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화해위, '고대생 김성학 실종사건' 조사한다
[구영식 기자]
▲ '실종 30년' 김성학 고대 학자추위원장의 고등학교 졸업앨범 사진. |
ⓒ 김성진씨 제공 |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진실화해위원회의 '결정통지서'에 따르면, 진실화해위원회는 지난 1991년 고려대 학원자주화추진위원회(아래 학자추) 위원장으로 활동하다 실종된 김성학(고려대 수학과 88학번)씨 가족에게 김씨 실종사건에 대한 '조사개시결정'을 지난 9월 15일 통지했다.
진실화해위원회는 통지서에서 "귀하가 신청한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 필요성을 인정하여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제22조 제1항에 따라 조사개시 결정하였다"라고 밝혔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은 과거사 진상규명의 범위를 '1945년 8월 15일부터 권위주의 통치시까지 헌정질서 파괴행위 등 위법 또는 현저히 부당한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발생한 사망, 상해, 실종사건, 그밖에 중대한 인권침해사건과 조작의혹 사건'으로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항 제4호). 이를 근거로 진실화해위원회는 '고대생 김성학 실종사건'을 권위주의 통치시기에 일어난 실종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사개시를 결정한 것이다. 조사를 진행한 뒤에는 '진상규명결정'과 '진실규명불능결정'을 내린다.
지난 3월 13일 <오마이뉴스>는 1991년 3월 '학교에 다녀오겠다'는 말만 남기고 자취방을 나간 뒤 30년 동안 실종된 '고대생 김성학 실종사건'을 단독으로 발굴해 보도한 바 있다. 이후 김씨의 동생인 김성진씨는 이틀 뒤인 지난 3월 15일 광주시청에 진실규명신청서를 제출했고,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기사들을 참고자료로 첨부했다.
김성학씨는 지난 1968년 전남 영암에서 4남매의 장남으로 태어나 광주 인성고를 졸업한 뒤 재수를 거쳐 지난 1988년 고려대 수학과에 입학했다. 입학한 직후 창간된 <한겨레>의 창간주주(10주)가 됐고, <한겨레>의 양천신정지국에서 총무로도 일했다.
당시 학생운동의 최대계열인 NL(민족해방)그룹에서 활동했던 김씨는 지난 1991년 이과대 학자추위원장에 이어 고려대 총학생회 산하 학자추위원장을 맡았다. 학자추의 핵심 현안 중 하나는 '등록금 인상문제'였다. 그런데 지난 1991년 3월 어느날 저녁 서울 성북구 동선동의 자취방에서 나간 뒤 실종됐다.
가족들, '공권력에 의한 타살' 가능성 제기... 국정원 등 조사할 듯
김씨가 실종된 30년 동안 그의 행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아 자살설, 타살설, 월북설 등이 제기됐다. 하지만 가족들은 자살설과 탈북설을 부인하면서 '공권력에 의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동생 김성진씨도 지난 3월 진실화해위원회에 제출한 진상규명신청서에서 "종합적으로 미루어 보면 공안기관의 조직사건 조작을 위한 납치가 의심되며 이후 30년간 행방이 드러나지 않음을 볼 때 외력에 의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김성진씨는 지난 2월 22일 광주에서 진행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몇 년 전에 아는 사람을 통해 옛날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에 근무했던 직원한테 알아보니 형이 요주의 인물 리스트에 있어서 바위를 달아 바다에 수장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라고 전하면서 '공권력에 의한 타살 가능성'을 주장했다.
1일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김성진씨는 "안기부에 계셨던 분이 양심선언하면 쉽게 끝날 일"이라며 "이 기사를 보고 그런 양심선언이 나왔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형님의 실종에 대해 가족들의 응어리진 마음이 풀어지고, 형님 시신이라도 찾아서 선산에 모실 수 있도록 조사가 정상적으로 잘 진행됐으면 한다"라고 당부했다.
▲ 실종되기 전인 1990년 11월 18일 가족들과 함께 군복무중인 동생(김성진)을 면회하러 간 김성학 고대 학자추위원장. |
ⓒ 김성진씨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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