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때린 유동규 "700억 약정 사실무근..11억8000만원 빌렸다"

김수민 2021. 10.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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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_JTBC캡처


성남시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수천억대 이익을 거둔 화천대유·천화동인 주주(천화동인 5호)인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소위 ‘대장동 녹취록’의 파문이 커지고 있다.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만배씨의 지분 절반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것”이며 “개발 이익금 중 700억원을 별도 회사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배분하는 내용도 담겼다”고 한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1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대장동 사업과 관련헤 수억원을 받은 혐의(뇌물·배임수재 등)로 체포해 12시간가량 조사한 뒤 서울구치소에 수감했다. 2일 추가 조사를 벌인 뒤 구속영장 청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유동규에 700억 배분" 녹취한 정영학…유동규 “술기운에 뺨 때렸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검찰은 녹취파일에서 김씨 등 주주들이 유 전 본부장에 개발 이익금 가운데 700억원을 배분하는 방법으로 별도 회사를 세워 투자하는 방안을 채택하기로 했다는 대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1월 성남도시개발공사 재직 시절 측근을 통해 설립한 ‘유원홀딩스’에 실제 배당금이 흘러간 게 없는지 살펴보고 있다는 것이다.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유원홀딩스의 실소유주가 유 전 본부장이라는 의심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법인등기상 대표이사는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실 소속 투자사업팀장으로 민간사업자 선정에 관여한 정민용 변호사다. 그는 2009년 대장동 민영개발 추진 당시부터 관여했던 남욱 변호사(천화동인 4호 대주주)의 대학 후배이기도 하다.

유원홀딩스는 당초 비료사업을 위해 설립됐다가 올해 1월 ▶영화·드라마 협찬 대행 ▶광고·영상제작▶음반 수입·제작·배급판매 ▶부동산개발 및 컨설팅업 등으로 사업목적을 확대했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화천대유와 연계 아래 유원홀딩스에 차명으로 투자해 이곳을 돈 세탁 창구로 활용한 게 아닌지도 규명할 전망이다. 이에 대해 현직 검사는 “액수가 특정되지 않았다거나 아직 실현되지 않은 수익이라더라도 수익을 약속한 자체로 뇌물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전 본부장은 변호인을 통해 “700억 약정설은 사실무근”이라며 “경기관광공사 사장을 그만두고 정 변호사와 천연비료 사업을 동업하면서 회사 주식을 담보로 사업자금과 이혼 위자료를 빌리면서 차용증을 쓰고, 노후 대비용으로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는 말이 와전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1억 8000만원을 빌렸고 천화동인 1호 수익금은 김만배씨가 이미 다 처분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 전 본부장은 화천대유 주주들에 고액의 배당금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정영학 회계사의 뺨을 때렸다는 보도에 대해선 “술기운에 빰을 때린 것은 맞는 데 사건과는 무관하다”라고 주장했다.

정 회계사와 관계가 틀어진 건 “공동경비로 사용할 자금을 김만배씨와 정씨가 서로 부담하라며 싸우게 됐고 이를 중재하다가 녹취가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주주 김만배씨는 입장문에서 “투자자간 이익 배분에서 우위를 차지하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과장된 사실들이 녹취된 것”이라며 “수백억 정관계 로비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로비 의혹을 부인했다.

검찰은 또 유 전 본부장이 김만배씨 지분 절반의 실소유주라는 의혹이 제기된 데 대해 김씨의 천화동인 1호뿐 아니라 나머지 2~7호도 실소유주가 따로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고 한다.

천화동인 실소유주 및 700억 배당 의혹이 제기된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민관합동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 주주 구성과 수익금 배당 방식 등을 설계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로 일하던 2015년 3~7월 대장동 사업 민간사업자 선정과 심사, 최종 이익 배분 협상이 이뤄졌다. 화천대유가 개발사업 민간파트너 겸 자산관리회사(AMC)에 선정된 것도 이 때다. 같은 해 7월 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주주(지분 50%+1주)이고,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 등이 주주로 참여한 성남의뜰이 설립됐다.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비리 의혹 인물 관계도 그래픽 이미지.


“수억원 현금 뭉치 사진”…대장동 아닌 위례신도시 로비 증거?


녹취록과 별도로 정 회계사는 유 전 본부장에게 10여억원을 건넸다는 자술서와 함께 수억원의 현금 뭉치 사진 등 증거 자료도 검찰에 제출한 바 있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은 “차용증을 쓰고 11억 8000만원을 빌렸다”라고 반박한 셈이다.

이에 화천대유 일각에선 두 사람 간 10억대 금품 수수는 대장동과 무관하다라고 주장하며 위례신도시 로비설을 제기했다. “정 회계사는 대장동 개발 이전 2013년 위례신도시 개발 때도 남욱 변호사와 함께 참여한 바 있다”며 “대장동이 아니라 과거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 로비를 벌인 증거일 수 있다”면서다. 위례신도시 개발 사업 역시 유 전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전신인 성남시설관리공단 본부장이던 때 시행된 사업이다.

이재명(오른쪽) 경기지사가 2018년 10월 1일 유동규 경기관광공사 사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기념촬영하는 모습. 경기관광공사


검찰 수사에서 유 전 본부장의 범죄 혐의가 드러날 경우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인 이 지사에게도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지사가 성남시장과 경기지사에 출마할 때마다 캠프에서 활동했다.

이재명 캠프 총괄 선대본부장인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위가 있을) 경우에는 성남시 당시 시장으로서 부하직원 관리 부분에 있어서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명백한 유감표명을 할 것”이라고 했다.


화천대유가 빌려준 ‘김만배 현금 473억원’ 행방은


별도로 경찰은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 2019년부터 2020년 사이 회사 계좌에서 수십차례에 걸쳐 거액을 인출하고 지난해까지 473억원을 빌린 것을 놓고 용처를 확인하고 있다.

화천대유 측은 “개발 지역의 분묘 280기 이장 합의금이나 토지 수용 과정에서 임차인 100여 명에 대한 보상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공식 회계처리하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라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과도한 금액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찰은 대주주 대여금뿐 아니라 이성문 전 대표이사 등 화천대유 임원 차입금 등에서 70억~80억원의 사용처가 규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실제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대주주 김만배씨가 지난해 7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무죄 판결 전후로 권순일 전 대법관을 8차례 만난 것도 논란이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 지사의 ‘친형 정신병원 강제 입원’ 발언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 의견을 내면서 최종적으로 대법관 7대 5 무죄 선고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권 전 대법관은 두 달 뒤 퇴직한 뒤엔 김씨의 소개로 이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민간사업자로 선정한 화천대유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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