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녹취록' 금품·지분 의혹 유동규..檢 이틀만에 체포했다

하준호 2021. 10. 1.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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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1일 전담 수사팀을 발족한 지 이틀 만에 유동규(52)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사장 직무대리)을 법원의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전격 체포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유 전 본부장은 2015년 성남시가 대장동 개발을 시작할 당시 민간사업자 선정, 주주 구성이나 이익금 배분 방식 등을 설계하는 데 깊이 관여해 화천대유 개인 투자자 7명에게 수천억원대 특혜를 준 의심을 받는 핵심 인물이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장직무대리를 지내며 대장동 개발을 주도한 뒤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경기지사에 출마한 이재명 지사의 선거운동을 측면 지원하고, 선거 뒤 경기관광공사 사장에 임명돼 이 지사의 측근이란 의혹도 받는다.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지난달 30일 경기 용인시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JTBC 캡처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이날 오전 9시 26분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한 병원 응급실에서 유 전 본부장을 체포했다. 당초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을 예정이었는데, 이날 새벽 복통을 호소해 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으면서 1시간가량 출석을 미뤘다. 하지만 검찰은 전날 소환 통보에 변호사 선임 등을 이유로 응하지 않은 유 전 본부장이 이날도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불응할 수 있다고 판단, 곧바로 그의 신병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29일 유 전 본부장의 용인시 자택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전날엔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추가로 압수수색해 그가 사용했던 PC를 확보했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압수물을 분석하는 한편 유 전 본부장이 실제 대장동 사업 당시 화천대유와 그 관계사인 천화동인 1~7호가 적은 지분(7%)을 갖고도 4000억원대의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도록 수익 구조를 설계하는 데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화천대유 대주주인 김만배씨를 포함해 주요 주주들로부터 금품 로비를 받았는지를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7일 천화동인 5호 소유주 정영학 회계사는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 등의 대화를 녹음한 녹취파일 19개와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에 10억원대 금품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의 자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자신이 전달한 수억원대 현금 뭉치를 찍은 사진 등 증거물도 함께 냈다.

서울중앙지검은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일 한 병원 응급실에서 체포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현관의 모습. 뉴스1

정 회계사의 소위 ‘대장동 녹취록’에는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대주주들이 거둔 4040억원의 배당금과 수천억원대의 아파트 분양 수익을 어떻게 배분할지 논의한 내용도 담겨 있다고 한다. 또 전직 성남도시개발공사 핵심 인사에게 10억원대의 금품을 제공한 정황도 포함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실제 대장동 사업 전후로 화천대유 측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는지에 대해서도 조사할 방침이다. 다만, 유 전 본부장은 전날 자택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품 수수 의혹을 부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천화동인 1호 지분 상당 부분을 김씨의 이름으로 차명 소유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천화동인 1호는 대장동 사업에 1억464만원을 출자해 약 1208억원의 배당수익을 올렸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4월 김씨가 지난해까지 화천대유에서 장기대여금 명목으로 473억원을 빌리는 과정에 수십억원을 현금으로 인출하는 등 석연찮은 자금 흐름을 포착해 경찰에 통보했다.

법조계에선 김씨가 인출한 현금 일부가 유 전 본부장에게 흘러 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달 27일 서울용산경찰서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며 “개발 부지에 있는 묘지 280여개를 이장하려면 현금으로 합의금을 지급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유 전 본부장은 대장동 개발 수익 일부가 흘러간 정황이 포착된 유원홀딩스의 실소유주란 의심도 받는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 관계자들이 지난달 29일 오후 경기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들을 차량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유 전 본부장은 자택 압수수색 직전 자신이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창밖으로 던져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당시 검찰은 유 전 본부장 자택과 그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발견하지 못해, 이번 체포를 통해 사라진 휴대전화의 행방을 찾아 확보할지도 주목된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이 발부된 만큼 이날 조사 이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은 조만간 대장동 사업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주요 간부들을 소환해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검찰은 전날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처장인 이모씨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그는 대장동 사업 관련 민간 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이익 배분을 반대하다 사업에서 손을 뗀 인물이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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