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들의 '백신 내란'..현역군인, 접종 의무화에 국방부 소송

이유정 2021. 10. 1. 1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연면역에도 강제는 위헌" 집단소송 예고
뉴욕시 공립교사들도 연방 대법원에 상소
민간기업 확대 이후 실제 효과있다는 반론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코로나19 관련 연설을 통해 ″올 가을 모든 학교는 개방돼야 하며, 그렇게 할 수 있도록 우리는 수단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 정책을 확대 시행하면서 이에 반발하는 소송도 잇따르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 힐은 30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모든 군인에게 백신 접종을 하도록 한 것과 관련해 두 명의 군인이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매체에 따르면 댄 로버트 육군 하사와 해병대의 홀리 멀비힐 하사는 지난 8월 중순 콜로라도 연방법원에 “이미 코로나19에 걸렸다가 회복해 자연 면역이 있는데도 군이 백신 접종을 강제하려는 것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냈다. 유사한 사례의 군인들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집단 소송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뉴욕시의 공립학교 교사 여러 명은 최근 대법원에 백신 접종 명령을 중단해 달라는 신청을 냈다.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이 교사들은 “교사들에게 백신 접종을 의무화하는 뉴욕시의 공중 보건 조치는 법에 어긋나며,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교사들이 생계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항변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주 전체로 보면 최소 8건의 소송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연방 근로자들에 대해 백신 접종을 지시하다가, 지난 달 9일부터는 100인 이상 근로자를 둔 민간기업에 대해서도 백신 접종 의무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애리조나주가 주정부로는 처음으로 “연방 정부의 백신 강제 정책은 위헌”이라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전국에서 크고 작은 법정 다툼이 잇따르고 있다.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30일 현재 미국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55.9%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 공군 장병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 미 공군]

앞서 6월 비영리 단체 카이저패밀리재단의 접종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백신을 아직 맞지 않은 이들의 절반은 “고용주가 백신을 강제하면 직장을 그만둘 의향 있다”고 응답했다. 반면 “맞겠다”는 이들은 42% 정도였다. 만약 의료진들이 정책에 반발해 한꺼번에 일을 관둔다면 의료 공백이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다만 예상했던 대규모 인력 공백은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NYT는 30일 “지금까지는 고용주들의 ‘최후통첩’이 백신 접종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사람들이 정부 정책에 불만을 갖거나 걱정을 했던 것과는 달리, 실제로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매체에 따르면 유나이티드 항공은 자사 직원의 99%가 접종 받았다고 공지했다. 회사는 여전히 “백신을 안 맞은 약 600명은 해고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올 여름 휴스턴 감리교 병원은 2만 5000명의 직원들에게 백신을 의무화했지만, 지금까지 0.6%만이 백신 접종 문제로 그만뒀거나 해고됐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새크라멘토의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 병원의 근로자 1만 5000명도 94%가 예방 접종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데이비드 루바스키 박사는 “이는 지난 7월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라며 “1000명 미만의 직원이 종교적, 의료적 면제를 요청했고 강하게 버티는 약 50명만이 징계를 받거나 해고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뉴욕주에서도 27일 기준 병의원, 요양병원의 종사자(약 65만 명)의 92%가 최소 1회 백신 접종을 마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브루클린의 한 카페에 '성별, 인종, 나이 등으로 차별하지 않듯, 백신 접종 여부로 차별하지 않겠다'는 안내문이 내걸렸다. 이광조 기자

연방 정부의 백신 의무화 확대 발표 이후(지난 달 23~27일) 실시된 여론조사를 보더라도 AP통신ㆍ시카고대 여론연구센터(NORC)의 정부의 백신 의무화 정책에 대해 적극 또는 소극 찬성하는 비율은 51%로 과반을 넘겼다. 반대는 34% 였고, 14%는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었다. 특히 민주당 지지자들은 77%가 백신 의무화 정책에 찬성했지만, 공화당 지지자들은 62%가 반대해 정치적 성향에 따라 반응이 크게 엇갈렸다. 근무 형태별로는 재택 근무를 하는 근로자가 대면 업무를 하는 이들보다 백신 의무화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UC 헤이스팅스 로스쿨의 도리트 루빈스타인 레이스 교수는 “소송 등 여러 반발에도 불구하고, 의무화 정책은 일반적으로 ‘정책은 결국 시행된다’는 인식으로 인해 백신 접종에 대한 순응도를 높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한편으로는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급증하면서 막판에 고민하던 이들도 백신 접종을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풀이도 나온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