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녹취록' 뭐길래..수사팀 이틀만에 유동규 체포했나

김수민 2021. 10. 1.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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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성남시 대장동 특혜 개발 의혹으로 검찰에 체포돼 소환 조사를 받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 자택 앞에서 기자들에게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JTBC 캡처.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개발 사업에 참여한 민간 사업자인 화천대유 측 주주들이 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간부에 10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인 정황이 담긴 녹취 파일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 검사)이 수사팀 출범 이틀 만인 1일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체포한 뒤 강제 소환 조사를 하면서다. 검찰 수사팀은 우선 대장동 특혜와 관련해 유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이 화천대유에 배당금 등 이익을 몰아준 뒤 리베이트로 뇌물을 받았는지(배임수재·뇌물 혐의)를 규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핵심 증거는 천화동인 5호 대주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 27일 검찰에 출두해 제출한 19개의 대화 녹취 파일이다.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천화동인 1호 대주주인 김만배씨, 유 전 본부장과 함께 배당금 4040억 등 막대한 수익을 어떻게 재배분할지 논의하는 내용과 함께 유 전 본부장이 김씨 명의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을 차명 보유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도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기자들에게 “금품 수수는 사실이 아니며 지분이 있었으면 정말 좋겠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한 상태다.

대장동 개발사업은? 그래픽 이미지.


‘대장동 대화’ 녹음 19개…“김만배·유동규와 4040억 배당금 재배분 논의”


30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른바 대장동 녹취록은 대장동 개발에 3억 5000만원(지분 7%)을 투자한 7명의 투자자(화천대유·천화동인 1~7호 대주주) 가운데 5호의 소유주인 정영학 회계사가 김만배화천대유 회장(천화동인 1호), 유동규 전 본부장 등과 지난 2년간 대화를 녹음한 파일 19개다. 정 회계사는 녹취 파일과 함께 자신이 유동규 전 본부장 등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간부에 10여억원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자술서와 수억 원의 현금 뭉치가 찍힌 사진도 증거물로 지난 27일 검찰에 출석해 제출했다고 한다. 대장동 특혜 의혹 당사자인 정 회계사가 처음으로 사업 과정에서 금품 제공을 시인하며 수사기관에 자수한 셈이다.

우선 녹취 파일엔 정씨가 김만배 회장, 유 전 본부장과 민간인 사업자가 얻은 4040억원의 배당금 등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재배분할지 논의하는 대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 50%+1주 최대 주주(성남도시개발공사)를 대표하는 유 전 본부장이 배당금을 지분 7% 민간 사업자에 몰아준 뒤 막후에서 리베이트 논의를 했다는 의미가 된다.

성남시 대장동 개발 ‘성남의뜰’ 지분 및 배당금 규모.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정 회계사는 화천대유가 대장동 개발 사업자 공모에 민간 사업자로 참여할 때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인물이다.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성남도시개발공사는 1830억원만 배당받는 동안 화천대유 등 개인 투자자 7명이 4040억원을 배당금과 함께 아파트 분양수익 4500억원을 추가로 챙길 수 있도록 이익 구조를 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성남시 측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유 전 본부장에게 수억 원을 건넸다고 검찰에 밝히면서 특혜 의혹이 정관계 금품 로비 의혹으로 확대된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전날 “돈을 받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자신을 포함한 대화를 녹음한 정영학 회계사를 두고 “누군지 모른다”라고 했다.


“유동규, 천화동인 지분 차명 소유…배당액수 놓고 다퉜다”


하지만 녹취 파일에는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1호 지분 일부를 차명 소유하고 있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고 한다. 이에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10월 수원의 한 노래방에서 김만배 회장과 정 회계사와 실소유한 지분의 배당금을 어떻게 받을지 논의하는 내용도 19개 녹취 파일 가운데 포함됐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배당 액수를 놓고 다툼도 벌어졌다는 것이다.
성남시 대장동 민관합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지분 6%(3억원)을 투자한 천화동인 1~7호 투자자별 배당금 추정 액수. 김현서 기자 kim.hyeonseo12@joongang.co.kr

전날 유 전 본부장은 기자들에게 "지분이 있으면 참 좋겠다"며 "여기 이렇게 살고 있지도 않을 것"이라고 차명 소유 의혹도 부인했다.

김만배 회장 측은 중앙일보에 유 전 본부장이 천화동인 실소유주라는 의혹에 대해 “정 회계사가 김 회장과의 언제, 어떤 대화를 녹음한 건지 알지 못해 현재로썬 내용은 물론 녹취록 자체의 진위를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측근 인사 이름도 나온다”에 ‘대장동 리스트’ 논란 확산


대장동 녹취록에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성남시장 시절 측근 인사들의 이름도 여러 번 거명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선 ‘대장동 리스트’ 논란까지 일고 있다. 대신 대화에선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직접 언급된 적은 없다고 한다. 야당인 국민의힘 측이 이 지사 측근들이 이름이 언급된 건 결국 ‘최종 목적지’를 의미하는 게 아니냐며 공격하면서다.

하지만 거론되는 인사들은 “사기꾼들 대화에 언급됐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업무 분야가 다르니 유 전 본부장이 사기꾼들이랑 무엇을 하고 다녔는지 전혀 알지 못한다”라고 덧붙였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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