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 대혼돈..내년 사업계획 다시 쓰는 車업계
[아시아경제 조유진 기자, 유제훈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장기화되고 있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상반기에만 현대차 7만대, 기아차 6만대의 생산차질을 빚은 현대차그룹은 지난 7월 콘퍼런스 콜에서 "현 시점에서 반도체 수급난은 3분기부터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지만 여파는 여전하다.
특히 반도체 수급난은 지난달 들어 다시 심화하고 있다. 지난달에만 울산4·아산공장이 2~5일간 가동을 중단했고, 해외에서도 기아 조지아 공장과 현대 앨라배마 공장이 1~5일간 생산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이번 주에는 주말특근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업계 전체가 생존 위기… 회복시기 아무도 몰라"= 반도체 수급난이 예상보다 장기화되자 글로벌 완성차 업계는 대혼란에 빠졌다. 재고 물량이 바닥난 상황에서 당장의 수급난 해소와 함께 장기적인 공급망 모델을 재편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반도체 칩 제조사들로부터 공급 물량을 예측 가능하게 관리하고, 공급망 리스크를 낮추기 위해 재고 쌓기가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미국 포드자동차의 최고경영자(CEO)인 짐 팔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궁극적으로 자동차 산업용 반도체 칩을 생산하지 않으면 산업 전체가 생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급망 위기가 길어지면서 시카고 소재 반도체 공급업체는 내년 상반기 공급 물량을 기존 대비 20%가량 줄였고, 일본 완성차 업체에 카페트와 단열재를 공급하는 한 제조사는 "위기 회복 시점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의 공급 병목을 이유로 내년도 글로벌 차 생산량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IHS마킷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필 암스루드는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수급난이 심화되면서 반도체 후공정의 리드타임(발주에서 납품까지의 소요 시간)이 (기존 최대 6개월에서) 9개월까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지역에서의 반도체 테스트·패키징 공정을 담당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낮은 마진으로 운영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어, 시설 용량을 늘리기 위한 투자를 단행하기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손실 눈덩이… "3분기 실적 악화 불가피"= WSJ는 반도체 공급난 영향으로 3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제너럴모터스(GM)는 수익성이 높은 픽업트럭의 감산 영향으로 3분기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GM는 지난달에만 미 인디애나주와 멕시코 실라오 공장을 비롯한 5개 공장에서 수주간 생산라인을 멈췄다. 메리 바라 GM CEO는 "문제 해결에 좀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최근 2개월간 증권가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컨센서스)가 1조7869억원으로 3개월 평균(1조8003억원)보다 낮아졌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는 반도체 칩 부족 여파로 올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손실이 2100억달러(약 249조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지난 5월 예측치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수급난 안정화 수년 걸려= 반도체 수급난이 다시 심화한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19 델타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이다.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공장이 집중된 동남아시아 지역에 델타변이가 강타하면서 현지 반도체 조립라인이 멈춰서고, 이로 인해 자동차 생산라인 역시 연쇄적 충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인피니온, TSMC 등에서 생산된 반도체 칩들이 후공정(테스트·패키징)을 위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지의 아시아 지역 공장으로 보내지는데, 이곳에서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공장들이 늘면서 수급난이 심화됐다. 현재 수급상황이 가장 심각한 엔진컨트롤유닛(ECU)의 주요 공급 루트 역시 델타 변이 확산세가 심각한 말레이시아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안팎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수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차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자율주행·커넥티드카 등 고급 기술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수년간은 반도체 수급난은 더욱 심화 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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