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킨 비위생 제보자 "영상 조작? 양심 가책에 공익 제보"

최민우 2021. 10. 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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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자 "위생 문제 꾸준히 제기했지만 시정 안돼"
SPC 측, 영상 조작 가능성 제기하며 경찰 수사 의뢰
'던킨 위생 불량' 제보 영상 촬영자로 보이는 직원이 설비 외부에서 고무주걱으로 기름을 긁어내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 던킨 안양공장 CCTV 영상 갈무리. 비알코리아 제공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 던킨도너츠 제조 공장이 비위생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던킨도너츠를 운영하는 SPC그룹 비알코리아는 제보 영상에 조작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제보자 A씨는 1일 “SPC가 만드는 도넛이 시민들의 건강에 해칠 수 있다는 걱정과 양심의 가책을 느껴 공익제보를 했다”고 반박했다.

제보자 “기름때, 반죽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 주장

A씨는 이날 오전 11시 서울 식약청 앞에서 열린 ‘SPC던킨도너츠 식품위생법 위반 고발 기자회견’에 참석해 “공개된 제보 영상이 조작됐다는 회사의 주장과 일부 언론이 이를 그대로 기사화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나왔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기자회견은 서울환경운동연합, SPC 파리바게뜨 노조파괴 진상규명과 청년 노동자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한 노동시민사회단체 대책위원회(약칭 시민대책위)가 공동 주최했다.

A씨는 수차례 비위생적인 생산 설비 개선을 요구했지만, 그때마다 의견이 무시돼왔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9년 새로운 생산설비가 도입되기 전부터 위생환경 개선 문제를 회사에 제기해왔지만 시정이 되지 않았고 그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A씨는 그러면서 “공익제보 후 SPC그룹은 시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기는커녕 공익제보 내용이 조작됐다고 공격하고 있다”며 “공개된 동영상을 보면 기름때와 곰팡이 등 반죽 생산 라인에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장의 위생상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런 점을 보다 중점적으로 살펴봐 달라”고 말했다.

또 A씨는 비알코리아가 전날 입장문을 통해 ‘그 직원(제보자)은 해당 시간대 그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아니다’고 밝힌 것에 대해 “그곳은 제가 근무하는 장소가 분명히 맞다”고 반박했다.

A씨는 “생산설비는 24시간 가동된다. 조별로 나눠 식사 시간을 갖는데, 해당 라인에서 근무하던 동료가 야간에 식사하러 가 대신 장비를 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비알코리아는 현재 업무 현장에서 A씨를 배제한 상태다. A씨는 “출근하자 공장 출입문에 등장한 본사 직원들이 출근을 막았다”고 밝혔다.

이번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들은 던킨도너츠를 식품위생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이들은 “SPC그룹 전체 제조공장에 대한 식약처의 대대적인 특별감독이 이뤄져서 시민 먹거리의 위생상 위험이 없도록 엄중 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KBS는 지난 29일 A씨의 제보를 받아 던킨도너츠 안양공장 내부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는 도넛 제조시설의 밀가루 반죽에 기름때로 보이는 누런 액체가 떨어지는 모습 등이 담겨 있었다. 보도 후 소비자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비알코리아 “기름 일부러 떨어뜨려…조작 의심”

비알코리아는 공장 비위생 논란에 대해 일단 사과하면서도 문제를 제기한 영상의 조작이 의심된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비알코리아는 지난 30일 제보 영상을 조작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CCTV 영상을 경찰에 제공하고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KBS가 지난 29일 보도한 제보 영상을 촬영하는 장면이 CCTV로 확인됐는데, 기름을 일부러 떨어뜨리는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잡혔다는 주장이다.

비알코리아가 확인한 CCTV 영상에 따르면 지난 7월 28일 오전 12시 30분쯤 위생 장비를 착용한 한 직원이 아무도 없는 생산 라인에서 펜형 소형 카메라를 사용해 촬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모습이 등장한다.

CCTV 영상에는 이 직원이 도넛 반죽에 직접 닿을 수 없는 기계 외부에서 고무 주걱으로 기름을 긁어내 반죽 바로 위의 설비에 묻히는 듯한 모습도 보인다.

비알코리아 측은 해당 장면이 KBS 보도에서 사용된 제보 영상의 모습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비알코리아는 “그 직원은 해당 시간대 그 라인에서 근무하는 직원도 아니다”라고 했다.

비알코리아는 앞서 이날 오전 던킨도너츠 공식 홈페이지에 도세호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올렸다. 도 대표는 “불편을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면서 “현재 보도 내용을 확인하고 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29일 오전 불시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대내외적인 조치를 공유하고, 신속하게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또 비알코리아는 전체 사업장과 생산 시설에 대한 위생점검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비알코리아는 1일 “전 사업장과 생산시설에 대한 위생 점검을 이번 주 완료하고 전 생산설비에 대한 세척 주기를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HACCP·해썹)보다 엄격하게 적용해 관리를 강화할 것”이라며 “내달 초까지 노후설비 교체를 완료하고 이번 사태로 피해를 본 가맹점주와 협의해 상생 지원책도 강구할 예정”이라고 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문제가 제기된 공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 일부 시설이 청결하게 관리되지 않는 등 식품위생법 위반사항을 적발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 해당 지자체는 행정처분을 내리고 3개월 이내에 다시 점검해 위반사항 개선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식약처는 29일과 30일 이틀간 이 공장에 대해 위생지도·점검을 진행한 결과 식품 이송 레일 하부의 비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등 ‘식품 등의 위생취급 기준’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식약처는 또 해썹 평가에서 이 공장의 제조설비 세척 소독이 미흡함을 확인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해당 공장은 지난해에도 같은 평가를 받았다.

식약처는 이번 평가에서 이물예방 관리와 원료보관 관리 미흡 등을 추가로 확인해 해썹 평가에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식약처는 해당 업체에 대한 시정 조치가 끝난 뒤 재평가를 할 예정이다. 식약처는 다른 던킨도너츠 제조시설에 대해서도 위생지도·점검과 해썹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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