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재 핸드폰사진관]살짝 접힌 잎..집 짓기 전문가 애벌레
"요즘 세간에선 집 문제로 말들이 많죠?
곤충 세계에선 스스로 집 짓고 사는 애벌레들이 있어요.
오늘은 집 짓는 친구들을 찾아볼까요?"
이강운 박사가 집을 짓고 사는
애벌레를 찾아보자고 했습니다.
짐짓 의아했습니다.
대체로 애벌레는 나무며 잎이며
풀에서 먹이 활동만 하는 줄 알았습니다만,
얘들이 집을 짓는다니 의아할 밖에요.
참마 잎 무성한 데서
이 박사가 저더러 집을 찾아보라고 했습니다.
아무리 훑어도 제 눈엔 좀처럼 뵈지 않았습니다.
결국 찾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러자 이 박사가 손짓으로 알려줬습니다.
흠이 난 이파리 쪽에
안으로 접힌 작은 이파리,
그것이 애벌레 집이라 했습니다.
작아도 너무 작았습니다.
그것이 애벌레 집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이즈였습니다.
한번 열어 안을 봤습니다.
놀랍게도 겨우 3mm 될까 말까 한
앙증맞은 애벌레가 들어있었습니다.
왕자팔랑나비 애벌레라며 이 박사가 알려줬습니다.
"참마 잎인데요.
이 친구는 이렇게 잎을 갉아 집을 만들고
그 속에서 천적이나 비를 피합니다.
이 잎으로 먹이도 하고요."
같은 왕자팔랑나비이지만
집 규모가 열배쯤 되는 친구를 찾았습니다.
더욱이 철책 사이에 터 잡은 잎이라
더 튼실해 보였습니다.
집이 큰 만큼 애벌레도 클까 하여 한번 열어 봤습니다.
속에 든 애벌레도 훨씬 컸습니다.
몸 색도 약간 다르고 속이 비칠 듯 투명했습니다.
사실 무단침입이라
이 친구들에게 해가 될까 염려되었습니다만,
이내 수리와 복구를 하는 집짓기 전문가들이니
이 박사가 염려 말라고 했습니다.
황벽나무 잎에서 수많은 집을 찾았습니다.
다닥다닥 붙은 게 마치 그들의 빌라촌 같습니다.
이 속에 든 친구는 대왕팔랑나비 애벌레였습니다.
팔랑나비 중에서 가장 크기에
대왕이 이름 앞에 붙었습니다.
그만큼 왕자팔랑나비 애벌레보다
이 친구의 애벌레가 큽니다.
환삼덩굴 잎을 돌돌 말아 집을 지은 친구도 있습니다.
오른쪽 잎보다 돌돌 말린 왼쪽 잎,
그것이 애벌레의 집입니다.
이 친구는 환삼덩굴을 먹이로 삼는
네발나비 애벌레입니다.
이강운 박사가 들려주는 네발나비 이야기는 이러합니다.
" 보통 곤충은 다리가 6개잖아요.
그런데 얘는 다리 두 개가 퇴화해서 네발나비예요.
얘네들 생존 전략이 독특합니다.
애벌레는 자기가 먹는 환삼덩굴 잎을
풀로 붙이듯이 종 모양 집을 만듭니다.
이렇게 비도 피하고 천적도 피하니
생존율이 아주 높아요.
이렇듯 많으니 얘 때문에
네발나비과가 따로 생길 정도입니다."
참으로 신비한 곤충 세계입니다.
애벌레가 집을 다 짓네요.
이 집은 이른바 그들의 안전 가옥인 겁니다.
비와 천적을 피하고 음식까지 예서 얻으니까요.
자문 및 감수/ 이강운 서울대 농학박사(곤충학),
서식지외보전기관협회 회장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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