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상현 기자의 한국교회 설명서] 끝없는 조문 행렬 속에서 발견한 소명

백상현 2021. 10. 1. 17:2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영적 거인' 조용기 목사의 마지막 길
지난 15일 한 성도가 여의도순복음교회 베다니홀에 마련된 조용기 원로목사의 조문소에서 나오며 눈물 흘리고 있다. 국민일보DB


저는 지난 15~18일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님의 조문 현장에 있었습니다. 수만명의 추모 인파가 몰려든 교회 베다니홀과 영적 거인이 잠든 ‘기도의 성지’ 오산리최자실기념금식기도원을 취재하며 이런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코로나19라는 이 위중한 시국에 끝없는 조문 행렬을 만들어 낸 것일까.’

부모 품에 안긴 어린이부터 머리를 노랗게 물들인 청소년, 갓 퇴근하고 조문소를 찾은 넥타이 차림의 장년, 지팡이를 짚은 80대 할머니까지 공통점은 하나였습니다. 내 인생, 내 남편, 내 자녀, 가족, 교회의 운명을 바꾼 ‘우리 목사님’이었던 것입니다. 조문소 출구에서 차마 나가지 못하고 자신의 평생 담임목사님의 마지막 얼굴을 보며 흐느끼는 성도들을 보면서 목자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봤습니다.

하나님은 어떻게 조용기라는 한 사람을 특별하게 쓰신 것일까요. 그것은 목회자 자신이 강력한 성령체험을 경험하고 호렙산 떨기나무에 불붙는 하나님의 현현(顯現)을 목격했기 때문입니다. 목회자로 단순한 부르심인 사명 수준을 뛰어넘어 생명 걸고 수행해야 할 목회 소명을 발견한 것입니다. 병 고침의 확신, 기도의 열정, 천부적 언어능력, 타고난 리더십, 목표를 세우고 성취해 가려는 자세도 갖고 있었습니다.

조 목사님은 생전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목사가 매력을 얻으려면 성령충만밖에 없습니다. 성령충만을 위해 기도를 많이 하되 깊이 해야 해요. 기도를 깊이 한다는 것은 마음의 생각을 좇아서 장시간 하나님과 영적 교통을 나누는 것입니다… 설교 한 편을 짓는 데 한 달 이상 걸릴 때도 많아요. 설교 리허설을 하고 또 리허설을 합니다. 교인들에게 진짜 도움을 주어야 한다는 간절하고 애절한 마음이 있어야 해요.”

한국교회 강단에 성령의 불이 꺼져가고 있는 상황에서 조 목사님의 65년 목회는 많은 교훈을 줍니다. 그는 목회 소명도 없이 ‘자기 소견에 옳은 대로’ 강단에서 잡다한 지식을 뒤죽박죽 섞는 직업적 종교인과는 차원이 다른 목회자였습니다.

요즘 일부 목회자는 제자 양육의 경험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지적 전수로 자기 소임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성도의 변화가 없다 보니 존재 목적, 재미를 교단 정치에서 찾습니다. 당연히 목회 열매도, 영권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시선은 수도권 목회지로 향합니다.

직업적 종교인은 철야기도, 금식기도, 산기도 한번 안 해 보고 교회 부흥의 시대는 끝났다고 탄식합니다. 코로나로 전도는 안 된다고,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고 불평합니다. 불쌍한 것은 성도들입니다. 어떻게라도 살아보려고 유튜브를 찾아 나섭니다. 교회는 떠나지 못하고 주일 도덕적인 설교 한편 듣고 봉사현장에서 그간 다른 데서 받았던 은혜를 쏟아냅니다. 영적 기근의 시대, 신(新)사사기 시대의 풍경입니다.

평생 교인을 위해 ‘생명의 밥’을 지었던 영적 거인은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한국교회가 다시 재기하게 될 것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려고 다니다 보면 옛날의 전성기나 지금이나 성도님들의 뜨거운 열기는 똑같기 때문입니다. 영혼을 살리는 생명의 밥을 주는데 왜 안 옵니까. 영적으로 밥주고 물주는 데 왜 안 옵니까. 영적인 밥과 물은 안 주고 자꾸 잔소리나 하고 율법적인 판단이나 하니까 사람들이 교회에 안 오는 것이지요.” 결국은 목회자의 문제라는 말입니다.

신앙 후대는 2085년 발간할 ‘한국교회 200년사’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할 것입니다. ‘조국교회 역사가 130여년일 때 전반부는 아펜젤러 언더우드 선교사, 주기철 길선주 손양원 목사가 후반부는 한경직 김준곤 조용기 목사가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20, 21세기 세계교회의 강력한 성령운동을 한국교회가 이끌었는데 그 중심에 조 목사와 여의도순복음교회가 있었다.’

오늘도 영적 거인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목사들이 십자가를 짊어져야 해요. 교인보다 더 십자가를 짊어지고 하나님께 더 헌신해야 합니다. 십자가를 걸머지고 하나님 앞에 자기 자신을 내던지십시오… 강단에 서서 강력하게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을 전하고 희망을 줘야 해요. 누구든지 내일에 대한 희망이 필요합니다. 교인들에게 강력하게 희망을 주면 교회는 돼요.”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