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 못 차리면 바로 호갱" 중고차 시장, 소비자 불만 없어질까
200만원짜리 화물차 700만원에..차량 강매로 극단적 선택
"소비자들 알 권리와 안정적인 시장 조성 절실"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중고차 시장이 불친절하고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잖아요."
중고차 허위 매물 피해자를 돕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유튜버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이 유튜버에게 불만이 많은 중고차 시장 관계자들의 보복범죄가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지만, 수사 결과 지인과의 다툼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밝혔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중고차 시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다시 환기하고 있다. 현재 중고차 시장이 허위매물 등 사기 행위가 많고 심지어 협박 등을 통해 강매하는 일도 빈번하기 때문이다. 중고차 시장에서 정신을 제대로 차리지 않으면 '호갱(虎客)'(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 되는 건 시간문제라는 얘기도 있다. 심지어 한 피해자는 유서를 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정도다.
조사 결과 중고차 시장 자체는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지만, 소비자들은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10차 서비스업 조사에 따르면, 중고차 판매업 매출액의 규모는 2016년 7조9669억 원에서 2018년 12조4217억 원으로 급증했다. 중고차 매매업체도 2016년 5829개에서 2018년 6361개로 늘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비판한다. 30대 회사원 김 모씨는 "중고차 시장에서 차를 강매하거나 소비자를 속이는 일이 많지 않나"라면서 "가해자들을 붙잡아 강력히 처벌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박 모씨는 "중고차 시장에 대한 여론이 너무 안 좋다 보니, 나름대로 개선의 노력이 있는 것 같은데, 그래도 (시장에 대한) 인식 자체가 너무 나쁘다"라고 비판했다.
시민들의 의견과 같이 2019년 11월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중고차 소비자의 76.4%가 중고차 시장에 대해 '약간 혹은 매우 불투명하고 혼탁하다'고 응답했다. 이 조사는 3일간 전국의 성인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수준에서 표본오차는 ±3.1%다.
또 지난해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20·30세대 의견조사를 실시한 결과, 중고차 매매시장에 국내 자동차 제조사가 참여하는 데 절반 이상(53.6%)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대는 9.1%에 불과했다.
중고차매매시장이 불투명·혼탁·낙후됐다고 응답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그 이유를 물어본 결과, 가격산정 불신(31.3%), 허위·미끼 매물(31.1%) 주행거리 조작, 사고이력 등에 따른 피해(25.3%) 등의 순서로 응답했다. 그 다음으로는 A/S에 대한 불안(6.2%), 중고차매매업 관련 제도 미비 및 감독 소홀(6.1%) 등으로 조사됐다.
중고차 시장 설문조사 결과과 부정적인 만큼, 최근에는 중고차 강매를 당한 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했다. 지난 2월24일 충북 제천의 한 마을에서 60대 가장 남성 A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 씨가 직접 작성한 유서에는 중고차를 사려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그는 악덕 중고차 매매집단으로부터 8시간을 끌려다닌 끝에 200만원짜리 화물차를 700만원에 억지로 살 수밖에 없었다. 중고차 시장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소비자들은 중고차 시장에서의 거래 투명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12월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 중고차 시장은 더 이상 성장이 불가능할 정도로 불투명하고 낙후하다. 특히 자동차 시장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지금의 상태를 계속 유지하기 어렵다"며 "거래 투명성 확대를 통해 소비자들의 알 권리와 선택할 권리를 보장하는 안정적인 시장 조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전히 국내 중고차 시장은 허위·미끼 매물, 성능상태 점검 불일치, 과도한 알선수수료 등 소비자피해 사례가 만연하고 있다"며 "심지어 매매업자의 중개를 통한 중고차 거래를 당사자 거래로 위장 신고해 세금을 탈루하고 중고차 판매 이후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는 등 2차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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