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지검 "고발사주 현직 검사 관여" 피의사실공표 논란..박범계 나설까?

이배운 2021. 10. 2.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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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검사 "현직 검사가 누구이고 행위했다고 사실관계 확정되다시피"
"총장·지검장·차장 누구 한 명만 막았으면 저런 공보자료 나올 수 없어"
"수사 내용 흘리는 행위, 엄단하겠다"던 박범계 조치 여부 '주목'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정치 분야 대정부 질문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서울중앙지검이 '고발 사주' 의혹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하면서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고 표현한 것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종국 처분이 내려지지 않은 이첩 단계에서 현직 검사의 의혹을 단정짓는 듯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강조해온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30일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 등이 고발사주 의혹 관련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을 고소한 사건에 대해 "수사 결과 현직 검사의 관여 사실과 정황이 확인됐다"며 "그 밖의 피고소인들도 중복 수사 방지 등을 고려해 함께 이첩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이복현(49·사법연수원 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는 다음날 검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검찰총장, 서울중앙지검장, 3차장 중 누구 1명만 '이건 아니다'라고 했다면 저런 류의 공보자료가 나올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부장검사는 "형사사건공개금지등에관한규정은 '실명을 추단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하고 '증거의 내용 및 증거가치 등 증거관계'를 공개금지 정보로 정하고 있다"며 "그런데 해당 공보자료는 '현직 검사가 누구고, 결국 걔가 했다'며 사실관계가 확정되다시피 해 말이 돌아다니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보자료 관여자들은) 단순히 정치검사라 비난받을 수준이 아니다"며 "종국 처분도 안 했는데 혐의 사실을 확인해주면 피의사실공표"라고 꼬집었다.


이 부장검사의 우려대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해당 공보자료를 근거로 "손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해 고발 사주에 직접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강병원 최고위원은 "손 검사의 고발 사주 관여 의혹이 확인됐다. 고발장 전달에 관여한 적 없다는 변명은 낯부끄러운 윤석열 지키기 작전에 불과하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전경 ⓒ데일리안 류영주 기자

중앙지검은 텔레그램 방에서 내려받은 '손준성 보냄'이란 문구가 적힌 고발장 이미지 파일이 조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했을 뿐, 손 검사가 실제 고발장을 작성했는지는 여전히 밝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혹의 당사자인 손 검사는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인 만큼 피의사실을 단정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특히 박범계 장관은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반드시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켜야 하며, 피의자가 인권침해 등 불이익을 겪지 않도록 피의사실 및 수사 진행 상황을 유출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변해왔다.


박 장관은 지난 7월에는 피의사실공표 요건을 구체화한 수사 관행 개선방안을 발표하면서 "여론몰이식으로 수사 내용을 흘리는 행위를 절대로 좌시하지 않고 엄단 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박 장관은 야권이 불리할 수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피의사실을 공표 및 예단하는 듯한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으면서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 논란을 빚었다. 손 검사 피의사실공표 사례에 대해서도 일련의 조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앞서 박 장관은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고발사주 의혹 관련 윤석열 전 검찰총장에 대해 "핵심적인 수사 대상이다"고 언급해 논란을 빚었다.


또 "손준성 검사를 직무 정지하고 수사로 전환해야 한다"는 여당 의원의 주장에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겠다"며 범죄 사실을 결론 내린 듯한 답변을 내놔 야당 의원들의 거센 반발을 맞기도 했다.


이 밖에도 "아직 감찰 단계인데 윤 전 총장이 핵심적 수사 대상이라고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게 가능하냐"는 야당 의원의 지적에 박 장관은 "제 논리에 의하면 가능하다"고 발언해 피의사실공표 금지 원칙을 스스로 부정했다는 지적을 면치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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