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공포에..코스피 3000선 위협, 원화값 '털썩'

염지현 2021. 10. 1.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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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전 거래일보다 49.64 포인트(1.62%) 하락한 3019.18을 나타내고 있다. 달러당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4.7원 내린 1188.7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2021.10뉴스1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공포에 한국 증시가 얼어붙었다. 코스피는 외국인과 기관의 동반 매도에 3000선 코앞까지 밀려났다. 코스닥도 한달여 만에 ‘천스닥(코스닥 지수 1000)’이 깨졌다.

1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1.62%(49.64포인트) 하락한 3019.18로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 25일(3008.33) 이후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6개월간의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했다. 하락 폭은 코스닥 시장이 더 컸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 내린 983.2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기관과 외국인의 쌍끌이 매도에 장 초반부터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기관(-4873억원)과 외국인투자자(-3000억원)는 코스피 시장에서 7872억 원어치를 팔아치웠다. 개인은 7610억원 순매수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파란불을 켰다.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포함) 가운데 삼성바이오로직스(+0.11%)를 제외한 9종목이 하락했다. 주가 하락 폭은 셀트리온(-4.43%)이 가장 컸고, 현대차(-3.25%), SK하이닉스(-2.91%), 삼성전자우(-2.3%) 등도 2% 이상 하락했다.

국내 증시가 휘청인 데는 글로벌 공급망 충격으로 미국 뉴욕 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한 영향이 컸다. 30일(현지시간)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지수는 전날보다 1.59% 하락한 3만3843.92를 기록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1.19%)와 나스닥(-0.44%) 모두 하락했다. 이날 미국 의회가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기 위한 임시 단기 예산안을 통과시켰음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되면서 증시 변동성이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파월 “인플레이션 내년초까지”


코로나19 델타 변이 확산과 중국의 전력난 등으로 전세계 공급망에는 동시다발적인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미국에선 반도체 부품은 물론 휴지ㆍ생수 같은 생필품 부족사태까지 나타나고 있다. 공급망 불안은 물가상승과 실물경제 위축을 동시에 부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30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식품 가격 급등과 에너지 부족 사태 등이 현실화하면서 세계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ㆍ연준)의장도 연일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파월 의장은 이날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서 인플레이션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돼야 유휴 노동력이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트레이드오프(맞교환)의 어려움을 겪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Fed가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예상보다 빠르게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 수도 있고, 이 경우 경기 회복세에도 찬물을 붓게 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달 코스피 2900까지 조정"


상당수 증시 전문가는 글로벌 불확실성에 국내 증시도 당분간 조정받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이 치솟는 물가를 누르기 위해 금리인상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 역시 “물가상승 우려에 예상보다 (국내 증시의)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며 “이달 중 코스피 지수는 일시적으로 29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원화가치는 올해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하락했다. 1일 외환시장에서 달러에 대한 원화가치는 전날보다 4.7원 하락한 달러당 1188.7원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9월 9일(1189.1원) 이후 1년 1개월 만의 최저치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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