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소가 땅속에 들어가니, 서울에 공원 하나 더 생겼네
[뉴스사천 하병주]
'지역경제를 일으키는 효자'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골칫거리'까지, 다양한 평가 속에 40년 가까이 전기를 생산해온 삼천포화력발전소가 서서히 생명을 다하고 있다. 쓸모를 다한 까닭이다. 그러나 낡은 건축물일지언정 새로운 쓸모는 정녕 없을까? 이런 물음으로 <뉴스사천>과 <고성신문>이 함께 답을 찾아 나선다. 화력발전소가 교육·문화발전소가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 기자 말
국내에 화력발전소가 만들어져 가동을 시작한 건 1930년부터다. 초기엔 발전기 1기에 1만kW급이었으나, 지금은 100만kW급이 예사이니 그만큼 기술의 발전이 빨랐음을 알 수 있다.
▲ 발전시설을 지하로 보내고 지상을 공원으로 조성한 서울화력발전소의 전경(서울화력발전소 사진 제공). 서울화력은 “지역주민과 긴밀히 소통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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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화력발전소의 변신
발전시설이 있던 자리를 지역주민에게 돌려준 일은 이뿐 아니다. 다름 아닌 서울화력발전소의 사례다. 공교롭게도 서울화력 역시 중부발전이 운영하는데, 서울시 마포구의 도심 한복판에 있는 발전소라는 점이 놀랍다.
서울의 도심에 있다는 사실에서 짐작하듯 서울화력의 역사는 꽤 깊다. 앞서 언급한 '1930년 건설, 1만kW급 발전기'의 주인공이 바로 서울화력의 전신이다. 그땐 경성전기주식회사가 주인이었다. 국내 최초의 화력발전소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이 발전소는 1960년대 후반까지 '당인리 발전소'라 불리며 '서울 시내 전력 공급'이란 막중한 임무를 수행했다.
역사가 오랜 만큼 서울화력에선 낡은 발전소를 허물고 새 발전소를 짓는 일이 거듭됐다. 그렇게 새로운 발전소로 가장 최근에 모습을 드러낸 게 지난해다. 2007년에 서울복합발전소 건설 기본계획이 섰고, 2013년에 공사가 시작됐다. 2019년 11월에 상업 운전을 시작했으며, 2020년 6월에 종합준공을 했으니, 계획부터 준공까지 꼬박 13년이 걸렸다.
▲ 새서울화력은 발전시설 대부분을 땅 아래로 감췄다. 이에 발전소 주변 부지는 공원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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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를 생산하던 발전소가 문화와 예술을 키우는 발전소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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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화력의 파격적인 변신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철거하지 않고 남긴 발전시설 일부를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문화시설로 거듭나게 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와 손을 잡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이 드러나진 않았으나 전기를 생산하던 발전소가 문화와 예술을 키우는 발전소로 탈바꿈하는 모습을 조만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 남은 옛 발전시설은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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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산업시설의 탈바꿈은 계속된다
이처럼 서울화력은 새 발전시설을 짓기 위해 지역사회 공헌이란 이름으로 적지 않은 것을 지역민들에게 내놓았다. 그러나 이런 식의 조건부 사회공헌, 조건부 문화사업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것은 아니다.
앞선 기획기사로 소개한 것처럼, 석유비축기지가 문화비축기지로, 쓰레기 소각시설이 아트벙커로, 철강공장이 문화와 휴식 공간으로 거듭난 사례는 다양하다.
여기에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이 한몫하고 있다. 이 사업으로 광명시의 폐광산은 '에코디자인'을 이끄는 창조공간으로 바뀌었고, 나주시의 명주실 뽑던 공장은 문화교육공간으로 거듭났다. 담양군의 한 곡식 창고는 예술을 담는 창고로 쓰이고 있다.
해외 사례는 더욱 다양하다. 그중 영국 런던의 템즈 강변에 있던 화력발전소가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으로 변신한 것은 폐산업시설의 새로운 활용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삼천포화력발전소에도 무궁무진한 기회가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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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뉴스사천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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