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가발 쓴 이유는.." '오징어 게임' 이정재가 밝힌 비하인드

오수미 2021. 10. 1.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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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 배우 이정재

[오수미 기자]

ⓒ Netflix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은 이정재에겐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이었다. 드라마 초반부 그는 후줄근한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배를 긁으며 노모에게 돈을 구걸하는 지질하고 철없는 중년 남자로 등장한다. 이는 이정재가 그동안 영화 <신세계>, 드라마 <보좌관>을 비롯한 여러 작품에서 보여준 세련된 모습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오징어 게임>이 해외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일부 한국 팬들은 "해외 팬들이 이정재를 지질한 느낌의 배우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할 정도란다. 그러나 이정재는 "지질한 역할이든 근사해 보이는 역할이든 제 연기를 봐주시는 거라면 상관 없다. 저는 너무 감사하다"며 "어느 (한국 팬) 분이 이정재가 이렇게 지질한 역할만 하는 배우가 아니라고 사진 자료를 열심히 모아서 해명하시는 걸 우연히 봤다. 너무 재미있었고 인상 깊었다"며 웃었다. 9월 29일 오후 온라인 화상 인터뷰를 통해 이정재를 만났다. 

지난 달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은 456억 원의 상금을 얻기 위해 서바이벌에 참가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극한의 게임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그린 9부작 드라마다. 이정재는 회사에서 구조조정 당한 뒤 사채와 도박을 전전하다가 이 게임에 참여하게 되는 성기훈으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오징어 게임>은 현재 미국, 영국을 포함해 전 세계 80여 개국에서 스트리밍 차트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는 역대 넷플릭스 시리즈 중 최고 성적이다. 해외에서는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뽑기, 구슬치기 등 드라마에 등장하는 한국 어린이들의 놀이가 유행하고 456번 티셔츠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정작 이정재는 이러한 뜨거운 관심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단다. 그는 "그저 국내에서 잘 되기를 희망하면서 촬영했었다"며 "'지금 이게 현실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해외에 있는 지인들이 연락도 많이 주더라.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오징어 게임>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았을 때부터 푹 빠져들었다고 털어놨다. 이정재는 "황동혁 감독님과 함께 일해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마음이 있었다. 감독님의 시나리오라고 해서 기쁘게 받았는데 막상 읽어보니까 시나리오가 너무 흥미진진하더라. 인물들의 이야기가 굉장히 세밀했다. 성기훈이 게임에 참가할 수밖에 없는 배경이라든가, 그의 상황이나 심리같은 것들이 너무 잘 묘사가 돼 있었다"고 말했다.

극 중에서 성기훈은 노모의 돈을 빼돌려 몰래 경마장에서 탕진하는 철없는 중년이지만, 게임에서는 약자인 일남(오영수 분)이나 새벽(정호연 분)을 돕는 인간적인 면을 보인다. 그런 한편 치매 증상을 보이는 일남을 속이고 승리를 차지했다가, 유리다리 건너기 게임에서는 다른 참가자를 밀어 버리는 상우를 비난하기도 한다. 일각에서 성기훈 캐릭터를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온 이유다. 이정재는 이에 대해 "사람은 누구나 다양한 상황에서 다양한 반응을 보이지 않냐"고 해명했다.

"인간이 굉장히 복잡하지 않나.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이라고 규정지을 수 없다. 그렇지만 우리는 그 사람을 단순하게 압축해서 평가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배우가) 캐릭터를 분석하고 발전시킬 때도 단순하게 계획하지 않는다.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에도 인간적인 면도 있는 동시에 철없는 면도 있다. 일남을 속이게 되는 상황도 있지만 일남을 도와주는 상황도 있고. 그래야 사람다운 캐릭터라고 생각한다. 여러 상황에서 한 가지 패턴의 심리, 행동을 보여주는 게 아니라 여러 가지 상황이 펼쳐지면 여러 가지 결정을 하는 게 당연하다. 그리고 그 순간에는 이런 마음이라고 (관객에게) 보이는 게 맞는 것 같다. 입체적인 캐릭터일수록 저는 더 재밌고 즐겁게 작업하는 편이다."
 
ⓒ Netflix
 
특히 드라마 후반부에 성기훈은 게임의 진실을 알게 된 뒤 강렬한 빨간 머리로 염색을 선택한다.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는 그 이유나 그 의미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기도 하다. 이정재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게 된 성기훈이 용기를 낸 것"이라고 설명하며 촬영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전했다.

"성기훈은 극한 상황을 통과해, 빠져나온 사람이다. 여태 해보지 않은 경험을 했던 친구가 노숙자 생활을 하다가 (일남을 만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과연 다시 옛날의 성기훈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아마 그러진 못하지 않을까. 기훈의 입장에서는 용기를 내서 과감하게 빨간 머리를 택하고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기훈의 내면을 보여줄 수 있는 강렬한 색깔이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그런 생각도 했다. 빨간 머리를 염색 스프레이로 할까, 진짜 염색을 할까.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그런데 촬영을 하다 보면 신을 순서대로 찍지 않는다. 마지막 신 찍다가 초반 신 찍고, 왔다 갔다 한다. 빨간머리로 염색을 하면 다른 신을 찍기가 어려워져서 어쩔 수 없이 가발을 선택했다."

한편 이정재는 지난해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촬영 도중 어깨 부상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오징어 게임> 촬영 당시에도 어깨 부상을 계속 안고 작업에 임해야 했단다. 그는 "사실 부상 직후에 병원에 갔더니 3개월 안에 수술을 하자고 했다. 그런데 수술을 하면 <오징어 게임>을 도저히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고백했다. 이번 드라마에 담긴 그의 액션은 대부분 부상투혼이었던 셈이다. 

"예전에 왼쪽 어깨가 파열됐을 때 빨리 수술했다가 다음 약속했던 작품을 못하게 됐던 경험이 있어서 그게 후회가 되더라. 조금 더 버티고 나중에 수술하는 걸로 하고 작품을 좀 더 할걸. 그래서 오른쪽 어깨가 파열됐을 때 <오징어 게임> 결정을 해놓은 상태여서 촬영을 끝내고 수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양쪽 어깨가 다 안 좋으니까 힘을 쓰는 액션들은 동작을 바꿔서 촬영해야 했다. 촬영은 마무리를 잘 해야 하고, 촬영 중에 파열 부위가 더 벌어져서 팔을 진짜 못쓰게 되면 안 되니까 조심해서 촬영했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어깨 수술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징어 게임> 일정이 끝나고 바로 <헌트>라는 영화 촬영에 돌입해야 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웃었다. 이정재의 첫 연출 데뷔작이자, 그가 연출부터 제작·각색·주연까지 모두 맡은 <헌트>는 현재 촬영 막바지 단계로 알려졌다. 이정재는 "<헌트>를 공개할 시간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헌트>를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차기작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찾아뵐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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