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발하러 대법원 갔다"던 김만배, 권순일 퇴임후 발길 끊었다

이수정 2021. 10. 1.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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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국정감사장에 출석한 권순일 전 대법관 [뉴스1]


머니투데이 법조기자 출신인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 김만배씨가 권순일(62·사법연수원14기) 전 대법관이 퇴임한 지난해 9월 이후에는 대법원에 출입한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퇴임 직전 2년간 권 전 대법관실을 8차례 방문한 것과 대조된다.

김씨는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시장이던 시절 추진한 대장동 개발사업에 참여한 민간사업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대주주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해 7월 이 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심리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무죄 취지 의견을 제시해 무죄 판결을 이끈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퇴임 후에는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재직하며 고액의 자문료를 받은 점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1일 대법원 국정감사에는 이재명 전 경기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대법원 무죄 판결을 위해 모종의 ‘재판거래’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놓고 여야 의원들의 공방전이 이어졌다.


권순일 만나러 8차례 대법 온 김만배, 퇴임 후엔 0회


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 [뉴스1]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김씨의 대법원 출입기록을 제시했다. 기록에 따르면 김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8월까지 모두 8차례 권순일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8번 방문 중 7번은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후의 일이다. 이 지사 사건은 2019년 9월 대법원에 접수됐고, 10월 주심 및 재판부가 배당됐다. 8개월간 결론이 나지 않았던 이 지사 사건은 2020년 6월 15일 돌연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

전 의원은 김씨의 권 전 대법관 방문 시점이 석연치 않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두 차례 권 전 대법관을 방문했는 데, 이 지사 사건이 전합에 회부되기 일주일 전인 6월 9일과 회부 바로 다음 날인 6월 16일이다. 김씨 방문 이틀 뒤인 6월 18일에는 전합 심리가 열렸다고 한다.

지난해 7월 16일 이 지사가 무죄 취지 파기환송판결을 받은 바로 다음날에도 김씨는 권 전 대법관실을 방문했다. 퇴임 직전인 8월에도 두 차례 더 찾았다. 전 의원은 “김씨가 권 전 대법관에게 무죄 판결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러 온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한 후인 지난해 9월 이후에는 김씨의 대법원 출입기록이 없다는 점이 새롭게 부각되기도 했다. 앞서 권 전 대법관 방문 사실이 알려지자 김씨는 “단골로 이용하던 대법원 구내 이발소를 방문하거나 후배 출입기자를 만나러 온 것인데 편의상 ‘권순일 대법관 방문’이라고 적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과 어긋나기 때문이다.

전 의원은 “이발소 때문에 대법원에 왔다던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이 퇴임한 9월 이후에는 한 번도 대법원에 오지 않았다는 점은 김씨가 재판 청탁을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재판 로비'는 논리적 비약"


반면 여당 의원들은 김씨와 권 전 대법관 사이 ‘재판거래’가 있었다는 시각은 ‘논리적 비약’이라며 맞섰다.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씨가 권 전 대법관을 만났더라도 개인적 친분으로 만났을 가능성이 크지 이재명 지사 재판과 연관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 지사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되고 4~5개월간은 김씨가 대법원을 찾아오지도 않았다”며 “이 지사가 성남시장직을 그만둔 뒤로는 대장동 관련 모든 권한을 내려놓았고, 대법원 판결 시점에는 영향력 행사는 아예 불가능했는데 김씨가 이 지사를 위한 로비를 할 동기가 없다”고 야당 주장을 반박했다.

같은 당 박주민 의원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에게 “권 전 대법관의 무죄 주장 이후 연구관들의 무죄 보고서가 추가됐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달리 과장처럼 보이는데 어떠냐”라고 물었다. 김 처장은 “일반적인 절차와 다른 취지로 부각한 기사로 보인다”고 답했다. 이어 박 의원이 “소부 시절 권 전 대법관이 이 지사 사건을 전합에 회부하는데 개입한 적 있느냐”고 묻자 김 처장은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김 처장은 이 지사의 전합 결과를 '재판 거래'로 보는 지적에 대해 “무거운 마음으로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대법관들이 본인의 관점에 따라 판결했음에도 이런 일이 불거져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대법원 “이재명 사건 재심은 불가”


김상환 법원행정처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법원(법원행정처), 사법연수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지사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냐는 야당 의원들의 질의도 이어졌다. 국민의 힘 유상범, 윤한홍 의원은 만약 권 전 대법관과 관련한 의혹이 범죄로 성립될 수 있고, 유죄로 인정된다면 이 지사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냐는 취지로 대법원에 질의했다.

김 처장은 이에 대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놨다. 김 처장은“판결에 관여한 법관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으면 재심의 사유가 된다”면서도 “다만 형사소송법은 유죄가 확정된 판결의 피고인만 재심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이 지사의 재심 청구 자체는 불가능하다”고 답했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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