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녹취록' 뭐길래..수사팀 이틀만에 유동규 체포했나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개발 사업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측 주주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간부에 10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이 수사팀 출범 이틀 만인 1일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뒤 강제 소환 조사를 하면서다. 검찰 수사팀은 우선 대장동 특혜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화천대유에 배당금 등 이익을 몰아준 뒤 리베이트로 뇌물을 받았는지(배임수재·뇌물 혐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 증거는 천화동인 5호 대주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7일 검찰에 출두해 제출한 19개의 대화 녹취 파일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배당금 4040억 등 막대한 수익을 어떻게 재배분할지 논의하는 내용과 함께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명의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도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금품 수수는 사실이 아니며 지분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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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대화’ 녹음 19개…“김만배·유동규와 4040억 배당금 재배분 논의”
3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에 3억 5000만원(지분 7%)을 투자한 7명의 투자자(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 대주주) 가운데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화천대유 회장(천화동인 1호),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지난 2년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19개다. 정 회계사는 녹취 파일과 함께 자신이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간부에 10여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술서와 수억 원의 현금 뭉치가 찍힌 사진도 증거물로 지난 27일 검찰에 출석해 제출했다고 한다. 대장동 특혜 의혹 당사자인 정 회계사가 처음으로 사업 과정에서 금품 제공을 시인하며 수사기관에 자수한 셈이다.
우선 녹취 파일엔 정씨가 김만배 회장, 유 전 본부장과 민간인 사업자가 얻은 4040억원의 배당금 등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재배분할지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 50%+1주 최대 주주(성남도시개발공사)를 대표하는 유 전 본부장이 배당금을 지분 7% 민간 사업자에 몰아준 뒤 막후에서 리베이트 논의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에 민간 사업자로 참여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만 배당받는 동안 화천대유 등 개인 투자자 7명이 4040억원을 배당금과 함께 아파트 분양수익 4500억원을 추가로 챙길 수 있도록 이익 구조를 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성남시 측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유 전 본부장에게 수억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밝히면서 특혜 의혹이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돈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포함한 대화를 녹음한 정영학 회계사를 두고 “누군지 모른다”라고 했다.
“유동규, 천화동인 지분 차명 소유…배당액수 놓고 다퉜다”
하지만 녹취 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를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김만배 회장과 정 회계사와 실소유한 지분의 배당금을 어떻게 받을지 논의하는 내용도 19개 녹취 파일 가운데 포함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배당 액수를 놓고 다툼도 벌어졌다는 것이다.
전날 유 전 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지분이 있으면 참 좋겠다"며 "여기 이렇게 살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차명 소유 의혹도 부인했다.
김만배 회장 측은 중앙일보에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 “정 회계사가 김 회장과의 언제, 어떤 대화를 녹음한 건지 알지 못해 현재로썬 내용은 물론 녹취록 자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측근 인사 이름도 나온다”에 ‘대장동 리스트’ 논란 확산
대장동 녹취록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측근 인사들의 이름도 여러 번 거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대장동 리스트’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신 대화에선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직접 언급된 적은 없다고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이 이 지사 측근들이 이름이 언급된 건 결국 ‘최종 목적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공격하면서다.
하지만 거론되는 인사들은 “사기꾼들 대화에 언급됐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업무 분야가 다르니 유 전 본부장이 사기꾼들이랑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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