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경미의 영화로 보는 세상] 모래성과 같은 우리의 삶

데스크 2021. 10. 1.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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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old)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해변에 갇히게 된 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영화 속 해변은 30분에 1년씩 시간이 흐르는 특별한 해변이다.

영화는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놓인 유한한 삶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 '올드'는 다소 느릿한 진행과 진의를 파악하기에 어려운 미스터리한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과 시간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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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올드'

영화 ‘올드’(old)는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해변에 갇히게 된 이들에게서 일어나는 이야기다. ‘나이 든’이라는 뜻의 올드는 피에르 오스카 레비의 원작소설 ‘모래성’(Sand Castle)을 영화화 한 것으로 연출을 맡은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은 ‘식스 센스,’ ‘23 아이덴티티’ 등 스릴러 서스펜스 장르에 특화된 감독이다. ‘올드’ 역시 시간의 흐름에 대한 공포라는 소재를 주제로 한 호러 영화다.


여름휴가를 보내기 위해 한적한 리조트를 찾은 가이(가엘 가르시아 베르날 분) 가족은 호텔 매니저에게 프라이빗 비치를 소개받는다. 가족들은 행복한 추억이 되길 기대하며 다른 몇몇 여행객들과 함께 해변으로 향한다. 하지만 그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빨라 반나절 만에 아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하고 어른들은 급속히 늙는 기이한 현상을 발견하고 해변을 벗어나려 한다.


영화 ‘올드’는 시간의 유한성을 강조한다. 인간의 평균 수명은 80세로 탄생과 죽음으로 이르기까지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영화 속 해변은 30분에 1년씩 시간이 흐르는 특별한 해변이다. 사람들은 하루가 채 지나기도 전에 치매, 시력 저하, 난청, 운동능력 감소를 경험하며 죽음에 근접해 간다. 해변에 도착한 여섯 살 꼬마 트렌트(놀란 리버 분)는 반나절 만에 청년이 되고 아빠 가이는 저녁이 되자, 노화가 진행되어 눈앞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인간의 일생이 하루나 이틀에 집약된 셈이다. 실제로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의 시간개념도 그렇다. 지나고 보면 젊음에서 노화로, 탄생에서 죽음으로 이르기까지 눈 깜빡할 사이 시간이 흐른다. 영화는 죽음이라는 명제 앞에 놓인 유한한 삶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느끼게 한다.


단절과 고립감이 얼마나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가를 알 수 있다. 시간이 빛의 속도로 흐르는 기이한 해변에서 주인공들은 외부와 단절되고 고립되면서 극한 상황을 마주한다. 광활하고 아름다운 해변이지만 외부 세계와의 단절은 벗어날 수 없는 공포의 공간으로 변하게 한다. 이는 마치 코로나 시대의 우리 삶을 보는 듯하다. 소통하면서 살아가던 삶은 코로나로 인해 외부와 단절되면서 심각한 고립을 경험하게 되었다. 영화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현 코로나 시대를 은유하면서 단절과 고립감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생명윤리를 강조한다. 다수를 위해 소수의 희생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소수는 다수를 위해서 희생이 불가피할 경우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며 자발성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변을 찾은 사람들은 모두 알츠하이머나 종양 등의 질병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신약개발을 위해 제약회사의 임상실험 대상이 된다. 영화는 인간의 삶의 가치와 생명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한다.


우리 모두 유한한 삶을 산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를 잊고 마치 자기 자신에게는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착각한다. ‘오늘은 어제 죽어가던 이들이 그토록 바랐던 내일이다’라는 말과 같이 유한한 인생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시간의 의미는 중요하다. 상대를 헐뜯고 미워하며 살기에는 삶의 시간이 너무나 짧다.

영화는 우리에게 의미 없고 소모적인 분쟁보다는 너그럽고 여유롭게 그리고 화합하면서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알차고 풍성하게 만들어 가라고 말한다. 영화 ‘올드’는 다소 느릿한 진행과 진의를 파악하기에 어려운 미스터리한 설정으로 관객들에게 아쉬움을 주기도 하지만 우리의 삶과 시간의 중요함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양경미 / 한국영상콘텐츠산업연구소장, 영화평론가film10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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