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느림보 한·일, 미국 추월" NYT 놀래킨 접종률 비결

정영교 2021. 10. 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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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9일 오후 대전 서구 예방접종센터에서 화이자 백신을 접종받은 시민들이 이상반응 관찰을 위해 휴식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느림보(laggard)'였던 아시아가 속도를 내 미국을 추월했다고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코로나19 초기 대응에서 방역 모범국으로 불리던 아시아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 속도를 내면서 반복되는 봉쇄와 부담스러운 방역 규제로부터 정상 회복에 대한 희망 높이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NYT는 "아시아 지역에서의 변화는 놀랍고 성공적"이라며 "한국·일본·말레이시아는 인구 100명당 백신 접종량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는데, 이는 올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라고 전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백신 접종률 증가의 효과는 각종 지표를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한국은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의 확산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에 걸린 백신 접종자 중에서 0.6%만이 중증으로 진행됐고, 사망자는 0.1%에 그쳤다. 일본도 최근 한 달 동안 중증 환자 수가 절반으로 줄어 하루 평균 1000여명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8월 말 23만명까지 치솟았던 입원환자 수도 지난 화요일(28일) 기준 3만1000여명으로 급감했다.

국제백신연구소(IVI) 제롬 김 사무총장은 NYT와 인터뷰에서 "이런 상황은 거의 '토끼와 거북이' 같은 이야기"라면서 "아시아에서는 백신을 구할 수 있을 때마다 항상 접종해왔다"고 말했다.

NYT는 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백신 접종에서 미국을 앞지를 수 있었던 비결을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 요인에서 찾았다. 백신에 대한 망설임과 정치적 갈등이 심각한 미국과 달리 아시아 지역에서 백신은 결코 논쟁거리가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대부분의 아시아인은 정부가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믿었고, 개인의 자유보다 공동체의 요구를 더 중요시했다고 신문은 진단했다.

옥스퍼드대 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 70.37%, 완전 접종률 59.54%를 기록하면서 최근 미국을 앞질렀다. 일부 시골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률이 100%에 육박한다. 한국도 백신 1차 접종률 76.02%, 완전 접종률 49.06%를 보이고 있는데, 2차 접종률에서 일본에 뒤지지만 1차 접종률 기준으로는 일본에 앞서고 있다. 이에 반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던 미국은 1차 접종률 63.64%, 완전 접종률 54.81%를 기록하고 있다.

NYT는 아시아 지역 국가에서는 백신이 팬데믹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라는 믿음이 널리 퍼져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백신 접종 사례를 소개했다.

한국에서는 당국이 50대를 대상으로 오픈한 백신접종예약시스템에 약 1000만명에 달하는 대상자가 동시에 동시에 몰리면서 한 번에 최대 30만 건을 처리할 수 있도록 고안된 이 시스템이 일시적인 장애를 일으켰다. 지난달 도쿄에서는 당국이 청년을 대상으로 예약 없이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할 수 있는 접종센터를 마련하자 접종 희망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새벽부터 줄을 서는 등 혼란을 빚은 바 있다.

다만 NYT는 위험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가 자체 백신을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각국 정부가 부스터 샷(추가 접종)을 승인할 경우 백신 공급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본 정부는 오늘부터(10월 1일) 도쿄(東京)를 비롯해 19개 도시에 발령돼 있던 긴급사태를 해제하고 코로나19와의 공존을 의미하는 '위드(with) 코로나'로 방역 정책을 전환한다.

일본에서 긴급사태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지난 4월 이후 약 6개월 만이다. 일본이 위드 코로나로 방역 정책 전환에 나선 것은 하루 평균 2만5000명을 넘어서던 신규 확진자 수가 10% 수준인 2000명 안팎으로 감소하면서 백신 접종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데 따른 결정이다.

정영교 기자 chung.yeonggy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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