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단계적 일상회복, '위드 코로나' 시대를 위한 제언

이영수 2021. 10. 1.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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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천안시의사회장 황동조(이비인후과 전문의/의학박사) 
코로나19는 2019년 말 중국에서 최초 확진자가 보고 된 이래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기 시작했으며 발생 이전과 이후로 삶을 구분 지어야 할 만큼 현재까지 진행 중인 대 인류사적 터닝 포인트다.

애석하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평균 3000명을 넘나드는 수많은 확진자가 발생하였고, 이로서 누적 감염환자 31만 여명, 위증증자와 사망자 2474명이라는 경악스러운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그렇게 우리는 델타변이바이러스를 우세종으로 한 제 4차 대유행이라는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서 오늘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일상생활 간 밀접한 접촉이 빈번한데다 발전된 교통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전파가 급속도로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다. 다행히도 정부는 광범위하고 선제적인 검사를 통해 확진자를 신속히 찾고, 역학조사를 통해 추가확산을 조기 차단함으로써 집단감염을 매우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방식을 채택해오고 있고, 이는 통계적으로도 실효성이 입증된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확진자의 동선 추적 및 격리, 그리고 이로 인한 일부 계층의 불가피한 희생이 지속되는 형태의 통제 방식은 결코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없는 것 또한 우리가 직면한 현실이다. 더더욱 해외에서 다양한 변이 바이러스가 출연하고 국내 무증상전파자가 유의미한 비율 이상으로 증가하는 지금 상황에서는 결코 기존 대책만으로 발 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울 것으로 우려하는 국내 여론도 점점 형성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코로나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인식 하에 방역시스템 전체를 재정비해야 하는 대전환기에 들어서고 있다. 정부 또한 코로나19 방역체계의 틀을 다시 짜는 위드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를 예고했다.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코로나환자가 위중증화되지 않도록 현재의 의료시스템 하에서 치료하고 관리해 나가는데 중점을 두어 코로나19바이러스의 토착화를 대비하여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집단면역의 요체 중 하나인 백신접종률이 2021년 10월말에는 접종 목표치인 80%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는 코로나19경구치료제 도입도 병행되고 있다. 하지만 일일 확진자가 3000명대를 넘나들고 신규확진자수가 연일 요일별 최다치를 경신하는 등 4차 대유행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어 국민들의 우려는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크다.

안전한 일상으로의 질서 있는 복귀와 전환을 위해서는 기 구축되어있는 의료체계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근 2년간 지속되어 온 강압적 방식의 사회적 거리두기 및 방역정책으로 인해 극도의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 선별검사소, 보건소등 공적기관과 종합병원의 과부화를 하루빨리 낮추고, 안전하고 안정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보존하기 위해 1차의료기관으로 검사수요를 분담하는 것이 필요하다.

가장 확실한 코로나의 확진방법으로 현재 유일하게 활용되고 있는 유전자증폭검사(PCR)는 채취한 검체가 검사기관에 도착한 후 최소 6시간의 검사시간이 소요됨을 감안할 때, 현장에서 신속히 검사결과를 확인하여 즉각 대응할 수 있는 검사기기 및 검사방법의 도입이 시급하다. 

따라서 신속분자진단장비(POC)중 기준이상의 높은 민감도와 특히 특이도를 검증받은 장비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고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일차진료기관에서 해당 기기들을 도입해 운영하는 것에 혼란이 우려된다면 단계적 도입을 통해 충격을 줄일 수 있다. 이미 정부의 지원 하에 전국적으로 확보되어 있는 1000개소의 호흡기전담클리닉을 일차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어느 전쟁에서도 무기 없이 이길 수 없듯이 방역일선에서 시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애쓰고 있는 의료진들에게 빠르고 효율적인 도구, 즉 의료기기를 공급해야 한다. 외국의 경우, 동네 의원에서 운영이 가능한 간이 신속분자진단기기를 활용하여 15분 내외로 환자의 양음성 결과를 정확하게 확인하고 있는데, 이러한 적극적이고 의원과 공조할 수 있는 사례를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방역긴장감이 코로나 초기와 비교하여 현저히 떨어져가는 현재, 우리나라의 의료역량이 하루 3500명 확진자 발생에도 위중증환자의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는 하나, 경증환자를 담당하던 생활치료센터도 그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현재 재택관리 및 치료를 위한 모델이 일부 시에서 시범 운영되고 있다. 세계적 추세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 구축된 우리나라의 의료시스템은 이미 백신만 원활히 공급된다면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안전하게 백신접종을 마칠 수 있음을 증명하였다. 능동적인 대처에 협조하는 현명한 우리나라 국민들의 민도를 감안하고 코로나19대응의 요체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전 국민 조기집단면역 형성이 가시권에 있음을 고려할 때에, 방역당국이 코로나19를 독감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시의 적절하게 준비한다면 우리의 일상회복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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