동을 못하면서도 살겠다고 발버둥을 쳤는데 아무 것도 못해줬다. 똘똘한 아이라서 자기가 쓰는 항암제 이름을 다 외우고 용량도 직접 체크했다. 그런 아이는 신체적 기능을 잃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킴리아만 있으면 된다고 믿었다”라면서 “어느 날 기적적으로 아이가 깨어나서 말을 할 수 있게 됐을 때 아이가 ‘엄마 나 킴리아 했어요?’라고 물었다. 미안하다고, 아직 못했다고 말했을 때 실망하던 아이 표정이 아직도 가슴 속 한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킴리아의 약값은 5억 상당이다. 은찬이 같은 아이 82%가 살아남는 약을 허가해놓고 고액의 약을 쓸 수 있는 제도도 마련해주지 않았다. 금액을 나눠서 낼 수 있게 하거나 대출 제도 같은 것도 없이 말도 안 되는 비용을 마련해야 하니 제2, 3금융권을 전전했다. 우리 아이가 좋아하던 집도 팔았다. 그마저도 팔 집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웃었다”고 호소했다. 

이씨는 “아이를 보내고 4개월 가까이 되어간다. 아이를 보냈지만 1~2달이면 킴리아주의 보험 적용 뉴스를 볼 줄 알았다. 효과가 입증 됐고 약 적용자도 한정적이기 때문”이라며 “그런데 아직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아서 누군가는 엄두도 못내고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응급상황이 많은 병이라 부모 중 한명은 아이를 봐야 하니 맞벌도 못한다. 개인적 일로 치부하기엔 어려운 병”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게다라 자라나는 새싹들의 얘기이다. 우리 애도 자기 같은 소아암환자를 치료하는 의사가 되겠다며 없는 머리에 모자를 쓰고 공부를 했다. 아픈 아이들을 보듬어주겠다고 골수이식방에 문제집을 챙겨가고 경시에 나가서 상을 받던, 짧은 삶이지만 진심으로 살았던 존경하는 아들이었다”라며 “이런 아이들의 82%를 살릴 수 있는 약이고 잘 커서 나라를 위해 무궁무진한 일을 할 수 있는데 정부의 방관하는 태도에 화가 난다. 이 병은 진행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하지 못하면 6개월 내 사망한다. 그래서 더 빠른 급여화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1일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한국노바티스사 앞에서 적극적인 재정분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했다.

환우회는 정부가 킴리아의 건강보험 등재를 신속하게 하지 않고 ‘생명과 직결된 신약 건강보험 신속등재 제도’ 도입을 하지 않음으로 인해 인권침해와 차별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약 허가를 받고, 건강보험이 적용되기 전 그 사이에 고액의 돈을 낼 수 있는 사람은 희망을 갖고 생명을 유지하지만 그렇지 많으면 건보 적용만 기다리다가 사망한다. 이런 상황을 지난 15년 동안 반복해왔다”며 “헌법 제10조에는 생명권이 있고 제11조에는 차별하지 말라는 내용이 있다. 그런데 경제적 능력 여부에 따라 사람이 살고 못살고 하는 것은 차별행위이고 생명권 침해”라고 질타했다. 

안 대표는 “적어도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필요한 환자는 식약처 허가와 동시에 일시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해 환자를 치료한 이후 약가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누구나 원하는 모든 의약품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라 킴리아와 같이 ‘생명과 직결된 의약품’의 경우를 말하는 것”이라며 “킴리아 허가의 근거 법률인 첨단재생바이오법 제4조에서도 헌법상 차별행위를 금지하기 위해 국가는 모든 환자들이 사회경제적 지위에 관계없이 첨단바이오의약품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최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우회측은 고가약 및 재정분담 논란으로 건강보험 급여화가 지연되고 있는 일부 면역항암제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한국노바티스가 적극적인 재정분담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환우회는 “제6차 암질환심의위원회에서 킴리아 안건이 통과되지 않은 이유가 한국노바티스가 요구한 높은 약가 때문으로 알려진다. 킴리아의 신속한 건강보험 급여화를 위해서는 한국노바티스가 어떤 유형의 어떤 규모의 재정 분담방안을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며 “이에 환우회는 여의도 IFC몰에 위치한 한국노바티스사 앞에서 적극적인 재정분담 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릴레이 1인시위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번째 1인 시위에는 안기종 대표가 참여했다. 환우회는 인권위에 제출한 진정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백혈병 환자와 보호자들과 함께 릴레이로 1인시위를 이어갈 계획이다”라고 전했다. 

suin92710@kukinews.com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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