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동안 활약한 007, 이제는 본드걸보다 본드우먼
[장혜령 기자]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포스터 |
ⓒ 유니버설 픽쳐스 |
< 007 노 타임 투 다이 >는 007시리즈의 스물다섯 번째 작품이자 다니엘 크레이그의 5번째 영화다. 2006년 < 007 카지노 로얄 >부터 15년, < 007 스펙터 > 이후 5년 만의 신작이다. 007 시리즈 최초로 미국 연출가 캐리 후쿠나가 맡아 화제가 되었다. <그것>의 각본과 <제인 에어>, 드라마 <트루 디텍티브> 시즌 1을 연출하며 인정받은 주목받는 신예다. 다만, 다니엘 크레이그의 본드 은퇴작을 의식한 것일까. 생각만큼 막강하지 않았던 악당이 아쉽다. 그밖에 일본계 미국인인 감독의 영향인지 일본풍의 가면, 의상, 정원 등이 등장한다.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두 사람은 서로 비밀을 털어놓고 진정한 믿음을 보여주기로 약속했었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새 출발 하기로 했다. 제임스는 그 일환으로 가장 먼저 베스퍼(에바 그린)의 무덤을 찾았으나 원인 모를 공격이 시작되며 위험에 처한다. 그 배후에 마들렌이 있다는 의심이 커지며 둘 사이가 틀어지게 된다. 5년 뒤, 본드는 다시 MI6를 도와 악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지키는 데 일조하게 된다.
이번 시리즈도 첩보 액션 장르답게 새로운 무기가 등장한다.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진화하는 첨단 장비와 슈트 정석을 확인하는 즐거움이 007시리즈의 매력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007의 시그니처인 오프닝 크레딧보다 인상적인 오프닝을 보여준다.
소녀였던 마들렌이 악당 사핀(라미 말렉)과 얽히게 되는 인연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설원 위의 오두막에서 벌이는 서스펜스가 압권이다. 마들렌과 사핀은 둘 다 가족을 잃고 고아가 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얼굴에 흉터가 있고 하얀 가면이 인상적인 사핀과 다가가려 할수록 가시 돋친 한 떨기 장미 같은 마들렌은 동병상련의 운명을 타고났다.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본드가 요원이라기보다 한 인간으로 다가왔다. 유일한 사랑이었던 베스퍼를 잊게 해준 한 여인을 만난 개인적인 서사를 강조했다. 조직의 일원도 전설의 첩보요원도 아닌 한 여자의 남자가 되고 싶어 했다. 미션 완료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위험에 빠트리는 활약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된다. 따라서 몸이 먼저 반응하는 본능적인 첩보요원으로서의 직업적인 삶과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일상이 투 트랩으로 움직인다.
함께 주목할 부분은 단연 본드걸이다. 본드걸은 전 세계적인 인지도를 단번에 얻어 슈퍼스타가 가능한 일등석이었다. 때문에 수많은 배우가 본드 옆자리를 탐했고 앉고 싶다고 아무나 앉을 수 없었다. 하지만 본드걸의 저주라는 말이 붙을 만큼 관능적인 이미지만 반짝 소비하다 사라졌다.
시대가 바뀔수록 007 시리즈 초반의 핀업걸에서 위상도 달라졌다. 1990년대 후반부터 전통적인 본드걸의 이미지를 탈색하는 데 힘썼다. 팜므파탈, 조력자, 빌런 등으로 변화하며 입체적인 여성 캐릭터로 변화했다. 따라서 더 이상 본드를 뒷받침하는 본드걸은 존재하지 않는다. 본드의 성(性)적 파트너이자 관객의 눈을 사로잡기 위한 관능적인 미녀로만 소비되지도 않는다.
이번 시리즈부터 본드걸이 아닌 본드우먼으로 거듭했다고 봐도 좋다. 분명 매혹적이기는 하나 본인 경력을 위해 움직이는 주체적인 여성이 있을 뿐이다. 1962년 < 007 살인번호 >에 비키니 차림으로 등장해 59년 동안 자리를 지켜온 본드걸 대신 다채로운 네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연인, 007 번호를 부여받은 00 요원, CIA 요원, MI6 현장 요원으로 구성되었다. 레아 세이두, 라샤나 린치, 아나 디 아르마스, 나오미 해리스가 활약한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는 제작진의 진정성을 확인할 수 있다.
▲ 영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
ⓒ 유니버설 픽쳐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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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브런치와 키노라이츠 매거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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